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공유
‘리얼스마트팜’ 기술로
두달간 토마토 70㎏ 키워내
나노기술에 전자센서기술 접목
넥타이 맨 농부가 스마트폰으로
농작물 재배하는 시대 조만간 도래
이정훈 서울대 교수가 관악도시농업연구소에서 나노기술이 적용된 전자센서를 토마토 줄기에 꽂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서울 관악구에 사는 차상위계층 정아무개(72·은천동)씨는 이달 초 사회복지시설 관악푸드마켓에서 토마토 2㎏을 무료로 받았다. 겉보기엔 보통 토마토와 다를 게 없지만, 이 토마토엔 특별함이 담겨 있다. 서울대 기술지주회사와 관악구가 손잡고 지난 7월 문을 연 관악도시농업연구소가 세계 최초 기술인 ‘리얼스마트팜’으로 두달 동안 키워낸 토마토이기 때문이다. 관악구는 연구소가 처음 수확한 토마토 70㎏(아래 사진) 가운데 30㎏을 관악푸드마켓을 통해 정씨 같은 어려운 이웃 15명에게 전달했다.
이 토마토에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를 붙게 한 이는 연구소를 이끄는 이정훈(51)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다. 이 교수는 첨단 분야인 나노기술로 이름 높은 공학자로, 2006년 ‘젊은 과학자상’을 받았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캠퍼스(UCLA)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노스웨스턴대학에서 교수를 하다 2004년 서울대로 옮겨왔다.
그런데 나노 공학자가 웬 도시농업에다 토마토 농사일까? 관악구가 운영하는 낙성대동 강감찬 텃밭 옆에 자리한 연구소에서 지난 7일 이 교수를 만났다. 연구소는 50평 크기의 비닐하우스로, 모종 상태를 막 벗어난 토마토가 자라고 있었다. 하지만 여느 비닐하우스와 달리 바닥에 흙이 없고, 화분에서 자라는 토마토 줄기에 플라스틱 관이 꽂혀 있는 등 풍경이 이채로웠다. 리얼스마트팜이라는 개념이 낯설다. “나노기술과 전자센서기술을 접목한 첨단농업을 말한다. 토마토를 예로 들어 설명하면 반도체 가공에 쓰이는 나노기술로 실리콘을 이용해 머리카락보다 가는 바늘을 만들어 토마토 줄기에 꽂는다. 이 바늘 끝에 달려 있는 전자센서가 토마토의 물리적·화학적 상태를 측정한다. 이 센서는 굵기가 몇 ㎛(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미터)에 불과하다. 1㎛는 0.001㎜이고, 머리카락이 100㎛ 정도니, 눈에 보이지 않는 굵기다.”
그런데 나노 공학자가 웬 도시농업에다 토마토 농사일까? 관악구가 운영하는 낙성대동 강감찬 텃밭 옆에 자리한 연구소에서 지난 7일 이 교수를 만났다. 연구소는 50평 크기의 비닐하우스로, 모종 상태를 막 벗어난 토마토가 자라고 있었다. 하지만 여느 비닐하우스와 달리 바닥에 흙이 없고, 화분에서 자라는 토마토 줄기에 플라스틱 관이 꽂혀 있는 등 풍경이 이채로웠다. 리얼스마트팜이라는 개념이 낯설다. “나노기술과 전자센서기술을 접목한 첨단농업을 말한다. 토마토를 예로 들어 설명하면 반도체 가공에 쓰이는 나노기술로 실리콘을 이용해 머리카락보다 가는 바늘을 만들어 토마토 줄기에 꽂는다. 이 바늘 끝에 달려 있는 전자센서가 토마토의 물리적·화학적 상태를 측정한다. 이 센서는 굵기가 몇 ㎛(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미터)에 불과하다. 1㎛는 0.001㎜이고, 머리카락이 100㎛ 정도니, 눈에 보이지 않는 굵기다.”
리얼스마트팜 기술로 재배해 딴 토마토.
센서가 토마토에서 무엇을 확인하나?
“증산작용 과정에서의 물의 양, 비료의 농도 등을 측정해 그 정보를 컴퓨터에 전달한다. 쉽게 말해 물이 부족하지는 않은지 등을 알려주는 것이다. 물이나 비료의 부족이 확인되면 컴퓨터 제어를 통해 자동으로 공급한다.”
나노기술을 농업에 접목하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우연한 일이 계기가 됐다. 3~4년 전 교류를 해온 농업진흥청 시설원예연구소로부터 식물의 생태를 모니터링해 줄 수 없느냐는 요청을 받았다.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우리의 반도체 나노기술을 농업에 적용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2년가량 함께 연구했고, 리얼스마트팜 기술을 개발했다. 지난해엔 서울대 기술지주회사의 자회사도 차렸다. 도시농업에 관심이 많은 관악구와 연결돼 연구소도 만들게 됐다. 참 고마운 일이다.”
새 기술은 농업의 어느 분야에서 적용 가능한가?
“현재는 토마토 같은 과채류를 연구하고 있다. 그다음은 배추, 상추 같은 엽채류로 넓혀갈 계획이고, 사과·배 등의 나무도 적용 대상이 되리라 생각한다.”
최근 수확한 70㎏의 토마토는 리얼스마트팜의 첫 결실이었던 셈이다. 원래 토마토는 한 모종을 11개월 정도 키우며 여러 차례 수확하는데, 연구소는 실험을 위해 첫 수확 뒤 새로 모종을 심었다고 한다. 관악구의 연구소뿐 아니라 경남 함안·김해, 경기 파주·일산·화성 등 여러 곳에 있는 농가와 시설에서 베타-테스트를 하고 있다.
리얼스마트팜의 장점을 꼽는다면?
“비료와 물의 공급을 최적화해 경제성이 높다. 당연히 안전한 먹거리가 생산된다. 환경에 끼칠 악영향을 최소화하는 셈이라 환경보호에도 보탬이 되고. 첨단 기술이 사용되니 비용을 걱정할 수 있는데, 반도체 기술을 이용한 대량생산으로 저가 공급이 가능하다. 덧붙여 농업 노동의 형태나 질이 달라질 거다.”
농업 노동의 질이 변화한다니?
“농부가 흙더미 속에서 기존의 경험에 근거해 농사를 짓는 패턴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넥타이를 맨 농부가 스마트폰을 보며 농작물을 관리하는 시대가 가까운 미래에 올 것이다.”
나노기술과 농업의 결합은 이종교배나 이종결합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공학의 기본적인 속성이 통합 혹은 융합이다. 기술자는 결코 단독으로 존재하지 못한다. 기술 자체도 그렇거니와 적용의 여러 단계, 여러 영역에서 융합은 필수다.”
리얼스마트팜 기술도 이 교수의 말처럼 그의 공학 지식과 농업 분야 전문가들의 경험과 기술이 융합한 결과물이다. 그는 20여년 동안 나노기술을 연구했고, 그 연구가 바탕이 돼 농업이라는 새 세계를 만났다고 했다.
“교수직을 기준으로 한다면 정년 때까지 15년 가까이는 농업혁명에 매달릴 작정입니다. 지속가능한 농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인류가 생존을 이어갈 수 없고, 미래를 위한 농업 분야 연구와 기술개발은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니까요.”
정재권 선임기자 jjk@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