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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개구리 복원 성공 “호랑이 키우기보다 어려웠다”

멸종위기 서울 상징 금개구리 복원한 이명희 서울대공원 종보전연구실 생태팀장

등록 : 2017-06-29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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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과천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 이명희 대공원 종보전연구실 생태팀장이 2014년부터 복원 프로젝트를 진행해 부화시킨 금개구리 한 마리를 손에 올려놓고 복원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와아, 있다!”

지난 5월11일 서울 구로구 궁동생태공원. 마음을 졸이고 있던 이명희(39) 서울대공원 종보전연구실 생태팀장의 얼굴이 환해졌다. 공원 습지에서 겨울잠에 들어갔다 깨어난 금개구리들을 마침내 발견한 것이다.

지난 4월 말에도 두 차례나 공원을 찾았지만 금개구리들을 만나지 못했다. 2014년부터 시작된 금개구리 복원 사업이 실패한 것 아닌가 해서 마음이 무거워졌다. 이제 금개구리를 11마리나 보았으니 복원 사업의 성공 가능성이 ‘확실히’ 입증된 셈이다. 복원 사업을 주관했던 이 팀장은 그날을 “생애 가장 기쁜 날 중 하루”로 꼽는다.

이 팀장의 행복감은 사실 서울 시민들도 함께 누려야 할 기쁨이다. 금개구리는 지금은 서울에서 사라졌지만, 몇십년 전만 해도 논두렁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서울 토종 개구리기 때문이다. 4㎝ 크기로 등에 금색 줄이 두 줄 나 있는 금개구리는 영문 이름마저 ‘서울연못개구리’(Seoul Pond Frog)다.

지난 20일 과천 서울대공원 동물원 종보전연구실에서 이 팀장을 만나 금개구리 복원 과정의 어려움과 복원의 의미를 들어봤다.

왜 금개구리 복원에 관심을 가지게 됐나?

“서울과 관련이 많은 개구리이기 때문이다. ‘서울연못개구리’라는 영문 이름도 그렇지만, 1931년 등재된 학명도 ‘펠로필락스 조세니쿠스’(Pelophylax chosenicus)다. 일제강점기임에도 개구리를 뜻하는 ‘펠로필락스’ 뒤에 ‘조세니쿠스’를 붙여 한국 토종임을 확실히 하고 있다.”


이 팀장은 “친숙하던 금개구리가 도시화로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2012년 멸종위기 2급 동물로 지정됐다. 서울을 상징하는 작은 개구리의 위기와 복원은 서울 시민들에게 서울의 생태계 파괴와 복원 필요성을 그대로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복원에 사용된 금개구리는 어떻게 얻었나?

“먼저 금개구리가 살고 있는 지역을 조사했다. 세종시와 시흥, 김포 등지에서 금개구리가 서식하는 것을 확인했지만, 이 중 세종시의 금개구리는 지리적으로 너무 멀어서 서울 금개구리 복원 취지에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김포 지역이 서울 금개구리가 유전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라고 판단해, 2015년 환경부의 허락을 받아 김포에서 금개구리 8마리를 가져왔다. 산란을 시킨 뒤 성체는 김포로 돌려보냈지만, 2016년 알에서 200마리를 부화시킨 뒤 성장시켰다. 이 중 100마리를 지난해 8월 궁동생태공원에 방사한 것이다.”

복원 과정에 어려움은 없었나?

“멸종위기종인 금개구리를 알에서 부화시키고 온전하게 기르는 게 사자나 호랑이 기르는 것보다 어렵다. 우선 동물원 안에 양서류 사육장을 만들고 청계산에서 내려오는 자연 계곡수를 공급했다. 사육장에는 수생식물도 심어 금개구리 서식에 적합하도록 노력했다. 이렇게 서식 가능한 사육 환경을 만든 뒤 날마다 수온, 직사광선, 먹을 것 등을 점검했다. 하루라도 관심을 안 두면 복원이 제대로 안 된다.”

궁동생태공원에서 겨울잠에 들어갔다가 이듬해 깨어난 개구리를 발견한 것을 프로젝트 성공 증거로 꼽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라졌던 금개구리가 대도시 서울에서도 서식 조건을 맞춰준다면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는 서울이 그만큼 깨끗해졌다는 것도 의미한다. 개구리 등 양서류는 지표동물이다. 양서류는 물 생태계와 뭍 생태계를 연결하고 있는데, 수질이 나쁜 곳에서는 살 수 없다. 특히 금개구리는 약한 양서류다. 참개구리가 150㎝ 정도 뛰는데, 금개구리는 고작 60㎝밖에 못 뛴다. 몸집이 작고 둔해서 이동성도 약하다. 암수 모두 울음주머니가 없어 ‘딱그르르’ 정도의 소리만 낸다. 이렇게 약하기 때문에 환경 악화의 영향을 다른 개구리보다 더 쉽게 받고 멸종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 팀장은 “금개구리가 확실히 공원에서 살게 되려면 앞으로도 지속적 관리가 필요할 것 같다. 올해 공동생태공원에 금개구리 30마리를 더 방사하고 한달에 두세번 궁동생태공원을 찾아 금개구리 상태를 관찰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궁동생태공원 외의 다른 방사지도 찾아 방사 개체수를 늘릴 생각이다. 금개구리 복원이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환경을 생각하는 장기 프로그램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물원에서 동물의 전시가 아닌 ‘종 보전 활동’을 하는 것이 신선하다.

“서울대공원 동물원은 1984년 개원할 때부터 우리나라 동물원 중에서 유일하게 종보전연구실(실장 어경연 박사)을 갖췄다. 현재 연구사·사육사 등 2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지금까지 남생이를 비롯해 두꺼비·삵·도롱뇽 등을 보전·복원하는 성과도 냈다. 멸종 동물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앞으로도 종 보전 일을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선진국 동물원은 이미 오래전부터 종 보전에 큰 관심을 쏟아왔으며, 현재 자국 동물뿐 아니라 외국 동물들의 복원도 해내고 있는 실정이다.”

이 팀장은 “금개구리 복원 사업이 계속 이어져 앞으로 공동생태공원뿐만 아니라 집 근처 공원에서 금개구리를 볼 수 있게 되면 서울 시민들의 정서에도 좋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약한 금개구리가 더 많은 지역에서 번식하는 것을 보면서 서울 시민들이 생태계의 중요성에 대한 생각을 더 깊게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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