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고사성어

사마천과 이재용

천금지자 불사어시(千金之子 不死於市) 천 천, 돈 금, 어조사 지, 아들 자, 아닐 불, 죽을 사, 어조사 어, 저자 시

등록 : 2018-02-08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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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금을 가진 부잣집 자식은 저잣거리에서 죽지 않는다’는 말이다. 사마천의 <사기> ‘화식열전’에 나오는 말이다.

같은 ‘화식열전’에 ‘소봉’(素封)이란 말도 나온다. 재산이 매우 많아 제후에 비견할 만한 부자를 뜻한다. 오늘날 용어로는 재벌이다.

사마천은 ‘화식열전’에서 소봉, 즉 부자들을 객관적으로 평가한다. 부자라고 해서 무조건 선악을 예단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사마천이 보기에 부를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사마천은 말한다. “부는 자연스러운 세상의 이치라서 청렴한 벼슬아치도 오래 그 자리에 있으면 부유해진다. 공정한 장사꾼도 오래 하다 보면 마침내 부유해진다.”

왜 그럴까? 부의 추구는 인간의 본성이며, 사람은 누구나 그 타고난 바를 따르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만일 가난하여 부모를 봉양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과 예로서 사귀지 못하는데도 이를 부끄러워할 줄 모르면 비할 데 없이 못난 사람이다. 그래서 재물이 없는 사람은 힘써 일하고, 재물이 조금 있는 사람은 온갖 머리를 짜내고, 이미 많이 가진 재산가는 더 많은 이익을 위해 시간을 다툰다.”

어디 그뿐이랴? “의사나 도사 그 밖의 여러 가지 기술로 먹고사는 사람이 노심초사하며 자신의 재능을 다 바치려 하는 것은 막대한 보수를 얻기 위해서이고, 벼슬아치가 글을 교묘하게 꾸며 법을 농간하고 도장과 문서를 꾸미는 것은 뇌물을 탐하기 때문이다. 농부와 직공과 상인이 저축하고 이익을 늘리는 것은 부를 추구하고 재산을 불리려 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지혜와 능력을 다하고 온 힘을 기울여서 남에게 재물을 넘겨주지 않으려 한다.” 이 또한 인간의 본성이다.

그러면 부에도 본성이 있을까? “부유한 사람이 세력을 얻으면 세상에 더욱 드러나고, 세력을 잃으면 빈객들이 갈 곳이 없어져 따르지 않는다. 이러한 경향은 이적의 나라(문화가 뒤떨어진 나라)일수록 더 심하다. ‘천금을 가진 부잣집 자식은 저잣거리에서 죽지 않는다’라고 했는데, 이는 빈말이 아니다. 그러므로 ‘천하 사람은 모두 이익을 위해 기꺼이 모여들고, 이익을 위해 분명히 떠난다’라고 하는 것이다.”


사마천은 보석금을 낼 돈이 없어 궁형을 피하지 못한 사람이다. 그런 사마천이 이재용씨 항소심을 봤다면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저 ‘천금지자 불사어시’를 되뇌진 않았을까….

이인우 선임기자 iwl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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