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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자비염(墨子悲染)이라고도 한다. 묵자가 실이 물드는 것을 슬퍼하였다는 말이다. <천자문>에 나오는 사자성어로, 원전은 <묵자> ‘소염’편이다.
묵자가 실을 물들이는 사람을 보고 탄식하며 말했다. “푸른 물감에 물들이면 파래지고, 누런 물감에 물들이면 누렇게 된다. 넣는 물감이 바뀌면 그 색도 또한 바뀐다. 다섯 번 넣으면 다섯 가지 빛깔이 된다. 그러므로 물들이는 일은 신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면서 묵자는 옛날의 성군 순임금, 우임금, 탕왕, 무왕이 각각 어질고 현명한 신하들에게 잘 물들어 천하의 어질고 의롭고 성공한 사람(天下之仁義顯人)이 되었다고 말한다. 반대로 잘못된 신하의 탐욕과 아첨에 물들어 나라를 망치고 자신도 죽어서 세상 사람들로부터 천하의 의롭지 못하고 욕된 사람(天下之不義辱人)으로 손가락질받은 군주들을 열거하고 있다.
묵자는 또 임금뿐 아니라 선비에게도 물드는 일을 경계한다. “그 벗들이 모두 인과 의를 좋아하고 순박하고 근신하며 법을 잘 지킨다면, 그의 집안은 날로 번성하고 그의 몸은 날로 편안해지며 명성은 날로 영화로워지고 관직에서도 도리에 맞도록 일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그 벗들이 모두 교만하여 뽐내기를 좋아하고 자기 뜻대로 가까이 어울려 붕당(朋黨)이나 이룬다면, 그의 집안은 날로 쇠퇴하고 그의 몸은 날로 위태로워지며 명성은 날로 욕되게 되고 관직에 나아가서도 도리에 맞도록 일할 수 없게 된다.”
<천자문>에서 묵비사염과 대구를 이루는 성어는 ‘시찬고양’(詩讚羔羊)이다. ‘<시경>은 고양(염소)을 기렸다’는 말이다. <시경>에 ‘고양’(염소)이란 제목의 시가 있다. 문왕의 훌륭한 정치에 물든 관리들이 헤진 염소 가죽옷을 다섯 겹이나 꿰매 입고 다닐 정도로 검소하고 청렴했다는 것을 찬양하는 노래다. ‘묵비사염 시찬고양’은 물듦의 차이를 보여주려는 의도의 대련이다.
묵자의 이런 가르침은 사실 새로운 것이 아니다. 묵자에 앞서 공자는 일찍이 ‘사람의 천성은 비슷하나 습관으로 인해 멀어진다’(<논어>)고 하여 교육이나 환경에 의한 후천적인 물듦이 그 사람의 성명(性命)을 좌우한다고 보았다. 근묵자흑(近墨者黑)이라는 말이나,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 마라’는 시조도 같은 취지의 경구이다.
참고로 묵자는 모든 사람을 차별 없이 더불어 사랑한다는 겸애(兼愛) 사상을 주창한 기술자 출신의 고대 사상가였다.
이인우 선임기자 iwl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이인우 선임기자 iwl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