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공유
소방재난본부, 전통시장 돌며 안내
폭발 위험 ‘가압식’은 무조건 폐기
재활용업체 “한 달에 1만 대씩 수거”
‘축압식’도 매달 흔들고 압력 확인
지난 2일 오후 중구 남대문시장에 있는 대도종합상가 D동에서 중부소방서 장세경 소방관(오른쪽부터)이 박종찬 소방관과 함께 상인들에게 소화기 사용법과 관리 요령 등을 알려주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지난 2일 오후 중구 남대문시장에 있는 대도종합상가 D동에서는 소방관들이 소화기를 들고 있었다. “손잡이에 압력계가 달려 있는 게 현재 판매되는 축압식 소화기입니다. 사용하려면 안전핀을 뽑은 뒤 손잡이를 힘껏 누르시면 됩니다.” 중부소방서 장세경 소방관이 박종찬 소방관과 함께 상인들에게 소화기 사용법과 관리 요령을 알려주고 있었다.
“가만히 오래 두면 안에 있는 약제가 굳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수 있으니 한 달에 한두 번씩 흔들어주는 게 좋습니다. 그때 압력계(작은 사진)도 꼭 살펴보세요. 지시 눈금이 가운데 녹색보다 아래를 가리키면 압력이 부족하므로 재충전하거나 교체해야 합니다.” 또 본체 옆면에 찍힌 제조일자도 확인할 것을 당부했다. 만든 지 10년이 넘은 낡은 소화기는 반드시 교체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28일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소방시설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분말소화기의 내용연수(안전상 그 목적을 달성하도록 사용에 견딜 수 있는 연수)가 10년으로 법제화됐다. 그전에는 내용연수(8년)가 강제 조항이 아닌 자율 권고사항이었다. 1년 동안의 유예기간이 끝남에 따라 올해 1월28일부터 낡은 소화기 교체 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다중이용시설은 과태료 납부 등 행정처분을 받게 됐다. 제조일자로부터 10년이 지난 소화기는 무조건 폐기·교체하거나 한국소방산업기술원에 성능 확인 검사를 의뢰해 연장 사용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성능 확인 검사 수수료가 새 제품 가격보다 비싸 다중이용시설 대부분은 새 소화기로 교체하고 있다. 강문영 대도종합상가 D동 기술상무는 “우리 상가는 지난해 말까지 노후 소화기를 모두 교체했고, 상인들에게 소화기 사용법도 교육했다”고 말했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권덕필 소방관은 “다중이용시설에서 소화기를 대량 구매하면서 국산 소화기 품귀 현상까지 빚는 바람에 가격이 평균 30% 정도 올랐다”고 말했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3.3~3.4㎏(3단위)짜리 축압식 소화기는 현재 인터넷에서 3만원 안팎에 살 수 있다. 중국산 등 수입 제품은 한국소방산업기술원에서 인증받은 제품인지 확인한 뒤 사면 된다. 직접 소화기를 확인해 사고 싶다면 종로구 청계천 2~3가와 영등포구 영등포시장 등에 있는 소방기구 전문상가로 가면 저렴하게 살 수 있다. 장세경 소방관은 손잡이 부근에 압력계가 없는 소화기를 가리키며 “이건 1999년부터 생산이 중단된 가압식 소화기인데, 폭발할 수 있으므로 절대 쓰지 말고 바로 폐기하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2013년 8월22일 영등포구에 있는 한 공장에서 가압식 소화기로 화재를 진압하려던 60대 남성이 소화기가 폭발하면서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가압용 소화기는 용기 안에 가압용 가스용기가 따로 있는데, 습기가 많은 곳에 오래 방치된 소화기의 하단이 부식하면서 순간 압력을 못 이기고 폭발한 것이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는 사망 사고가 난 뒤 2014년 한 해 동안 다중이용시설 등 13만 5225곳을 대상으로 불량 소화기를 대대적으로 점검한 결과, 소화기가 오래됐거나 엉뚱한 곳에 소화기를 둔 2187곳을 찾아내 시정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20년 전에 단종된 가압식 소화기는 지금도 곳곳에서 발견된다. 전국에서 낡은 소화기를 수거하는 한국소방안전사회적협동조합의 한 관계자는 “현재 수거하는 소화기의 15% 정도가 가압식 소화기”라며 “전국에서 한 달 동안 6만~7만 대쯤 수거하니까 가압식 소화기는 1만 대 가까이 수거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는 낡은 소화기의 수집과 폐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각 단위 소방서마다 ‘노후 소화기 수집 거점제’를 운영한다. 권덕필 소방관은 “노후 소화기는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주민센터에서 산 재활용 스티커를 붙여서 내놓아야 하지만, 시민의 편의를 위해 소방서에서 무료로 수거한 뒤 재활용업체에서 일괄 처리하고 있다”며 “제조일자로부터 10년이 지난 소화기나 가압식 소화기 등 불량 소화기는 가까운 소방서를 방문해 폐기하면 된다”고 말했다. 원낙연 기자 yanni@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