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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31일 서울 관악구 신림로 삼성고등학교에서는 ‘관악주민연대와 함께하는 에너지 교육’ 수업이 열렸다. 마을기업·단체와 함께하는 방과후 수업의 하나다.
학생들이 자전거 페달을 밟으면 자전거와 연결된 빨간 고무통에서 물줄기가 솟아오른다. 지난 5월31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로 삼성고등학교 매점 앞에선 흥미로운 실험이 벌어졌다. 자전거 바퀴를 돌려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체험 수업이다.
이날의 수업명은 ‘관악주민연대와 함께하는 에너지 교육’. 매주 수요일 오후마다 학생들은 태양광 에너지로 움직이는 모형 자동차를 조립하거나, 엘이디(LED) 전구를 넣은 나무 미니스탠드를 만드는 방식으로 대안에너지를 배우고 있다. 수업은 학교 교사들이 아니라 관악주민연대 활동가들이 맡는다.
삼성고등학교의 방과후 수업은 이렇듯 관악구 마을기업, 지역단체 등과 연계해 진행된다. 신림동에 있는 ‘광태소극장’과는 5~6월에 연기 교실을, 서울대학교 기술나눔단과는 6~7월 적정기술 교육 수업을 열고 있다. 6월 말에는 ‘아트래쉬’라는 청년예술가들의 모임과 함께 학생들이 쓰레기를 가져오면 얼굴 캐리커처를 기념으로 그려주는 이벤트도 연다. ‘아트래쉬’는 예술(art)과 쓰레기(trash)의 합성어로,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 사업을 펼치는 청년예술가들의 모임이다.
이렇게 재밌는 방과후 수업이 가능한 배후에는 지자체·교육청이 함께 지원하는 관악혁신교육지구 사업이 있다. 서울시·교육청 등은 마을·학교가 함께하는 교육공동체를 지원하는 서울형혁신교육지구로 2015~2018년 관악혁신교육지구를 지정한 바 있다.
삼성고등학교 학생들이 ‘어울 가게’ 활동으로 팔찌를 만들었다. 학생들이 상품을 생산해 ‘어울 가게’에서 파는 창업 교육을 받는다.
삼성고등학교 박순영 교사는 “올해부터 마을기업과 연계하는 방과후 수업이 본격화됐다. 학생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가을부터는 학교 사회적협동조합이 학생들에게 일정 금액을 투자해 창업 교육을 하는 ‘어울 가게’ 사업을 어떻게 마을 안에 있는 협동조합들과 연계해 진행할까를 박 교사는 고민 중이다.
최근 학교에는 이처럼 마을교육공동체를 고민하거나, 교실 안팎을 넘나들며 교육 문제를 해결하려는 ‘교사 혁신가’들이 늘고 있다. 이달 문을 연 서울 성수공업고등학교의 학교협동조합 ‘바이크쿱’도 교사들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자전거 관련 설비와 정비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 특성화고등학교 안에 자전거정비협동조합을 설립해, 학생들의 현장 실습과 지역 주민들의 저렴한 정비 서비스 이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마을과 학교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마을이 곧 학교, 학교가 곧 마을이 된다. 지난 15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가톨릭청년회관에서는 ‘교사 혁신가’ 70여명이 참석한 마을교육공동체 관련 강연이 열렸다.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정책실행연구회와 에듀니티 주최로 열린 ‘오로빌의 삶과 교육’이라는 제목의 강연이다.
1968년 인도 동남부 지역에 건설된 세계시민공동체인 ‘오로빌’에 거주하고 있는 서진희 퍼실리테이터(회의 진행 촉진자)는 오로빌 안에서 이뤄지는 교육 실험인 ‘TLC’(The Learning Community, 배움 공동체)를 소개했다. 10년 전 학생 7명, 어른 20명으로 시작한 공부모임은 마을 내의 생활협동조합, 농사짓는 현장, 숲 등을 학교 삼아 한껏 자유로운 ‘배움의 공동체’로 성장했다고 한다. 이 모임은 함께 생활하면서 배우는 공동체일 뿐, 전통적인 의미의 교사 학생 관계는 없다. 현재는 학생 40여명, 어른 100여명이 이 마을교육공동체에 함께하고 있다.
“50년 된 마을교육공동체 오로빌에서 2017년 한국 마을교육공동체의 연계점을 찾아보자”는 생각으로 강연회를 제안한 주수원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정책위원(<만들자, 학교협동조합> 저자)은 “서울시교육청의 ‘마을결합형 학교’, 경기도교육청의 ‘꿈의 학교’, 강원도교육청의 ‘온마을학교’ 등 사업명은 다르지만 학교와 마을이 연계되어 새로운 교육공동체를 만들자는 정책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대선에서 마을과 협력해 돌봄학교를 온종일 운영한다는 취지의 ‘온종일 마을학교’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학교 안팎에 마을학교를 만들고 지역 주민과 함께 학교 공간을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마을교육공동체는 미래를 위해 지금 우리에게 어떤 교육혁신이 필요하냐는 질문에 대한 하나의 새로운 답이다. 또 다른 답은 없을까? 한겨레신문사 주최로 7월5일 열리는 ‘아시아 청년 사회혁신가 국제포럼’은 ‘청년이 바꾸는 교육의 미래’라는 주제로 학교 안팎에서 교육 분야 혁신가로 활동하는 이들이 모여서 또 다른 답을 찾아보는 자리다. 마을교육공동체를 꿈꾸는 많은 혁신가들의 참여를 기다린다. 황예랑 <한겨레21> 기자 yrcomm@hani.co.kr 사진 삼성고등학교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50년 된 마을교육공동체 오로빌에서 2017년 한국 마을교육공동체의 연계점을 찾아보자”는 생각으로 강연회를 제안한 주수원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정책위원(<만들자, 학교협동조합> 저자)은 “서울시교육청의 ‘마을결합형 학교’, 경기도교육청의 ‘꿈의 학교’, 강원도교육청의 ‘온마을학교’ 등 사업명은 다르지만 학교와 마을이 연계되어 새로운 교육공동체를 만들자는 정책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대선에서 마을과 협력해 돌봄학교를 온종일 운영한다는 취지의 ‘온종일 마을학교’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학교 안팎에 마을학교를 만들고 지역 주민과 함께 학교 공간을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마을교육공동체는 미래를 위해 지금 우리에게 어떤 교육혁신이 필요하냐는 질문에 대한 하나의 새로운 답이다. 또 다른 답은 없을까? 한겨레신문사 주최로 7월5일 열리는 ‘아시아 청년 사회혁신가 국제포럼’은 ‘청년이 바꾸는 교육의 미래’라는 주제로 학교 안팎에서 교육 분야 혁신가로 활동하는 이들이 모여서 또 다른 답을 찾아보는 자리다. 마을교육공동체를 꿈꾸는 많은 혁신가들의 참여를 기다린다. 황예랑 <한겨레21> 기자 yrcomm@hani.co.kr 사진 삼성고등학교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