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경단녀·장애인·고령자 일거리 제공…카페·병원·극단도 운영

이웃과 손잡고 생활 속 문제 푸는 ‘마을기업’

등록 : 2017-10-26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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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지자체 2010년 육성사업 시작

주민 5명 이상 출자기업 사업비 지원

전국 1500여개, 서울 100여개 운영

서울형은 보증금 지원 중단으로 고민

방과후 교실의 놀이 활동. 마을기업 ‘광진아이누리애 사회적협동조합’은 방과후 교실과 평생교육을 운영하고 수제 먹거리를 만들어 판다. 광진아이누리애 사회적협동조합 제공

“엄만 무슨 일해요?” “응, 좋은 일해!”

3살·6살·8살의 세 아이의 질문에 박꽃별(39)씨가 밝게 웃으며 답한다. 그는 이웃들과 마을기업을 만들어가면서 육아 우울증에서 벗어났다. 광진아이누리애 사회적협동조합(공익사업을 해야 하는 협동조합)을 5년째 운영하고 있다.

처음엔 어린이집에서 만난 엄마들 대여섯명이 아이들을 돌보면서 시작했다. 엄마들의 재능도 함께 살릴 수도 있어 참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미술, 음악, 요리 등 엄마들이 품앗이 교육을 해가며 아이들을 돌보는 일이 재미있었다. 비록 떨어지긴 했지만 서울시의 마을공동체 주민제안사업으로 신청을 하면서 마을기업을 알게 되었다. 10가구 20명이 모여 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옛 안전행정부의 마을기업 사업비를 지원받았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사업 내용도 바뀌었다. 아이들을 돌보는 방과후 교실과 더불어 지역의 경력단절여성이나 주부를 대상으로 평생교육과정을 열었다. 교육 참가자들과 함께 과일청, 견과류 크런치 등 수제 먹거리를 만들어 파는 사업을 이어왔다. 지난해엔 행정자치부의 우수마을기업 경진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교육하며 일거리를 만들고, 수익금 일부는 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기부하는 선순환의 마을기업을 만들려 노력하고 있어요.”

마을기업은 주민들이 의견을 나누고 스스로 참여해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는 구실을 한다. 주민들이 소비자이면서 투자자이고, 자원의 공유와 협력으로 유대감을 이루어 공동체를 살리거나 활성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광진아이누리애 같은 마을기업은 전국에 1500여개가 운영되고 있고 서울에만 100여곳이 있다.

지역 장터에서 제품 판매에 나선 박꽃별 대표(왼쪽 첫번째). 광진아이누리애 사회적협동조합 제공

지난 18일 정부가 발표한 일자리 5개년 로드맵에 마을기업은 사회적 경제 기업으로 고용 불안과 양극화 심화의 사회문제 해결의 대안으로 포함되었다. 정부는 이미 2010년부터 마을기업 육성 사업을 해오고 있다. 지역 주민 5명 이상이 출자해 마을기업으로 선정되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2년간 최대 8000만원까지 사업비를 지원한다.

서울시도 해마다 10여개 마을기업을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마을기업 선정 기준은 공동체성, 공공성, 지역성, 기업성 등 네 가지다. 이름 그대로 마을을 바탕으로 경제활동을 하는 기업이다. 강선섭 서울시 사회적경제담당관은 “마을기업을 많이 만드는 것보다는 공동체 활동을 통해 주민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환경 마련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서울 같은 대도시(도시형) 마을기업들은 지역 주민들의 생활 속 필요나 문제를 풀어주기 위한 사업을 주로 펼치고 있다. 여성, 장애인, 고령자 등에게 일거리를 제공하거나, 동네 카페, 동네 병원, 다문화 여성극단, 품앗이 육아와 교육 등을 운영하기도 한다. 최근엔 참여 연령층과 업종이 다양해지고 있다. 중장년층이 참여하는 식품제조 업종에서 청년층 참여가 늘고 업종도 교육·의료 서비스, 문화예술 등으로 넓어졌다.

이런 변화 가운데 서울의 많은 마을기업은 지속성을 고민하고 있다. 강명신 서울시 마을기업연합회 공동대표는 27일부터 3일간 경남 김해에서 열리는 ‘2017 마을기업 박람회’의 마을기업 정책토론회에서 도시형 마을기업이 맞닥뜨린 어려움을 토로했다. “서울에서 마을기업을 운영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공동체가 약화한 대도시라는 환경, 사업 경험의 부족, 열악한 자본력과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지원 정책의 부재 속에서 마을기업 관계자들은 많은 한계와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서울의 마을기업이 겪는 큰 어려움 중 하나가 바로 안정적인 공간 마련이다. 마을 기반과 공동체 관계망을 넓혀나가는 것이 마을기업의 생존에 필수적이고, 공간 없이 마을기업의 성장은 어렵다. 서울시는 이런 점을 고려해 2012년부터 2014년까지는 서울형 마을기업을 뽑아 임대보증금(최대 1억원)을 지원했다. 이 정책은 지자체 보조금 관리체계를 강화하는 지방재정법 신설 규정에 저촉된다는 행정자치부의 지적으로 2015년부터 중단되었다. 이미 임대보증금 지원을 받은 28곳의 마을기업은 내년부터 임대보증금을 스스로 마련해야 해 막막해하고 있다.

서울마을기업연합회는 지난달 19일 ‘서울형 마을기업, 임대보증금 지원정책 출로 찾기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강선섭 사회적경제담당관은 “이 문제에 대해 서울시는 마을기업 당사자들과 함께 현실적으로 가능한 최선의 해결책을 찾아가는 공동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마을기업연합회의 강 대표는 “행정만으로 풀 수 없는 도시문제를 주민이 주체가 되어 풀 수 있는 열쇠가 도시형 마을기업 정책에 있다”며 “도시형 마을기업에 대한 중앙과 지방 정부의 다각적인 지원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현숙 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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