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폭염 날리는 쪽방 쿨매트·선풍기…긴급성 부족한 자치구

강서·송파·구로·동작·양천구 대책 눈길

등록 : 2018-07-26 15:14 수정 : 2018-07-26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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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 쿨박스 800개 에너지 취약층

강서 화곡본동 선풍기 100대 전달

1994년 폭염에 버금가는 무더위에

자치구 대책은 평년 수준에 머물러

송파구 동주민센터 복지 담당자들이 최근 폭염 대책의 하나로 홀몸 어르신들에게 쿨매트, 모기약, 제습기 등이 담긴 쿨박스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 왼쪽) 강서구 화곡본동 희망드림단원들이 ‘착한바람 선풍기 나눔사업’으로 1인 가구 어르신에게 선풍기를 전달했다. 송파구·강서구 제공

강서구 화곡본동에 홀로 사는 이광정(74)씨는 지난 12일 뜻밖의 선물을 받고 환하게 웃었다. 하나뿐인 선풍기 목이 부러져 찜통더위 속에서 애를 태우고 있었는데 화곡본동주민센터에서 선풍기를 가져다준 것이다. 이씨는 “힘든 사람에게는 선풍기 한 대 사는 것도 큰 부담인데 다행히 여러분 덕에 올여름은 몸도 마음도 한결 가볍게 지낼 것 같다”며 고마워했다.

이 선풍기는 강서구 화곡본동동주민센터가 희망드림단과 함께 에너지 취약계층에 전달한 선풍기 100대 중 한 대이다. 희망드림단은 홀몸어르신 등 여름나기가 힘든 취약계층에 선풍기를 지원하는 ‘착한바람 선풍기 나눔사업’을 기획했다. 지역 주민들이 기부에 참여해 캠페인의 뜻을 높였다.

섭씨 38.4도까지 기온이 급상승했던 1994년 여름 폭염에 버금가는 땡볕더위가 지속되는 가운데 서울의 몇몇 자치구에서는 에너지 취약계층 지원에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송파구는 얼음조끼 322벌과 선풍기 240대 등 여름나기 물품을 홀몸 어르신과 선풍기 미보유 가구 등 560여 가구에 전달했다. 앞서 지난 16~17일 송파구의 20개 동주민센터 직원들이 화학기업인 롯데케미칼의 지원을 받아 쿨매트, 모기 퇴치약, 해충 방제약, 제습기, 목욕용품 등이 담긴 쿨박스 약 800개(약 8천만원어치)을 송파구의 홀몸 어르신, 노인 부부, 장애인 가족 등 무더위 쉼터 이용이 어려운 폭염 취약계층 800가구에 나눠주었다.

쿨매트는 사용이 간편할 뿐만 아니라 전기 사용량은 줄이면서 좀더 시원한 여름을 보낼 수 있는 제품으로 꼽힌다. 김위영 송파구청 복지정책과 주무관은 “대부분 홀몸 어르신들은 바닥에 두터운 이불을 깔고 여름을 지내는 경우가 많은데 쿨매트를 깔아드리자 너무 시원하다고 좋아하셨다”고 말했다.

구로구에서도 쿨매트 40개와 선풍기 30대를 동주민센터를 통해 취약계층에 나눠줬으며, 쿨토시 1800개를 사서 전달할 계획이다.

동작구도 산하 11개 동주민센터별로 7~8월 중 저소득 어르신을 위한 여름맞이 나눔 행사를 연다. 노량진1동 새마을부녀회에서는 어르신 20명에게 모기 퇴치기를 후원한다. 사당2동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북은행 방배지점의 후원으로 어르신 14명에게 선풍기를 전달한다. 사당5동에서는 관내 경로당 5곳에 식료품을 후원하고 어르신들에게 손수 만든 시원한 냉면을 대접한다. 흑석동에서도 주민들이 재능기부로 계절 반찬을 만들어 저소득주민 12가구에 전달했다.

양천구에서는 무더위 쉼터로 지정된 경로당 153곳의 에어컨 상태를 점검해 7곳의 낡은 에어컨 7대를 교체했으며, 2곳은 에어컨 3대를 추가 설치했다. 또한 에어컨의 냉방 기능을 높이기 위해 약 30곳 경로당에 설치된 에어컨 필터를 청소하고 냉매도 충전했다.

서대문구는 200여 저소득 가정의 집수리, 방충망 설치, 해충 방제를 지원했다고 밝혔다. 곰팡이나 누스 등으로 열악한 거주 환경에 놓인 열 가정에는 새로 도배하고 장판도 교체했다.

그러나 대다수 구에서는 1994년 폭염을 방불케 하는 염천을 맞아 에너지 취약계층을 위한 긴급지원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 지난 5월 말부터 폭염 대비 계획은 세워놓았으나 예산 부족 등으로 적극 지원에 나서지 못한다. 취약계층에 물품 지원을 하는 자치구들도 민간기업 등의 지원을 받았기에 가능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와 정부에서 이번 무더위를 재난으로 규정하고 에너지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긴급 예산을 편성·지원해, 폭염으로 인한 사망사고를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도형 기자 aip209@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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