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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를 삶는 솥에 닭을 삶는다는 말로, 큰 인재를 알아보지 못하고 사소한 일에 쓰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정부나 조직에서 능력이 있고 성실한 사람이 무슨 이유인지 단순직이나 직급에 맞지 않는 일에 배치돼 재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일종의 우정팽계이다. 요즘 파업 중인 어느 방송사에서 입장이 다른 기자와 피디들을 방송 제작 현장이 아니라 야외촬영장이나 부설 스케이트장 관리 따위를 맡긴 것도 크게 다르지 않다.
출전은 <후한서> ‘변양전’이다. 중국 후한 말기에 변양은 재능과 학문을 겸비하고서도 대장군 하진 진영의 말단직에 있었다. 변양과 동향으로 저명한 학자이자 서예가인 채옹이 하진에게 변양을 중용할 것을 권하는 말에서 유래했다. “옛말에 소를 삶는 큰 솥에 닭 한 마리를 삶게 되면(函牛之鼎以烹鷄) 국물이 묽어져 맛이 없어 못 먹게 되고, 물을 적게 부어 삶으면 익지 않아 먹을 수 없게 됩니다. 이는 큰 그릇을 작은 데 쓰는 격(大器之於小用)처럼 인재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쉬운 한자로 된 대재소용(大材小用)도 같은 뜻이다. 대재소용은 남송의 애국 시인 육유가 후배 시인이자 군사전략가인 신기질을 격려하며 준 시에서 비롯되었다. 신기질이 나이 예순넷이 되어서야 임금이 그를 수도로 불러 금나라 토벌 대책을 묻고자 한다는 소식을 듣고 크게 기뻐하자, 팔순 노인인 육유가 “큰 인물이 제대로 쓰이지 못함은 예로부터 한탄스러운 바(大材小用故益嘆)”라며 신기질을 격려하였다고 한다.
대재소용을 절절히 한탄한 사람으로 시인 두보가 있다. 두보가 제갈량의 사당인 무후사를 방문하고 그 감회를 읊은 시가 ‘고백행’(古柏行, 늙은 측백나무의 노래)이다. 이후 고백행은 수많은 세월 동안 큰 뜻과 포부를 지녔으나 끝내 세상의 쓰임을 얻지 못한 불우한 지사와 은자들의 마음을 달래주었다.
(…)/ 큰 집이 기울어 기둥과 대들보가 필요하다 해도/ 산과 언덕처럼 무거워 만 마리 소도 고개를 돌리고/ 아름다운 문장 드러나지 않아도 세상은 이미 놀랐다네/ 자르고 베는 것 굳이 사양치 않지만 누가 운반할 수 있으리/ 괴로운 중심에 땅강아지와 개미가 꼬이는 것 면할 수 없으나/ 향기로운 잎에는 난새와 봉새가 머물고 갔으리라/ 뜻있는 선비들과 은자들이여, 원망하거나 탄식하지 말라(志士幽人莫怨嗟)/ 예로부터 큰 재목은 쓰이기 어려웠노라.(古來材大難爲用)
이인우 선임기자 iwl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