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입주 2년 아파트, ‘1등 공동체’ 비결은 젊은 엄마 뭉치기

2017 서울시 공동주택 활성화 사업 대상, 성동구 텐즈힐1단지 아파트

등록 : 2017-12-28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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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옆 초등학교의 학부모부터

자연스럽게 모여 교육문제 논의

주민공동체 ‘텐즈힐사람들’ 중심

성실한 태도로 주민 공감 끌어내

성동구 텐즈힐1단지 아파트 주민들이 지난 9월 ‘너도나도축제’를 열고 있다. 텐즈힐사람들 제공

“솔직히 대상까진 생각하지 못했어요. 지난해 은상을 받아 올해는 더 나았으면 좋겠다고 살짝 기대하긴 했지만. 많은 분이 참 열심히 했거든요.”

대상 얘기가 나오자 ‘텐즈힐사람들’ 이가빈 회장의 얼굴에 이내 웃음꽃이 핀다. 이 회장이 살고 있는 성동구 하왕십리동 텐즈힐1단지 아파트는 지난 13일 서울시가 주최한 ‘2017 서울시 공동주택 공동체 활성화사업’ 발표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서울 시내 25개 자치구의 249개 아파트단지가 경쟁한 가운데 차지한 1등이라서, 스스로도 대견스러워할 만하다.

텐즈힐1단지는 2015년 4월 입주를 시작해 현재 1702세대가 사는 대규모 아파트다. 이제 만 2년이 지난 ‘신생’ 아파트인 셈이다. 흔히 ‘공동체’ 하면 오랜 시간을 함께한 구성원들의 유대가 밑바탕에 깔려 있는 법인데, 입주 2년짜리 아파트가 ‘1등 공동체’가 된 비결은 뭘까?


그 궁금증을 풀어줄 중심에 아파트 주민공동체 모임 ‘텐즈힐사람들’이 있다. 주민 입주가 시작되고 두 달 뒤인 2015년 6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10여명의 ‘젊은 엄마’들이 뭉쳤다. 유보영 총무는 “단지에 초등학교가 붙어 있어 학부모가 많아요. 교육이 관심사이다 보니, 공동육아를 함께하면 어떨까 하고 자연스럽게 모였죠”라고 했다.

텐즈힐사람들이라는 이름 아래 한 달에 두 차례씩 정기모임을 열어 활동 계획을 세웠고, 지난해엔 초등학생을 위한 ‘마을학교’에 주력했다. 회원도 점차 늘어나 지금은 36명이 활동한다.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실, 노인회 등 텐즈힐1단지의 여러 구성원들도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성동구청 마을공동체과의 길보경 주무관은 “처음에는 ‘부녀회의 부활이냐’ ‘젊은 엄마들의 끼리끼리 모임 아니냐’ 같은 부정적 시선이 있었어요. 하지만 나보다 우리를 중시하는 태도와 성실한 활동으로 주민 전체의 공감을 끌어냈지요” 하고 소개했다.

올해는 텐즈힐사람들의 활동 목표가 아이, 부모, 어르신의 ‘삼대’로 넓혀졌다. 주민들이 화합하고 소통하는 ‘살맛나는 공동체’가 되려면 세대간 어울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마을 안에서 마음잇기’를 구호로 내걸고 3대가 소통하는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경로당 할머니들은 설 명절 전에 어린이집을 찾아가 세배와 한복 예절을 가르쳤고, 엄마 아빠들은 어르신들을 위한 효사랑 잔치를 마련했다. 단지 안 다목적룸에서 한 달에 두 차례 열리는 ‘재능다방’에선 할머니들이 반찬 만들기 강좌로 젊은 엄마들에게 재능을 기부했다.

이와 함께 가족 간 편지를 전하는 사랑의 우편배달부 행사 택배기사에게 한여름 무더위를 식히는 얼린 생수 나눔 행사 등도 열어 많은 참여가 있었다.

이런 노력들은 지난 9월16일 열린 ‘제2회 너도나도축제’에서 크게 빛을 냈다. 이날 마을축제는 주민들이 플리마켓 부스 45개, 체험 부스 9개를 차리는 등 적극적으로 참여해 큰 성황을 이뤘다. 유보영 총무는 “단지 주민은 물론이고 바깥 지역주민들도 많이 참여해 경품권 번호표가 3000번을 넘을 정도였다”고 했다.

텐즈힐사람들은 축제 수익금을 인근 왕십리광장에 세운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과 성동종합사회복지관에 기부하는 등 이웃과의 나눔에 적극 나서기도 했다. 이가빈 회장은 “2018년에는 마을공동체의 활동 영역을 단지 바깥으로 더욱 넓혀 지역과 상생하는 텐즈힐1단지가 되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재권 선임기자 jjk@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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