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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랑천 둔치와 잇고 공장 일부 보존
공장 터와 서울숲은 지하로 연결
포스코 “미래관을 세계적 작품으로”
성동구, 승마장 터에 도서관 검토
성동구 서울숲은 옆으로 한강과 중랑천이 흘러가고, 봄철이면 노란 개나리로 유명한 응봉산을 마주 보고 있다. 가까운 성수동 골목은 예쁜 식당과 카페, 상점들로 인기가 높다. 애초 서울숲은 61만㎡(약 18만5천 평)의 대규모 공원으로 계획됐지만, 레미콘공장과 승마장, 정수장 등이 포함되지 못해 처음 계획의 3분의 2 규모인 43만㎡(약 13만300평)로 줄어들었다. 무엇보다 1976년 들어선 레미콘공장은 40여 년 동안 서울의 주요 공사 현장에 레미콘을 공급하면서 소음·분진·교통 체증 등으로 지역 주민에게 불편을 끼쳤다. 서울시와 성동구는 2015년부터 공장 이전을 위해 운영사(삼표산업), 공장 터 소유주(현대제철) 등과 여러 차례 실무 협의를 거듭한 끝에 2022년까지 공장을 옮기고 철거하기로 지난해 10월 합의했다.
후속 조처로 최근 서울시는 레미콘공장 터를 포함해 서울숲 면적을 43만㎡에서 61만㎡로 지금보다 40% 확대하는 구상안을 내놨다. 구상안을 보면, 레미콘공장이 이전하면 공장 터 2만7828㎡(약 8430평)는 중랑천 둔치와 이어지는 수변 문화공원으로 바뀐다. 서울시는 공장 시설 일부를 보존해 산업화 시대 역사의 흔적을 남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역 고가도로를 공중 사람길로 바꾼 ‘서울로 7017’, 석유비축기지를 문화시설로 바꾼 ‘마포 문화비축기지’와 같은 도시재생의 거점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수변 문화공원 조감도
간선도로(성수대교 북단, 고산자로)로 중간이 끊기는 지점에는 지하통로를 놓고, 도로 상부를 지나는 덮개 공원을 만든다. 경의선 응봉역과 레미콘공장 터 주변에는 보행 전용 다리를 놓아 공원과 연결한다. 서울시는 서울숲에서 지하철 서울숲역·뚝섬역으로 이어지는 기존 보행로도 정비해 대중교통을 이용해 공원을 찾기 쉽게 만들기로 했다. 김준기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앞으로 서울숲 일대를 잠실과 연계해 서울의 균형 발전에 기여하고, 한강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도시재생 모델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공원 안에는 과학 교육의 터전이 될 ‘과학문화미래관’(가칭)이 2022년 들어선다. 포스코가 창립 50주년 기념 사회공헌사업으로 사업비 전액을 들여 짓는다. 파리 루이뷔통 미술관, 도쿄 산토리 음악홀처럼 기업의 사회공헌사업과 연계한 시민 문화시설이 생기는 것이다. 과학문화미래관에는 세계적인 체험형 과학 전시관인 미국 샌프란시스코 과학관(익스플로러토리움)과 손잡고 인기 콘텐츠를 들여온다.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참여하는 지명 설계 공모로 과학관 건물을 지어 건축물과 콘텐츠 모두 세계의 주목을 받는 시설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건물 내부에는 과학 전시관뿐 아니라 1970년대부터 서울 제조업을 이끈 성수동의 특성을 살린 산업전시관과 서울숲·한강·중랑천을 한 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도 만든다.
과학문화미래관 조감도
서울시는 과학문화미래관 터 제공과 접근성 개선을 위한 인프라, 인허가 등 행정 지원을 하고 건립 이후 포스코로부터 시설을 기부받아 운영 전반을 담당한다. 포스코는 사업비 등 건립 과정 전반을 주관하고, 지은 후 시설은 서울시에 건물을 기부한다. 오인환 포스코 사장은 “과학문화미래관이 서울의 랜드마크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랜드마크로서 수많은 외국인이 찾는 명소로 이름을 떨치고, 시민 누구나 문화와 예술을 누리는 곳으로 사랑받길 기대한다”며 “세계적 건축가들이 참여하는 국제공모를 거쳐 지구촌 사람들이 꼭 봐야 할 작품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옛 뚝섬승마장(1만2692㎡), 뚝섬유수지(6만862㎡) 등 서울숲에 포함되지 않았던 시유지도 단계별로 공원화하고, 서울숲과 연결할 예정이다. 큰 틀에서 승마장은 공원에 적합한 시설로 변경하고, 유수지에는 생태 보행 데크를 깔고, 정수장은 시설 상부를 녹화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서울숲과 어울리지 않는 승마장을 하루빨리 이전하고 아이들 꿈이 자라나는 도서관을 지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준기 부시장은 “승마장 터도 서울숲에 포함해 회복해야 한다는 원칙은 맞다”며 “어떻게 쓸 것인가 부분은 전체적인 구상 속에서 논의하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낙연 기자 yanni@hani.co.kr
사진 서울시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