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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개 기숙사 거주 대학생 592명 대상
출입·외출 통제, 지나친 벌금제 지적 많아
불시 점호 때 없으면 벌점 주기도
서울의 한 대학교 기숙사에서 학생이 책을 읽고 있는 모습.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때, 경호업체 직원의 퇴근 시간 때문에 점호 시간을 지켜야 한다는 학교 쪽 설명을 의심 없이 받아들였다. 외박 횟수 제한은 불만이 많다.”(ㄴ여대 기숙사생)
“인원 점검하는 점호를 할 때, 2년 전부터는 자유롭게 방 안에서 행동할 수 있다. 공지를 안 하고 한 달에 한 번씩 갑자기 점호를 하는데, 외박 신청 없이 자리에 없으면 벌점을 준다.”(ㄱ대학 기숙사 자치회 간부)
서울 시내 대학생 기숙사에 사는 학생들은 출입·외박 통제(26.5%)와 과도한 벌점제도(13.2%)를 심각한 인권침해 사례로 꼽았다. 점차 사라지고 있지만, 아직도 불시 점호를 해서 학생들의 불만을 사고 있었다.
서울시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전국 최초로 ‘대학생 거주 기숙사 인권 실태 조사’를 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7월27일 밝혔다. 서울시가 희망제작소에 의뢰한 이번 조사는 재학생 7천 명 이상인 서울 소재 대학교 기숙사 28곳과 공공기숙사 2곳 등 총 30곳에서 했는데, 기숙사 사칙 전수조사, 인권침해 경험 설문조사, 대학생과 기숙사 행정담당자 등 이해관계자 대상 심층 면접조사를 함께 했다.
28개 기숙사의 대학생 592명(남 260명, 여 332명)에게 한 설문조사에서, 여대 기숙사 학생들은 출입·외박 통제(36.1%)와 벌점제도(18.7%)를 인권침해로 인식하는 비율이 남녀 공학 학생들이 출입·외박 통제(24.3%)와 벌점제도(12%)를 인권침해로 인식하는 정도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불시 점검 등 사생활 침해와 관련해서는 고등학교를 외국에서 졸업한 학생(22.2%)들이 국내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9%)들보다 문제로 인식하는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기숙사 사칙 전수조사에서는, 벌점 규정이 다른 규정보다 더 상세하고 엄격해 규정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벌칙이라기보다는 기숙사생 통제 수단으로 활용하는 성격이 강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숙사 사칙에는, 몇몇 대학을 제외하고 대다수 기숙사가 출입 통제 시간을 0(자정)~5시 또는 새벽 1~6시 사이로 돼 있어 인권침해 여지가 컸다. 또한 여학생에게만 출입 제한시간을 적용하는 곳도 있고,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학부모에게 출입 전산 자료를 보내도록 한 기숙사도 있었다. 일부 기숙사는 중징계 또는 퇴사 기준이 ‘단체생활 부적응자나 관장이 부적합하다고 인정하는 자’로 돼 있는 등 객관적 기준 없이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규정도 있었다. 또한 복장 불량, 관리자에 대한 무례한 행동도 벌점 대상이었다. 외박 사전 신청이나 기숙사 출입 규제를 한 번만 어겨도 퇴사시킬 수 있는 기숙사도 많았다. 더욱이 같은 기숙사생의 사칙 위반을 신고하면 상점을 주고, 기숙사 내 사칙 위반 행위가 벌어지면 방 동료를 동반 퇴사시키는 조항까지 있어 서로 감시하도록 조장하기도 했다. 정기 점검이나 불시 점검, 인원 점검, 점호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해 놓은 곳도 많았고, 단체행동과 음모나 모의를 하면 퇴사시킬 수 있다고 규정돼 있기도 했다. 서울시는 이번 조사 결과, 기숙사생을 자기결정권이 있는 인격체라기보다 여전히 통제와 관리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생활규칙이 있고, 개인의 특수성을 고려하기 어려운 일률적 주거 환경은 장애인 등이 생활하기 어렵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실태 조사를 바탕으로 연말까지 ‘인권친화적 공동생활 가이드라인’을 만들 계획이다. 공동생활에서 차별 금지와 사생활 존중 등 가장 기본 사항에 대한 원칙을 담을 방침이다. 셰어하우스 같은 공동생활이 주거의 한 형태로 자리잡는 만큼 ‘공동생활 가이드라인’을 서울시와 연계된 공동생활 주거 공간에서 자체 규율을 정할 때 참고할 기준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오창원 서울시 서울혁신기획관 인권담당관 인권정책팀장은 “군대식 점호, 불시 점검 등을 할 수 있도록 한 기숙사 규정은 공동 거주인을 인권을 가진 존엄한 주체가 아닌 관리 대상으로 대하는 권위적이고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의 결과물”이라며 “청년이나 공동 주거 전문가들과 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가이드라인의 기준 제정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28개 기숙사의 대학생 592명(남 260명, 여 332명)에게 한 설문조사에서, 여대 기숙사 학생들은 출입·외박 통제(36.1%)와 벌점제도(18.7%)를 인권침해로 인식하는 비율이 남녀 공학 학생들이 출입·외박 통제(24.3%)와 벌점제도(12%)를 인권침해로 인식하는 정도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불시 점검 등 사생활 침해와 관련해서는 고등학교를 외국에서 졸업한 학생(22.2%)들이 국내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9%)들보다 문제로 인식하는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기숙사 사칙 전수조사에서는, 벌점 규정이 다른 규정보다 더 상세하고 엄격해 규정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벌칙이라기보다는 기숙사생 통제 수단으로 활용하는 성격이 강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숙사 사칙에는, 몇몇 대학을 제외하고 대다수 기숙사가 출입 통제 시간을 0(자정)~5시 또는 새벽 1~6시 사이로 돼 있어 인권침해 여지가 컸다. 또한 여학생에게만 출입 제한시간을 적용하는 곳도 있고,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학부모에게 출입 전산 자료를 보내도록 한 기숙사도 있었다. 일부 기숙사는 중징계 또는 퇴사 기준이 ‘단체생활 부적응자나 관장이 부적합하다고 인정하는 자’로 돼 있는 등 객관적 기준 없이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규정도 있었다. 또한 복장 불량, 관리자에 대한 무례한 행동도 벌점 대상이었다. 외박 사전 신청이나 기숙사 출입 규제를 한 번만 어겨도 퇴사시킬 수 있는 기숙사도 많았다. 더욱이 같은 기숙사생의 사칙 위반을 신고하면 상점을 주고, 기숙사 내 사칙 위반 행위가 벌어지면 방 동료를 동반 퇴사시키는 조항까지 있어 서로 감시하도록 조장하기도 했다. 정기 점검이나 불시 점검, 인원 점검, 점호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해 놓은 곳도 많았고, 단체행동과 음모나 모의를 하면 퇴사시킬 수 있다고 규정돼 있기도 했다. 서울시는 이번 조사 결과, 기숙사생을 자기결정권이 있는 인격체라기보다 여전히 통제와 관리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생활규칙이 있고, 개인의 특수성을 고려하기 어려운 일률적 주거 환경은 장애인 등이 생활하기 어렵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실태 조사를 바탕으로 연말까지 ‘인권친화적 공동생활 가이드라인’을 만들 계획이다. 공동생활에서 차별 금지와 사생활 존중 등 가장 기본 사항에 대한 원칙을 담을 방침이다. 셰어하우스 같은 공동생활이 주거의 한 형태로 자리잡는 만큼 ‘공동생활 가이드라인’을 서울시와 연계된 공동생활 주거 공간에서 자체 규율을 정할 때 참고할 기준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오창원 서울시 서울혁신기획관 인권담당관 인권정책팀장은 “군대식 점호, 불시 점검 등을 할 수 있도록 한 기숙사 규정은 공동 거주인을 인권을 가진 존엄한 주체가 아닌 관리 대상으로 대하는 권위적이고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의 결과물”이라며 “청년이나 공동 주거 전문가들과 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가이드라인의 기준 제정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