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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곳곳에 남아 있는 일제의 침탈 흔적을 살필 수 있는 역사탐방길 ‘남산 기억로’가 조성됐다. 서울 중구는 지난 13일부터 남산 기억로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산 기억로는 장충단공원의 장충단비에서 시작해 안중근 기념관에 이르는 총 길이 4㎞의 코스로, 모두 둘러보려면 2시간쯤 걸린다. 탐방길은 장충단공원, 동국대 정각원, 통감관저 터, 통감부 터, 왜성대 터, 노기신사 터, 경성신사 터, 한양공원비, 조선신궁 터 등 9개의 주요 지점을 지난다. 중구 문화관광과는 “해방 이후 대부분 사라졌지만 지점마다 간직하고 있는 상흔과 이야기만으로도 큰 교훈을 준다”고 설명했다.
장충단은 우리나라 최초의 현충원이라 할 수 있는 제향 공간으로, 을미사변 때 순국한 장병을 기리기 위해 고종의 명으로 1900년에 세웠다. 그러나 일제는 이곳을 공원으로 만들고 이토 히로부미(이등박문)를 추모하는 ‘박문사'(博文寺)를 세우는 등 훼손에 몰두했다.
동국대 정각원은 본래 광해군이 세운 경희궁의 정전(正殿·왕이 나와서 조회를 하던 궁전)인데, 1926년 지금의 자리로 옮겨와 법당으로 쓰이고 있다. 일본인들이 강제 철거하고 팔아넘겨 원형이 크게 파손됐다고 한다.
통감부는 1906년 설치된 식민지 통치기구로 1910년에 조선총독부로 탈바꿈했다. 1926년 경복궁으로 옮길 때까지 남산에 똬리를 틀고 한반도 지배의 중심 역할을 했다. 통감이 머무는 통감관저가 있었던 통감관저 터에는 현재 ‘일본군 위안부 기억의 터’가 꾸며져 있다. 노기신사는 러일전쟁 때 일본의 승리에 공을 세운 노기 마레스케 장군을 위해 세운 신사였다.
매주 화·목·토요일 오전 10시와 오후 2시에 4명 이상이 모여 남산 기억로를 탐방하면, 무료로 해설사가 동행한다. 해설사 동행 신청은 중구 문화관광 누리집(www.junggu.seoul.kr/tour), 모바일 앱 ‘중구 스토리 여행', 전화(02-3396-4623)로 하면 된다.
최창식 중구청장은 “평소 도심 명소로만 여겼던 남산의 상처를 보듬고 역사의 교훈을 되새기는 마중물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재권 선임기자 jjk@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정재권 선임기자 jjk@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