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고령자가 일할 환경 위해 한국 수직적 기업문화 바꿔야”

50살 이상 일자리 위한 실험 사례 국제포럼…영국·네덜란드 사례 발표

등록 : 2018-07-05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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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퇴직없는시대’ 콜리 대표

정년제 개선·정책적 지원 중요성 지적

“모든 세대가 어울렸을 때 시너지”

네덜란드, 퇴직준비 돕는 트리피도 운영

지난 6월28일 오후 마포구 공덕동 서울창업허브 대강당에서 열린 ‘서울 50+ 국제포럼 2018’의 연사와 사회자가 청중의 질문을 진지하게 듣고 있다. (왼쪽부터) 네덜란드 ‘스파클링앳워크’ 공동대표 레오 스미슉·빈센트 스나이더, 영국 ‘퇴직없는시대’ 대표 조너선 콜리, 서울시50플러스재단 양안나 정책개발실장(사회), 김만희 전 일자리사업본부장. 서울시50플러스재단 제공

우리나라의 생산가능인구(15~64살) 감소 속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에 견줘 월등히 빠르다. 올해 초 나온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20년 뒤 한국의 생산인구는 19% 줄어드는 데 같은 시기 오이시디 평균 감소율은 0.1%다. 중장년층 노동력 활용을 위한 우리 실정에 맞는 일자리 정책과 제도 개선이 시급한 이유이다.

지난 6월28일 오후 공덕동 서울창업허브 대강당에서 ‘국내외 50+ 일자리 실험 사례’를 주제로 ‘서울 50+ 국제포럼 2018’이 열렸다. 중장년 일자리 환경 조성을 위한 국내외 사례를 살펴보고 시사점을 끌어내고자 마련한 자리다. 서울시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 앙코르네트워크가 함께 연 포럼에서는 영국, 네덜란드의 흥미로운 사례가 소개되었다.

영국의 사회적기업 ‘퇴직없는시대’(The age of no retirement)의 조너선 콜리 대표는 영국 정부의 중장년 일자리 정책 변화를 설명했다. 그는 “영국 정부는 중장년층이 더 오래 일하도록 지원하는 것을 넘어 세대 통합적으로, 산업적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전했다.


2011년 영국 고용연금부는 중장년층이 더 오래 일할 수 있게 법 제도를 마련했다. 연령을 이유로 해고할 수 없게 법으로 명시했다. 2013년 복권기금을 활용해 ‘센터포에이징베터’(Centre for ageing better) 재단을 설립해 10년간 5천만파운드(약 730억원)를 투자한다. ‘모두가 노년을 즐길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공공정책과 서비스 마련에 주력한다. 2016년에는 건강한 고령화 사회를 포함한 주요 4대 산업 분야의 공공투자 전략을 발표했다. 50억파운드(약 7조3천억원)의 산업전략챌린지펀드를 만들어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의사 출신인 콜리 대표는 소셜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2011년부터 민간 영역에서 중장년 일자리 실험을 해왔다. 조기 퇴직한 50살 이상의 구직자들에게 지역 중소기업 일자리를 연결해주는 온라인 플랫폼 ‘트레이딩 타임스’(Trading Times)를 2014년 만들었다. 플랫폼을 만들자 3개월 만에 구직자 2천여 명이 등록했다. 그런데 정작 기업의 구인 수요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많은 고용주가 50살 이상은 늙었고 의존적이며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중장년층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 변화가 시급하다는 생각에 그는 2016년 ‘퇴직없는시대’라는 회사를 세웠다. 퇴직없는시대는 연령 차별 없이 다양한 연령대 노동자를 위한 일터 환경에 대한 아이디어를 모으고 실행 모델을 내놓는 사회적기업이다. “근무 방식의 다양화, 일터 환경, 교육, 상호 존중의 문화 조성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들과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바클레이 은행에서는 근무 장소·시간과 무관하게 과제 중심의 근무 방식 ‘활력근무제’를 실험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런던의 자치구 세 곳에서 세대통합 공간 ‘커먼룸’을 시범 운영한다.

콜리 대표는 서울에 처음 왔다. 하지만 그동안 한국 기업문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한다. 고령자가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려면 수직적인 기업문화부터 바뀌어야지 않겠느냐고 조언한다. 정년제 개선에 대한 정책적 지원도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부와 기업, 교육기관, 지역단체 등과 협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모든 세대가 어울렸을 때 얼마나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 알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덜란드 사회적기업 스파클링앳워크(Sparkling@Work)의 ‘트리피도’도 소개됐다. 트리피도는 퇴직을 앞둔 이들이 경험과 지식을 활용하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주 1~2회 제3섹터(사회적기업, 비영리단체 등)에서 일하고 급여는 회사에서는 80~90% 정도로 조정해 받는다. 빈센트 스나이더 공동대표는 “글로벌 에너지 기업인 쉘(Shell)은 네덜란드 본사에서 2017년부터 1년간 노동자 20명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매주 하루는 사회적기업 등 제3섹터에서 근무하고 나흘은 회사에서 정상 근무를 하는 파일럿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참여 노동자와 기업의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이 프로그램은 노동자, 고용주, 제3섹터가 협력할 수 있는 모델이다. 노동자는 재직 중 경력 전환이나 퇴직을 준비할 수 있다. 고용주인 기업은 기업의 사회적책임(CSR)을 실천하는 길이 된다. 사회적기업에서는 전문 노동력을 받을 수 있다. 레오 스미슉 공동대표는 “노년 인구는 자신이 가진 재능과 경험을 사회에 환원하려는 욕구가 강하다. 나이를 먹는 건 위기가 아닌 기회”라고 말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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