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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강은 작은 물줄기 하나라도 가리지 않는다”는 말이다. “큰 산은 한 덩이 흙도 마다치 않는다”는 뜻의 ‘태산불사(양)토양’(泰山不辭(讓)土壤)과 대구를 이룬다. 중국 전국시대 진시황의 천하통일을 뒷받침한 재상 이사가 객경(타국 출신으로 등용된 관리)으로 있을 때, 진왕에게 올린 상소문 ‘간축객서’(諫逐客書)의 한 구절이다.
“신이 듣건대 땅이 넓으면 곡식이 많이 나고, 나라가 크면 인구가 많으며, 군대가 강하면 병사도 용감하다고 합니다. 태산은 흙 한 덩이도 마다치 않아서 그렇게 높아질 수 있었고(泰山 不讓(辭)土壤 故能成其大), 강과 바다는 작은 물줄기 하나라도 가리지 않아서 그렇게 깊어질 수 있었습니다(河海 不擇細流 故能就其深). 이처럼 왕자(王者)는 어떠한 백성도 물리치지 않아야 그 덕을 천하에 밝힐 수 있는 것입니다.”
초나라 출신으로 진나라에 기용돼 있던 이사는 진나라 조정이 타국 출신 선비들을 “첩자인지 의심스럽다”는 이유로 모두 추방하려 하자 ‘축객령의 부당함을 간합니다’는 뜻의 이 상소문을 썼다. 이 글은 <사기> ‘이사열전’을 비롯한 사서, <고문진보> 등의 문집류에 많이 수록돼 오늘날까지 널리 알려져 있다.
“능력 있는 타국 출신을 일방적으로 쫓아내는 것은 나라에 아무런 이득이 되지 못한다”는 이사의 주장은 진시황에게 받아들여져 축객령은 철회되었고, 간첩으로 지목돼 축객령의 빌미가 되었던 한나라 출신 토목기술자 정국(鄭國)은 처형을 면하고, 훗날 ‘정국거’(鄭國渠)라고 하는 큰 운하를 완성했다. 이 운하가 진나라 농업을 크게 발전시켜 천하 통일의 밑거름이 되었음은 역사가 잘 전하고 있다.
평창겨울올림픽이 30년 전의 서울올림픽과 다른 점 가운데 하나가 많은 귀화 선수와 외국인 코치, 기술진의 존재이다. 비록 귀화 선수 가운데 메달리스트는 나오지 않았지만, 그들이 물꼬를 튼 기술과 기록을 바탕으로 머지않은 올림픽에서 다양한 피부, 다양한 이름의 한국인 메달리스트들이 시상대에 오를 것이다. 평창올림픽 폐막식 주제도 마침맞게 ‘미래의 물결’(Next Wave)이었다. 조화와 융합을 통한 공존과 공영이라는 미래 세계의 비전을 잘 선취한 주제였다. ‘우리 민족’만을 외치는 쪽과 개방과 융합의 길로 나아가는 쪽 가운데 어느 쪽이 미래의 물결을 타고 있을까? 21세기의 동북아시아가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는 한, 어느 나라든 ‘불사토양 불택세류’의 물결을 타는 쪽이 미래를 향해 전진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인우 선임기자 iwl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