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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대 회사가 면 생리대도 만들면 좋겠어요”

등록 : 2017-11-02 15:09 수정 : 2017-11-09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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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버려지는 일회용 생리대 20억개.”

지난달 27일 오후 금천구 독산동 한울중학교에서 열린 ‘건강과 환경을 생각하는 되살림 수업’에서 김정지현 강사의 말에 학생들이 깜짝 놀란다. 이 생리대들이 분해되는 데 100년 넘게 걸린다는 말에 학생들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한다. 일회용 생리대가 여성의 건강에 문제가 될 뿐 아니라, 숲 훼손과 쓰레기 문제로 환경을 파괴하고 있는 것에 학생들은 그만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되살림 수업은 독산4동 자원순환마을 사업의 하나로 이뤄졌다. 이날 수업은 1~3학년 200명이 8개 팀으로 나뉘어 각 교실에서 했다. 학생들은 먼저 일회용 생리대나 펼침막 등 일상에서 나오는 쓰레기 문제와 새활용(업사이클링)에 대해 강의를 들었다. 면 생리대를 만들고 폐펼침막을 활용한 에코 파우치(면 생리대 보관용 주머니) 꾸미기 체험(사진)이 이어졌다.

최근 생리대 사태가 있어서인지 학생들은 면 생리대 만들기에 관심이 많았다. 학생들은 형광 표백을 하지 않은 융을 가위로 자르고 패턴 선을 따라 홈질했다. 곡선 부분에 가윗집을 낸 뒤 뒤집어 똑딱단추를 달고 속대가 밀리지 않도록 양 날개 안으로 일직선 홈질을 하며 면 생리대를 만들었다. 익숙지 않은 바느질을 열심히 하는 남학생들도 있었다.

학생들은 자신이 만든 생리대를 보며 뿌듯해했다. 1학년 전해원 학생은 “면 생리대를 만들고 있으니 내 몸이 벌써 건강해지는 것 같다”며 “양이 적은 날에는 면 생리대를 써봐야겠다”고 말한다. 임채희 학생은 “한개밖에 못 만들어 아쉽다. 엄마와 얘기해 더 사고 싶다”고 했고, 정지유 학생은 “생리대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이제는 안심하고 쓸 수 있을 것 같다”고 좋아했다. 대부분 학생은 이날 배운 내용을 가족·친구들과 나누려 했고, 몇몇 학생은 생리대 회사에 알려 면 생리대를 만들도록 하고 싶다고도 했다.

독산4동 자원순환마을은 서울시 녹색서울시민위원회의 후원으로 동주민센터와 전국녹색가게운동협의회, 한국자원순환사회적협동조합이 함께 만들고 있다. 자원순환마을은 주민과 미래 세대인 청소년들이 지역에서 생기는 쓰레기를 줄이고 재활용할 수 있는 자원의 순환체계를 만들어 관리하는 마을을 말한다. 이 지역은 아파트보다 주택 중심의 주거지로 재활용품 집 앞 배출을 중지하고 재활용 정거장 체계로 일원화해 눈길을 끌고 있다. 사업단은 올해 초부터 주민들과 마을기획단 회의를 열며, 주민과 청소년을 교육하고 있다.

사업단의 김은영 한국자원순환사회적협동조합 사무국장은 “되살림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의 밝은 얼굴에서 자원순환에 대한 희망을 가진다”며 학생들이 자원순환마을의 미래 세대 지도자로 성장하기를 기대했다.


이현숙 기자 hslee@hani.co.kr, 사진 한국자원순환사회적협동조합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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