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공유
이사회 파행으로 6년간 교장 공석
학생회·학부모회·동아리·교사 등
20일 만에 왼쪽 스탠드 벽화 완성
“망가지고 무너진 학교 다시 세워”
지난 5월27일 은평구 숭실고 운동장 옆 스탠드 왼쪽에 벽화를 완성한 학생과 교사, 학부모, 전문가 등이 기념촬영을 했다. 이번에 칠하지 못한 오른쪽 스탠드는 오는 9월에 완성할 예정이다. 숭실고 제공
지난 5월27일 은평구 숭실고 운동장 옆 스탠드(관중석) 왼쪽에 벽화가 완성됐다. 주말 내내 거의 20시간 동안 칠만 했던 학생 60명, 교사 10명, 학부모 15명 등 90여 명의 얼굴에는 뿌듯함과 자랑스러움이 가득했다. 지난 5월8일 스탠드의 갈라진 틈을 메우고, 칠할 표면을 매끄럽게 하는 샌딩 작업을 시작한 지 거의 20일 만이다. 벽화의 화사한 배경 위로 솟아오른 붉은 태양은 낡고 어두운 오른쪽 스탠드와 대조를 이루며 ‘다시 떠오르는 숭실고’를 상징하는 듯했다. 내년 8월이 정년인 조영환 교사는 “망가지고 무너진 학교를 학생과 교사, 학부모와 지역사회가 힘을 모아 다시 세우고 있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숭실고는 2010년부터 법인 이사들 사이의 갈등으로 6년 동안 학교장 없이 파행 운영돼왔다. 학교장을 임용하지 않은 것은 물론 2014학년도 결산과 2015학년도 예산 심의·의결도 하지 않았다. 이사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해 학생의 학습권 침해 등 문제가 불거지자 시의회가 시교육청에 감사를 청구했다. 2015년 감사에 들어간 시교육청은 임원 모두에게 ‘임원취임 승인 취소’ 처분을 내리고 2016년 4월 임시이사 5명을 파견했고, 3달 뒤 숭실학원은 최덕천 교장을 선임했다.
정년 퇴임한 최덕천 교장의 후임으로 올해 3월 부임한 윤재희 교장은 “낡은 학교를 우리가 직접 칠하자”고 제안했다. 혁신교육 프로젝트 ‘숭실, 다시 칠하다’의 시작이었다. 학부모회에서 공공디자인 전문가인 강현실 한양대 디자인대학 교수를 소개하고, 학생회와 건축·미술디자인·방송 등 여러 동아리가 참여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총괄 진행을 맡은 임동석 교사는 “학생들이 뙤약볕에서 종일 작업하느라 피부가 벗겨지기도 했다. 학교에서 할 일을 아이들에게 왜 시키냐는 항의가 들어올까봐 걱정했는데 전혀 없었다”며 “샌딩 작업을 마친 뒤 나중에 페인트가 들뜨지 않도록 접착제인 프라이머를 칠해야 했는데, 학생들이 힘들어하는 난간은 학부모들이 거의 다 칠했다”고 한다. 마경희 학부모회장은 “학부모와 학생이 함께 학교의 낡은 부분을 밝게 바꿀 수 있어 정말 좋았다. 앞으로 숭실의 장래가 밝을 것 같다”고 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혁신교육지구 예산 900만원에다 동문회, 학부모회, 숭실교회 등이 지원한 600만원이 더해졌기에 가능했다. 학생과 교사뿐 아니라 학교 울타리 밖에 있는 학부모와 지역주민, 동문회 등 교육 공동체가 함께 교육 환경을 개선하며 학교를 변화시킨 것이다. 2학년 양우제군은 “스탠드가 갈라지고 계단이 떨어져나가면서 틈이 생겨 친구들이 미끄러지거나 잘못 디디는 경우가 많아서 사고가 날 것 같았는데, 안전해지고 보기에도 좋아졌다”고 했다. 이번에 칠하지 못한 오른쪽 스탠드는 오는 9월에 완성할 예정이다. 미술디자인 동아리 대표인 박관태(3학년)군은 “작업할 때는 정말 힘들었는데 완성된 작품이 예뻐서 만족한다”며 “대학 수시에 합격하면 오른쪽 스탠드 작업에도 꼭 참여하고 싶다”고 했다. 강현실 교수는 “교사와 학생들의 열정이 나를 이 프로젝트로 이끈 것 같다. 북한 새터민을 위한 협동화 등 다른 프로젝트에 학생들을 초대하고 싶을 정도로 감동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2011년부터 학교 공간에 디자인을 입히는 ‘학교환경개선 컬러컨설팅’ 사업을 추진했다. 학생들이 깨어 있는 시간 가운데 절반 이상을 보내며, 공부 공간을 넘어 생활 공간인 학교를 학생의 눈높이에 맞고 교실 특성에 적합한 색채디자인을 입히는 사업이다. 학생들과 함께 색채디자인 전문가와 일러스트 작가, 색채·심리·아동 전문가 등이 참여해 학교별 디자인 콘셉트를 정하고 완성하는 과정으로 진행했다. 지난해부터 이 사업은 시교육청으로 이관돼 ‘우리 학교, 고운 색 입히기’ 사업으로 확대 추진되고 있다. 강현실 교수와 함께 ‘숭실, 다시 칠하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최은호 화백은 “다른 초등학교에서도 벽화 작업을 한 적이 있는데, 주민들은 마을이 밝아진다면 좋아했다”며 “학교 환경 개선은 도시재생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원낙연 기자 yanni@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총괄 진행을 맡은 임동석 교사는 “학생들이 뙤약볕에서 종일 작업하느라 피부가 벗겨지기도 했다. 학교에서 할 일을 아이들에게 왜 시키냐는 항의가 들어올까봐 걱정했는데 전혀 없었다”며 “샌딩 작업을 마친 뒤 나중에 페인트가 들뜨지 않도록 접착제인 프라이머를 칠해야 했는데, 학생들이 힘들어하는 난간은 학부모들이 거의 다 칠했다”고 한다. 마경희 학부모회장은 “학부모와 학생이 함께 학교의 낡은 부분을 밝게 바꿀 수 있어 정말 좋았다. 앞으로 숭실의 장래가 밝을 것 같다”고 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혁신교육지구 예산 900만원에다 동문회, 학부모회, 숭실교회 등이 지원한 600만원이 더해졌기에 가능했다. 학생과 교사뿐 아니라 학교 울타리 밖에 있는 학부모와 지역주민, 동문회 등 교육 공동체가 함께 교육 환경을 개선하며 학교를 변화시킨 것이다. 2학년 양우제군은 “스탠드가 갈라지고 계단이 떨어져나가면서 틈이 생겨 친구들이 미끄러지거나 잘못 디디는 경우가 많아서 사고가 날 것 같았는데, 안전해지고 보기에도 좋아졌다”고 했다. 이번에 칠하지 못한 오른쪽 스탠드는 오는 9월에 완성할 예정이다. 미술디자인 동아리 대표인 박관태(3학년)군은 “작업할 때는 정말 힘들었는데 완성된 작품이 예뻐서 만족한다”며 “대학 수시에 합격하면 오른쪽 스탠드 작업에도 꼭 참여하고 싶다”고 했다. 강현실 교수는 “교사와 학생들의 열정이 나를 이 프로젝트로 이끈 것 같다. 북한 새터민을 위한 협동화 등 다른 프로젝트에 학생들을 초대하고 싶을 정도로 감동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2011년부터 학교 공간에 디자인을 입히는 ‘학교환경개선 컬러컨설팅’ 사업을 추진했다. 학생들이 깨어 있는 시간 가운데 절반 이상을 보내며, 공부 공간을 넘어 생활 공간인 학교를 학생의 눈높이에 맞고 교실 특성에 적합한 색채디자인을 입히는 사업이다. 학생들과 함께 색채디자인 전문가와 일러스트 작가, 색채·심리·아동 전문가 등이 참여해 학교별 디자인 콘셉트를 정하고 완성하는 과정으로 진행했다. 지난해부터 이 사업은 시교육청으로 이관돼 ‘우리 학교, 고운 색 입히기’ 사업으로 확대 추진되고 있다. 강현실 교수와 함께 ‘숭실, 다시 칠하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최은호 화백은 “다른 초등학교에서도 벽화 작업을 한 적이 있는데, 주민들은 마을이 밝아진다면 좋아했다”며 “학교 환경 개선은 도시재생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원낙연 기자 yanni@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