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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매달 10만~20만원 저축 시
서울시가 월 15만원씩 추가 적립
전세금·의료비·창업자금 등에 사용
부모 “홀로 남겨질 아들 위해 가입”
지난 1일 오후 마포구 서울시복지재단에서 ‘중증장애인 이룸통장 약정식’이 열렸다. 청각장애인을 위해 이수진 팀장(오른쪽)의 설명을 수화통역사 2명(가운데)이 수화로 통역하고, 대형 화면(왼쪽)에 속기사가 실시간으로 입력하는 내용이 뜨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갑작스러운 질병이나 사고에 대비하려면 목돈이 필요하다는 걸 요즘 느끼고 있었는데, 이룸통장을 알게 돼 신청하게 됐어요. 3년 동안 꾸준히 저축해 비상금으로 활용하고 싶습니다.” 지난 1일 오후 마포구 서울시복지재단에서 열린 ‘중증장애인 이룸통장 약정식’에서 만난 청각장애인 정선아(29)씨는 “장애인에게 자금 마련을 도모한다는 취지가 매우 좋다. 이룸통장 사업이 계속되길 바란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
이룸통장은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취업이 어렵고 경제적으로 취약한 중증장애 청년의 자립을 돕기 위해 만든 통장이다. 장애 청년이 달마다 10만~20만원씩 3년 동안 저축하면, 서울시가 매달 15만원을 추가 적립해준다. 월 20만원씩 3년 동안 저축한 참가자는 만기 때 본인 저축액 720만원에 추가 적립금 540만원을 더한 1260만원을 찾을 수 있고, 이자도 받을 수 있다.
이룸통장은 서울시에 사는 만 15~34살 중증장애인이 신청할 수 있다. 가구원 합산 소득 인정액이 기준 중위소득의 100% 이하여야 한다. 서울시는 지난 4월 참가자를 모집해 신청자 1892명 가운데 자격 요건을 갖춘 956명을 최종 선발했다. 이번에 약정을 맺은 이룸통장 가입자들은 발달장애인이 695명으로 73%를 차지하고, 뇌병변장애 71명, 지체장애 50명, 청각장애 40명, 시각장애 41명 등이다. 참가자 평균 연령은 24.2살이다.
참가자들은 3년 동안 저축한 뒤 받은 적립금을 교육비, 의료비, 주거비 등으로 쓸 수 있다. 1급 지적장애인 홍아무개(27)씨는 지적장애와 함께 뇌전증(간질)도 앓고 있어 병원에 자주 가야 하지만 집안 사정이 넉넉지 않아 병원비가 늘 부담이다. 이달부터 매달 10만원씩 이룸통장에 저축해 3년 뒤 받게 되는 900만원과 이자는 의료비로 사용할 계획이다. 현재 계약직 공공일자리에서 일하는 이아무개(21)씨는 창업자금을 모으기 위해 이룸통장에 가입했다. 장남인 이씨는 어머니와 함께 3년 뒤 길거리에서 포장마차라도 시작할 꿈에 부풀어 있다. 7월30일부터 서울시복지재단과 각 구청에서 열리고 있는 약정식에는 장애 청년과 함께 보호자들도 많이 참석했다. 2급 자폐장애를 앓고 있는 김아무개(33)씨의 아버지는 “부부가 죽은 뒤 세상에 홀로 남겨질 외아들을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했다. 그런데 이룸통장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서울시와 복지재단, 장애인가족지원센터 등 공공기관에서 아들의 자립과 삶을 지원한다는 걸 알게 돼 한결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이수진 서울시복지재단 장애인지역누리팀장은 “이룸통장은 장애 청년을 자녀로 둔 어머니들이 먼저 제안해 만들게 됐다. 단순한 적립금 지원에 머물지 않고 장애 청년들의 자립 발판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위해 3년 동안 해마다 한 차례씩 금융교육도 의무로 듣게 했다. 앞으로 사례 관리와 다양한 서비스가 함께 지원되도록 서울시의 장애인가족지원센터 5곳과 손발을 맞춰나가겠다”고 했다. 외할머니와 함께 월셋집에서 살고 있는 청각장애인 김아무개(24)씨는 전세 자금을 모으기 위해 이룸통장 약정식에 참가했다 장애인가족지원센터의 상담을 받기로 했다. 약정식에서 만난 장애인들은 장애인을 위한 금융 서비스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가입자 몇몇은 이룸통장이 생애 처음 만드는 통장일 정도로 장애인에게 금융기관의 문턱은 높았다. 청각장애인 최아무개(29)씨는 “모바일뱅킹 등으로 금융거래를 하려면 자동응답시스템(ARS)으로 본인 확인을 해야 하는데, 청각장애인은 음성 안내를 들을 수 없어 은행에 방문할 수밖에 없다. 금융기관에서 장애 유형에 따라 본인 인증 방법을 다양하게 제공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선아씨는 “시중 은행에서 가입하는 장애인 적금은 이자에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데, 이룸통장은 비과세가 아닌 점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수진 팀장은 “이룸통장을 만드는 과정에서 비과세 혜택을 받기 위해 노력했는데,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는 금융상품은 세법에서 정해져 있어 이번에는 아쉽게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원낙연 기자 yanni@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참가자들은 3년 동안 저축한 뒤 받은 적립금을 교육비, 의료비, 주거비 등으로 쓸 수 있다. 1급 지적장애인 홍아무개(27)씨는 지적장애와 함께 뇌전증(간질)도 앓고 있어 병원에 자주 가야 하지만 집안 사정이 넉넉지 않아 병원비가 늘 부담이다. 이달부터 매달 10만원씩 이룸통장에 저축해 3년 뒤 받게 되는 900만원과 이자는 의료비로 사용할 계획이다. 현재 계약직 공공일자리에서 일하는 이아무개(21)씨는 창업자금을 모으기 위해 이룸통장에 가입했다. 장남인 이씨는 어머니와 함께 3년 뒤 길거리에서 포장마차라도 시작할 꿈에 부풀어 있다. 7월30일부터 서울시복지재단과 각 구청에서 열리고 있는 약정식에는 장애 청년과 함께 보호자들도 많이 참석했다. 2급 자폐장애를 앓고 있는 김아무개(33)씨의 아버지는 “부부가 죽은 뒤 세상에 홀로 남겨질 외아들을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했다. 그런데 이룸통장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서울시와 복지재단, 장애인가족지원센터 등 공공기관에서 아들의 자립과 삶을 지원한다는 걸 알게 돼 한결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이수진 서울시복지재단 장애인지역누리팀장은 “이룸통장은 장애 청년을 자녀로 둔 어머니들이 먼저 제안해 만들게 됐다. 단순한 적립금 지원에 머물지 않고 장애 청년들의 자립 발판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위해 3년 동안 해마다 한 차례씩 금융교육도 의무로 듣게 했다. 앞으로 사례 관리와 다양한 서비스가 함께 지원되도록 서울시의 장애인가족지원센터 5곳과 손발을 맞춰나가겠다”고 했다. 외할머니와 함께 월셋집에서 살고 있는 청각장애인 김아무개(24)씨는 전세 자금을 모으기 위해 이룸통장 약정식에 참가했다 장애인가족지원센터의 상담을 받기로 했다. 약정식에서 만난 장애인들은 장애인을 위한 금융 서비스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가입자 몇몇은 이룸통장이 생애 처음 만드는 통장일 정도로 장애인에게 금융기관의 문턱은 높았다. 청각장애인 최아무개(29)씨는 “모바일뱅킹 등으로 금융거래를 하려면 자동응답시스템(ARS)으로 본인 확인을 해야 하는데, 청각장애인은 음성 안내를 들을 수 없어 은행에 방문할 수밖에 없다. 금융기관에서 장애 유형에 따라 본인 인증 방법을 다양하게 제공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선아씨는 “시중 은행에서 가입하는 장애인 적금은 이자에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데, 이룸통장은 비과세가 아닌 점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수진 팀장은 “이룸통장을 만드는 과정에서 비과세 혜택을 받기 위해 노력했는데,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는 금융상품은 세법에서 정해져 있어 이번에는 아쉽게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원낙연 기자 yanni@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