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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장 자리에 2021년 29층짜리 건립
구청 주도로 안심 먹거리 조합 설립
원산지 직거래 방식 500명 이상 참여
동네 주민 참여도가 성공의 관건
450가구가 사는 주상복합단지로 정비되는 서대문구 남가좌동 모래내시장 모습.
16일 낮 서대문구 남가좌동 모래내시장과 서중시장. 가재울 뉴타운지구 안에 있는 이곳은 1970~80년대 서울 서부지역의 최대 재래시장으로 유명했지만, 낡고 오래된 분위기가 먼저 느껴졌다. 여기저기 빈 가게가 눈에 띄고 어수선하다. 시장정비사업을 위해 다음 달부터 철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탓이다.
두 시장이 자리했던 1만2247㎡(3711평)의 터엔 오는 2021년 29층 높이의 주상복합단지(아파트 4개 동, 450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1997년 추진위원회가 결성된 뒤 20년 만인 지난해 말 서대문구청으로부터 시장정비사업 관리처분 인가를 받았다. 관리처분 인가 이후엔 주민들의 이주가 진행되고, 시공사는 철거와 착공을 할 수 있다. 시장에 토지 등을 소유했던 재개발조합원 204명 가운데 150명가량은 아파트를, 나머지 50여 명은 1·2층 상가의 가게를 각각 분양받는다.
이 주상복합단지는 도시재정비촉진법 제정 뒤 시장 개발로 관리처분 인가가 난 첫 사례라는 점 말고도 단지 지하 1층에서 모색되고 있는 ‘실험’ 때문에 관심을 끌고 있다. 서대문구가 지하 1층 1943㎡(589평) 크기의 공간에 추진 중인 ‘가재울 협동조합형 마트’(가칭)가 그것이다. 오면숙 서대문구 일자리경제과장은 “건강하고 안전한 생활환경을 위해 구민이 안심할 수 있는 먹거리와 생활용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협동조합형 마트를 세우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주상복합단지 조감도. 시장정비사업조합 제공
서대문구가 구상하는 협동조합형 마트는 지역 주민들이 원산지 직거래 원칙 아래 농산물은 물론 생선·육류, 공산품, 친환경제품 등의 판매와 유통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이다. 오 과장은 “소비자의 경우, 적어도 500명 이상이 참여하는 협동조합을 생각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생산자와 유통 관계자, 마트 직원 등도 조합원이 되는 모델을 지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윤 추구가 목적인 일반 영리기업이 아니라 지역 내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조합원으로 참여해 필요한 것들을 스스로 해결하자는 것이다. 구는 협동조합형 마트가 만들어지면 친환경, 유기농 인증 절차에 관여하는 등 신뢰성 있는 시스템 마련을 도울 방침이다.
서대문구는 지난해 7월 태스크포스(TF·특별기획팀)를 구성하고 유럽의 협동조합을 벤치마킹하는 등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매장 공간을 시장정비사업조합에서 분양받는 데 100억원가량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구예산과 함께 정부의 도시재생 사업 공모에 참여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구는 또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지역단위 푸드플랜 구축사업’을 주제로 1억원의 연구용역비를 지원받아 지역 먹거리 실태조사 등을 벌이고 있다.
그렇지만 협동조합형 마트 추진 작업이 탄탄대로를 걷는 것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협동조합의 ‘주인’이 될 지역 주민들의 이해와 동의가 아직 완전하지 않은 상태다. 주민들 가운데 일부는 협동조합 대신 대형 유통기업이 운영하는 기업형 슈퍼마켓(SSM)을 선호하고 있다고 한다. 홍기윤 시장정비사업조합 총무이사는 “주민들이 협동조합형 마트에 아직 낯선 느낌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주민들의 의견이 잘 반영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까닭에 서대문구는 지난 9일 서대문구 사회적경제마을센터에서 ‘가재울 타운홀 미팅’을 열고 주민들에게 협동조합을 상세히 설명하는 한편, 주민들의 궁금증과 불만도 청취했다. 구는 앞으로도 주기적으로 타운홀 미팅을 열어 소통과 협의를 지속하기로 했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협동조합형 마트를 거점으로 지역 내 주체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민관 협치 모델을 만들면, 기존 도시정책의 한계를 극복하고 사회적경제 방식의 도시재생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문 구청장은 “그렇지만 주민들이 동의하지 않는 협동조합형 마트는 결성이 불가능하고 성공할 수도 없다”며 “지역 발전을 위한 최선의 방안이 무엇인지 주민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협의하며 주민 의사를 충분히 반영해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사진 정재권 선임기자 jjk@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