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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 같은 저학년 아이들 모아
교통안전지도사가 함께 걸어
학부모 만족도 95.6% 기록
이용자 해마다 20% 늘며 ‘인기’
지난 2일 오후 성동구 응봉초등학교 앞에서 서귀옥 교통안전지도사(왼쪽부터)가 3학년 유승효 군과 어깨동무한 채 걷고 있다. 올해 입학한 윤상원 군은 등교 첫날이라 엄마도 함께 걸었다. 성동구 제공
지난 2일 오후 성동구 응봉초등학교 앞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학생들이 교실 밖으로 나와 하교를 시작하자 마중 나온 학부모들이 몰려든 것이다. 그 와중에 초록색 형광 조끼를 입은 ‘워킹스쿨버스’ 교통안전지도사 7명이 학생들을 찾아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몇몇 아이들과 반갑게 인사한 서귀옥(42) 지도사는 “수빈이는 엄마가 미술학원으로 바로 가래? 그럼 상가에서 내려주면 되겠네” “지은이는 피아노학원 안 가?” 등의 대화를 나눴다.
‘걸어다니는 학교버스'를 뜻하는 워킹스쿨버스(Walking School Bus)는 교통사고와 각종 범죄에 노출되기 쉬운 저학년 초등학생들의 안전한 등하교를 돕기 위한 통학 방식이다. 교통안전지도사가 방향이 같은 아이들을 모아 함께 걸어가며 아파트나 동네 입구까지 데려다준다.
응봉초등학교에는 워킹스쿨버스 노선이 있는데, 서 지도사가 맡은 노선은 대림2차아파트가 기·종점이다. “지난해에는 14명을 혼자 맡았는데, 올해는 20명이나 신청해 지도사도 한 명 더 늘어났어요. 2·3학년 친구들은 대부분 아는데, 처음 만나는 1학년들 얼굴을 빨리 익혀야 해요.” 올해 입학한 윤상원군의 엄마는 “맏이가 이 학교 5학년이라 워킹스쿨버스 이야기는 많이 들었고, 이용해본 엄마들이 다 좋다고 해서 신청했다. 상원이가 지도사 선생님과 처음 만나는 날이라 오늘만 나왔다. 출근하면서 등교는 시키는데, 퇴근이 늦어 하교를 봐줄 수가 없다. 지도사 선생님이 아이와 함께한다니 안심”이라고 했다.
학생들과 친구처럼 웃으며 이야기하던 서 지도사는 신호등 없는 건널목에 이르자 표정과 목소리가 달라졌다. 아이들을 주의시키고 차도 좌우를 확실하게 살피도록 한 뒤에 건너게 했다. “아이들이니까 종잡을 수가 없죠. 안전한 길에서는 어느 정도 풀어주지만, 건널목이나 위험한 곳에서는 강력하게 제지합니다. 4년 동안 사고 한 번 없었어요.” 종점인 대림2차아파트 앞에서 남학생들과 작별한 그는 3학년 심윤지양과 함께 아파트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여자 친구들은 엘리베이터 앞까지 데려다줘요. 혹시라도 무서운 사람이랑 엘리베이터에 같이 탈까봐 걱정되니까요.” 나은욱 성동구 교통행정과 주무관은 “원칙은 종점까지만 데려다주면 되는데, 열정이 대단한 지도사들이 많다. 주택가에서는 집집이 데려다주는 분도 계시다”고 말했다.
학생들과 친구처럼 웃으며 이야기하던 서 지도사는 신호등 없는 건널목에 이르자 표정과 목소리가 달라졌다. 아이들을 주의시키고 차도 좌우를 확실하게 살피도록 한 뒤에 건너게 했다. “아이들이니까 종잡을 수가 없죠. 안전한 길에서는 어느 정도 풀어주지만, 건널목이나 위험한 곳에서는 강력하게 제지합니다. 4년 동안 사고 한 번 없었어요.” 종점인 대림2차아파트 앞에서 남학생들과 작별한 그는 3학년 심윤지양과 함께 아파트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여자 친구들은 엘리베이터 앞까지 데려다줘요. 혹시라도 무서운 사람이랑 엘리베이터에 같이 탈까봐 걱정되니까요.” 나은욱 성동구 교통행정과 주무관은 “원칙은 종점까지만 데려다주면 되는데, 열정이 대단한 지도사들이 많다. 주택가에서는 집집이 데려다주는 분도 계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2018년 서울시 생활임금 시급 9211원을 기준으로 하루 두 시간씩 교통안전지도사 인건비를 자치구에 지원하는데, 성동구는 자체 예산으로 1시간을 더해 하루 세 시간 치 급여를 준다. 나 주무관은 “방학까지 합쳐 계산하면 월평균 급여가 57만원 정도 된다”며 “지도사는 해당 학교 학부모님을 우선 뽑고 있다”고 말했다. 서 지도사도 두 자녀가 모두 응봉초등학교를 졸업했다. “4년 전에 지도사를 시작했는데, 아들딸이 졸업한 뒤에도 다른 엄마들이 계속해달라고 해서 지금까지 하고 있어요. 아이들 크는 거 보는 것도 재미있고….”
올해 3년차인 문영덕(44) 지도사는 “같은 학부모라 안심할 수 있고 편하니까 해마다 신청자가 늘어나고 있다. 맏이가 이 학교에 다닐 때 워킹스쿨버스가 있었다면 나도 신청했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실제로 성동구 워킹스쿨버스 이용자는 한 해 약 20%씩 꾸준히 늘었고, 지난해 학교별 가정통신문으로 이용 만족도를 조사했을 때 95.6%가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1·2학년의 워킹스쿨버스 이용률도 서울 평균(1.4%)의 10배인 13.6%에 이를 만큼 월등하다. 이처럼 이용률이 높은 것은 성동구의 남다른 노력 덕분이다. 2016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워킹스쿨버스를 성동구의 모든 초등학교로 확대했고, 지난해 서울에서 처음으로 1·2학년이었던 대상자를 3학년까지 늘렸다. 반면 지난해 워킹스쿨버스를 실시한 서울 초등학교는 34.6%인 209개교뿐이다.
다른 자치구와 달리 3월 초 개학과 동시에 워킹스쿨버스 운행을 시작한다는 점도 인기 요인이다. 학부모 수요조사와 노선 선정, 지도사 모집 등 한 달 이상 걸리는 준비 과정 때문에 나머지 자치구는 4월에 시작한다. 그러나 성동구는 1월 입학생 예비소집 때부터 수요조사를 시작하는 등 발 빠른 준비로 3월 한 달 공백을 없앴다. 황규영 성동구 교통행정과장은 “워킹스쿨버스에 대한 정원오 구청장의 의지가 워낙 강하다. ‘교육 특구에 걸맞은 명품교육 도시를 만들기 위해 어린이 교통사고를 예방하고 안전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다”고 했다.
원낙연 기자 yanni@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