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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24일 오후 구로구청 평생학습관에서 올해 첫 공무원 배심원단 업무 조정회의가 열렸다. 배심원단은 책상 앞에, 부서 담당자들은 뒷줄에 앉아 있다. 주택과의 담당 팀장이 손을 들어 가림막이 건축물이 아닌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오늘 안건은 두 건입니다. 먼저 민원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고 관련 부서에서 입장을 말씀한 뒤, 배심원단의 질문을 받겠습니다. 질문과 답변이 끝나면 해당 부서 담당자들은 나가면 됩니다. 배심원단이 토론을 거쳐 주무 부서를 정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겠습니다.”
1월24일 오후 구로구청 평생학습관에서 올해 첫 공무원 배심원단 업무 조정회의가 열렸다. 회의 진행을 맡은 감사실 문정화 민원순찰팀장이 상기된 표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배심원 5명과 첫 번째 안건 관련 부서 담당자들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돌았다.
구로구는 민원을 부서들이 서로 떠넘기는 이른바 ‘핑퐁 민원’을 줄이려 지난해 3월부터 공무원 배심원제도를 마련했다. 이성 구로구청장이 “소관 업무에 대한 부서 간 다툼이 생기면 결국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또 다른 불만 민원이 생기게 된다”며 문제 해결을 위한 공무원 배심원제 운영 검토를 지시하면서 시작됐다. 배심원단은 전 부서의 업무 경험이 풍부한 6급 1명씩 모두 37명으로 이뤄졌다. 부서장들이 추천한 업무 능력이 우수한 실무팀장들이다.
공무원 배심원단은 한때 인기 있는 티브이 개그 프로그램에 나온 ‘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애정남)처럼 핑퐁 민원의 애정남 구실을 한다. 부서 간 두 번 이상 떠넘기기가 이어지는 민원은 감사실이 두 차례에 걸쳐 조정한다. 부서 합의가 끝까지 이뤄지지 않으면, 감사실이 추첨으로 5명의 배심원을 뽑아 업무 조정회의를 연다. 관련 부서 배심원은 추첨에서 빠진다. 조정회의에서 배심원들이 토론을 거쳐 주관 부서를 정해 권고하면 담당 부서들은 이를 수용해 민원을 처리하는 방식이다.
이날 조정회의의 첫 번째 안건은 마트의 가림막(차양)에 대한 민원이다. 동네 마트가 1m가 넘는 가림막을 치고 그 아래에서 과일이나 채소를 펼쳐놓고 팔고 있었다. 마침 지나가던 택배 차량이 가림막과 부딪혔다. 가림막 값을 보상하게 된 택배 기사와 그 가족들이 돌아가며 민원을 제기했다.
관련 부서는 주택과와 건설관리과이다. 주택과는 “가림막은 건축물이 아니고, 사유지가 아닌 일반 도로 위라 건설관리과가 맡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건설관리과는 “공중에 있는 것이기에 건설관리과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서로 관련 법규를 들어 주장의 근거를 댔다. 주택과는 구로구 행정기구 설치 조례에 소관 부처가 명시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사유지는 주택과, 공공용지 관리에 관한 사항은 건설관리과가 담당 부서라는 것이다. “가림막은 도로의 기능을 침해하는 사항이므로 도로점용 업무를 주관하는 건설관리과의 소관이다. 가림막 설치와 함께 판매 시설물을 도로에 늘어놓는 것은 과태료 부과 대상이고 이 처분도 건설관리과가 하는 일이다”라고 주택과 담당자가 주장했다.
건설관리과의 생각은 달랐다. 건축법 2조의 건축물 정의에 따르면 건축물은 지붕과 기둥 또는 벽이 있는 것과 이에 딸린 시설도 포함된다는 것이다. “가림막과 같이 공중에 있는 건축 부속시설물은 건축에 부착된 고정시설물로 도로를 점용한 것으로 볼 수 없기에, 이 경우 사유지의 건축물에 있는 부속시설물의 위반으로 사유지를 관리하는 주택과 소관이라고 본다”라고 건설관리과 담당자가 강조했다. 서로 자기 부서 주장을 하다 보니 점점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만 말씀하셔도 되겠다. 일단 나가시고 배심원단에서 논의하겠다”고 배심원단이 단호하게 제지했다. 관련 부서 담당자들은 서둘러 자리를 정리하고 나갔다. 배심원단은 민원 발생이 도로 사용의 불편함에서 비롯된 점을 주목했다. 민원인의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도로가 제 기능을 할 수 없게 만든 원인을 처리해 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가림막이 도로의 공간 일부를 침해해 물건을 판매하므로 점용허가와 무단으로 노상 적치물 판매 행위를 단속하는 부서인 건설관리과에서 통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휴식 없이 두 번째 안건 조정회의에 곧바로 들어갔다. 이번 안건은 음식점 악취 민원이다. 아파트 단지 안 치킨집에서 나는 냄새와 소음으로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했다. 소음은 환경과에서 소음진동관리법에 따라 처리했다. 문제는 냄새였다. 환경과에서는 “음식점 냄새는 악취로 규정한 법이 없어 처리할 방법이 없다”며 악취는 위생과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악취방지법에 명시되어 있는 악취(44개)에 음식 냄새는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악취라고 다 규제할 수 없다. 일정 시설 규모 이상의 요건에 해당해야 한다. “악취방지법에서 명시하지 않은 대상을 규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 음식 냄새를 악취로 규정하는 대한민국 법은 어디에도 없다”며 음식점을 지도 감독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부서에서 관리하는 게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위생과는 “음식점이라고 무조건 위생과 소관이라고 보는 건 잘못이다”고 주장한다. 주장의 근거를 한 장으로 요약한 자료를 미리 준비해 배심원단에게 배포하는 꼼꼼함을 보였다. 위생과 주장의 근거는 세 가지다. 우선 구로구 행정기구 설치 조례에 따르면 생활복지국 안에 환경과가 있고 악취 방지 업무가 명시되어 있다. 또 환경기본조례에서는 생활환경에 대한 정의와 악취 등으로 사람의 건강이나 환경에 피해를 주는 상태를 환경오염이라고 정했다. 악취방지법에 따르면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 악취 배출시설 외에서 나오는 생활 악취를 줄이기 위해 대책을 세워 시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번 민원은 여러 차례 부서 이첩이 되어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나왔다. 관련 부서 담당자들도 어려움을 호소하며 상대 부서에 섭섭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위생과 팀장은 “담당자가 이 민원으로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고 있다”며 “음식점 지도 권한은 식품위생법 권한이지 환경법에 근거한 건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최근 악취는 주민 건강을 위협하는 환경오염이 되고 있기에 변화하는 민원 욕구를 고려해 배심원단이 현명하게 판단해주길 기대한다”고 읍소했다. 배심원단은 냉정하게 판단했다. 음식 냄새는 원인이 식당에 있으므로 위생과에서 맡아야 한다고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음식점 개업 신고를 할 때 위생과에서 배기시설 강화를 안내하면 도움이 될 거라 판단한 것이다. 다만 식품위생 제재 규정이 없어, 현행법으로는 행정 목적을 제대로 달성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 강월명 배심원(여성정책과 여성지원팀장)은 “핑퐁 민원들은 대체로 명확한 법 제도가 없어 생기기에, 배심원단이 주관 부서를 정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법 제도가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은 상급기관에 개선 방향을 건의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구로구 핑퐁 민원의 ‘애정남’, 공무원 배심원단은 현재까지 6건의 민원을 처리했다. 자치구 민원의 대부분은 서울시 응답소(120 다산콜센터)에서 일괄 접수하고 관련 부서를 임의로 지정해 보낸다. 해당 부서가 이의신청하면 감사실에서 재지정한다. 구로구는 지난해 응답소 접수 민원 5만6000건을 처리했고, 이 가운데 2개 부서 이상의 협조가 있어야 하는 민원이 2200여(4%)건이었다. 이 중 부서 조정이 필요한 민원이 110여 건에 이르렀다. 2~3일에 1건씩 생기는 꼴이다. 감사실의 조정에서도 합의를 못 이룬 6건을 배심원단 회의에서 최종 정리했다. 문 팀장은 “핑퐁 민원의 주관 부서를 위에서 일방적으로 정하면 반발도 있는데, 배심원단이 구정 전체의 시각에서 어느 부서가 적정하겠다고 판단해주는 건 효과적이고 납득할 만하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건설관리과의 생각은 달랐다. 건축법 2조의 건축물 정의에 따르면 건축물은 지붕과 기둥 또는 벽이 있는 것과 이에 딸린 시설도 포함된다는 것이다. “가림막과 같이 공중에 있는 건축 부속시설물은 건축에 부착된 고정시설물로 도로를 점용한 것으로 볼 수 없기에, 이 경우 사유지의 건축물에 있는 부속시설물의 위반으로 사유지를 관리하는 주택과 소관이라고 본다”라고 건설관리과 담당자가 강조했다. 서로 자기 부서 주장을 하다 보니 점점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만 말씀하셔도 되겠다. 일단 나가시고 배심원단에서 논의하겠다”고 배심원단이 단호하게 제지했다. 관련 부서 담당자들은 서둘러 자리를 정리하고 나갔다. 배심원단은 민원 발생이 도로 사용의 불편함에서 비롯된 점을 주목했다. 민원인의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도로가 제 기능을 할 수 없게 만든 원인을 처리해 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가림막이 도로의 공간 일부를 침해해 물건을 판매하므로 점용허가와 무단으로 노상 적치물 판매 행위를 단속하는 부서인 건설관리과에서 통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휴식 없이 두 번째 안건 조정회의에 곧바로 들어갔다. 이번 안건은 음식점 악취 민원이다. 아파트 단지 안 치킨집에서 나는 냄새와 소음으로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했다. 소음은 환경과에서 소음진동관리법에 따라 처리했다. 문제는 냄새였다. 환경과에서는 “음식점 냄새는 악취로 규정한 법이 없어 처리할 방법이 없다”며 악취는 위생과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악취방지법에 명시되어 있는 악취(44개)에 음식 냄새는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악취라고 다 규제할 수 없다. 일정 시설 규모 이상의 요건에 해당해야 한다. “악취방지법에서 명시하지 않은 대상을 규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 음식 냄새를 악취로 규정하는 대한민국 법은 어디에도 없다”며 음식점을 지도 감독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부서에서 관리하는 게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위생과는 “음식점이라고 무조건 위생과 소관이라고 보는 건 잘못이다”고 주장한다. 주장의 근거를 한 장으로 요약한 자료를 미리 준비해 배심원단에게 배포하는 꼼꼼함을 보였다. 위생과 주장의 근거는 세 가지다. 우선 구로구 행정기구 설치 조례에 따르면 생활복지국 안에 환경과가 있고 악취 방지 업무가 명시되어 있다. 또 환경기본조례에서는 생활환경에 대한 정의와 악취 등으로 사람의 건강이나 환경에 피해를 주는 상태를 환경오염이라고 정했다. 악취방지법에 따르면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 악취 배출시설 외에서 나오는 생활 악취를 줄이기 위해 대책을 세워 시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번 민원은 여러 차례 부서 이첩이 되어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나왔다. 관련 부서 담당자들도 어려움을 호소하며 상대 부서에 섭섭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위생과 팀장은 “담당자가 이 민원으로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고 있다”며 “음식점 지도 권한은 식품위생법 권한이지 환경법에 근거한 건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최근 악취는 주민 건강을 위협하는 환경오염이 되고 있기에 변화하는 민원 욕구를 고려해 배심원단이 현명하게 판단해주길 기대한다”고 읍소했다. 배심원단은 냉정하게 판단했다. 음식 냄새는 원인이 식당에 있으므로 위생과에서 맡아야 한다고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음식점 개업 신고를 할 때 위생과에서 배기시설 강화를 안내하면 도움이 될 거라 판단한 것이다. 다만 식품위생 제재 규정이 없어, 현행법으로는 행정 목적을 제대로 달성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 강월명 배심원(여성정책과 여성지원팀장)은 “핑퐁 민원들은 대체로 명확한 법 제도가 없어 생기기에, 배심원단이 주관 부서를 정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법 제도가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은 상급기관에 개선 방향을 건의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구로구 핑퐁 민원의 ‘애정남’, 공무원 배심원단은 현재까지 6건의 민원을 처리했다. 자치구 민원의 대부분은 서울시 응답소(120 다산콜센터)에서 일괄 접수하고 관련 부서를 임의로 지정해 보낸다. 해당 부서가 이의신청하면 감사실에서 재지정한다. 구로구는 지난해 응답소 접수 민원 5만6000건을 처리했고, 이 가운데 2개 부서 이상의 협조가 있어야 하는 민원이 2200여(4%)건이었다. 이 중 부서 조정이 필요한 민원이 110여 건에 이르렀다. 2~3일에 1건씩 생기는 꼴이다. 감사실의 조정에서도 합의를 못 이룬 6건을 배심원단 회의에서 최종 정리했다. 문 팀장은 “핑퐁 민원의 주관 부서를 위에서 일방적으로 정하면 반발도 있는데, 배심원단이 구정 전체의 시각에서 어느 부서가 적정하겠다고 판단해주는 건 효과적이고 납득할 만하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공무원 배심원제도는 안팎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지난 연말 ‘서울시 2017년 민원서비스 개선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소관이 불분명한 민원을 조정해 신속하고 공정한 처리를 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이다. 이성 구청장도 올해 신년사에서 “구가 외부기관 청렴도 1위를 받은 데에는 배심원제, 옴부즈만제 등이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배심원단이 실효성 있게 운영되기 위한 보완 의견도 있다. 소세훈 배심원(사회복지과 장애인복지팀장)은 “핑퐁 민원을 맡게 된 부서에는 당근도 같이 가야 한다. 사기 진작을 위해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종은 감사실장은 “서로 떠넘기는 핑퐁 민원은 대체로 틈새 민원인데, 간혹 이런 점을 악용하는 경우가 있어 배심원단이 해야 할 일이 많아지고 있다”며 “현재 배심원단 결정은 권고의 수준이므로 행정기구 설치 조례 개정 등에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현숙 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