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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배가 당기고 아프지만, 다음 달부터는 다시 일해야죠.”
정노아(18·구로구 수궁동·사진)군은 지난달 어머니에게 간의 절반을 떼어줬다. 학업에 한창 바쁠 고3 학생이지만 진로보다 가정 형편부터 챙겨야 한다. 아버지는 10년 전 뇌경색으로 쓰러져 힘든 일을 못한다. 그나마 자활사업에 참여해 월 80만원가량을 힘겹게 벌어왔다. 형은 군 복무 중이다. 일용직으로 생계를 꾸려왔던 어머니가 갑자기 지난해 근무력증 진단을 받았다. 정군은 유도로 대학에 들어가 유도 강사가 되려던 꿈도 접고 지난해부터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하며 생활비를 보탰다.
정군의 어머니 사랑은 각별하다. 어머니가 약 부작용으로 급성간염이 돼 간이식을 받아야 한다는 진단을 받자, 주저 없이 자기 간을 내놓았다. “사랑하는 어머니의 건강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어, 고민하지 않았어요.” 원래 간이식은 기증자의 간을 70% 이상 잘라야 한다. 정군의 간이 크고 건강해 50%만 잘라 이식했다. 어머니는 정군에게 고맙다는 말을 수없이 하지만 그는 웃으며 “당연한 건데, 뭘요…”라며 쑥스러워한다.
간이식 수술을 받았지만 병원비와 생활비가 큰 걱정이었다. 지난 6월에 아버지가 수궁동주민센터를 찾았다. 주민센터의 담당자는 국가 긴급 의료비와 생계비 지원제도를 안내해줬다. ‘선지원 후조사’ 방식이라 신청한 뒤 며칠 만에 의료비 300만원과 생계비 95만원쯤을 받았다. 정경임 수궁동주민센터 주임은 “서류 제출이 늦어져 센터에서 직접 챙겨 진행했다. 생계비는 최대 2회 연장할 수 있다는 것도 알려줬다”고 한다.
이웃도 십시일반 도왔다. 동주민센터에서 사연을 들은 동귀원 수궁동 장학회장이 발 벗고 나섰다. 지역 장학회, 희망복지재단, 서울 670번 간선버스를 운행하는 보성운수 등이 50만~100만원을 내놓았다. 동귀원 회장이 학교에도 알려 동창회에서도 정군에게 장학금을 줬다.
주변의 많은 도움과 격려가 힘이 되었지만, 약 3천만원의 병원비가 아직 해결되지는 않았다. 어머니가 들어놓은 실손의료보험이 있지만 가입 기간 문제로 혜택을 못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급한 대로 외가에서 대출을 받아 병원비를 댔다. 실손 보험금을 못 받으면 고스란히 빚으로 남을 판이다.
하지만 정군은 꿋꿋하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말처럼 길이 있길 기대한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정군은 자신이 어머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다시 한번 확인했다. “어머니 건강이 회복돼 정말 좋고 앞으로도 어머니가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