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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상수도사업본부 회의 풍경
개인 잔 들고 회의 문화 자리잡아
아리수 병물 대신 물병에 담아 제공
괜찮은 물맛에 깜짝…거부감 사라져
외부 참석자들 “나도 개인 잔” 반성
지난 8월22일 오후 서대문구 서울시상수도사업본부 회의실에서 ‘일회용품 없는 회의’가 열렸다. 외부 참석자를 위해 준비한 물병과 물잔에는 아리수가 담겨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매장 안에서 드신다면, 환경보호를 위해 머그잔에 드려도 괜찮으세요?”
지난 8월26일 종로구의 한 커피전문점에서 음료를 주문하자 직원이 물었다. 지난 2일부터 커피전문점이나 패스트푸드점 매장 안에서 일회용 컵 사용이 전면 금지됐기 때문이다. 이를 어긴 업주에게는 최대 200만원의 과태료를 물린다. 혼란이 컸던 초기와 달리 텀블러(휴대용 컵)를 갖고 다니는 이용자가 늘지만, 일부는 “잠깐 앉아서 마시다 갈 거”라며 일회용 컵을 고집하기도 했다.
지난 8월22일 오후 서대문구 서울시상수도사업본부 회의실. 참석자들이 개인 잔을 하나씩 들고 들어왔다. 외부 참석자를 위해서는 물병과 물잔을 내놓았다. 지난 5월부터 서울시가 내부 회의나 행사에서 종이컵이나 일회용 접시 등 일회용품을 쓰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오미영 홍보과 주무관은 “커피를 원하시는 분에게는 종이컵 대신 공용 머그잔에 타드린다. 사용한 뒤엔 담당자가 씻어서 살균소독기에 넣어둔다. 일회용품을 없앤 뒤 살균소독기가 필요하다는 직원 의견이 많아서 새로 산 것”이라며 “내부 회의는 자기 잔 들고 갔다가 들고 오면 되고, 외부 회의는 담당자가 물병과 물잔을 준비해야 하니까 조금 번거로운 건 있지만, 금세 익숙해져서 이미 자리잡았다”고 했다. 회의 도중 외부 참석자가 물병에 담긴 물을 컵에 따라 마시자 누군가 “물 맛있죠? 아리수입니다”라고 말해 웃음이 터졌다. 이태종 총무과 주무관은 “예전에는 외부 참석자에게 아리수 병물(페트병)을 드렸고, 5월부터는 아리수 음수대에서 물병에 물을 담아 제공할 뿐 똑같은 아리수”라며 “회의 참석자들에게 아리수라고 말씀드리는데, 대부분 부담 없이 계속 잘 드신다”고 했다. 아리수 홍보자문위원으로 올 초부터 상수도사업본부 회의에 참석하는 외국계 광고회사 비비디오(BBDO)코리아의 윤미희 상무는 “처음이 어렵지, 한번 마시고 나니까 아리수에 대한 편견이 깨졌다”고 말했다. ‘수돗물을 그냥 마시면 배탈이 날 것 같은’ 알 수 없는 거부감과 불신 때문에 한 번도 마신 적이 없었던 그는 “상수도사업본부에서 처음 아리수를 마셨는데, 여느 생수 브랜드 맛과 똑같았다”고 했다. 5월부터 일회용품 없는 회의로 바뀌면서 아리수가 병물이 아닌 물병에 담겨 나오자 그 느낌은 더 강렬해졌다. “병물로 마실 때는 상품화된 생수 느낌이 강했는데, 물병에 담겨 나오니까 수돗물 느낌이 더 강해요. 그래도 마시면 청량하고 물맛도 괜찮아 수돗물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사라졌어요. 일회용품 없는 회의라는 게 사소한 변화 같지만, 공식적인 회의에서 시작한다는 게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참석하는 개인에게 긍정적 변화를 일으키잖아요. 당장 저부터 ‘개인 잔 갖고 다녀야겠다’는 반성을 하게 됐거든요. 작은 실험이지만 큰 자극이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지난 8월22일 오후 서대문구 서울시상수도사업본부 회의실. 참석자들이 개인 잔을 하나씩 들고 들어왔다. 외부 참석자를 위해서는 물병과 물잔을 내놓았다. 지난 5월부터 서울시가 내부 회의나 행사에서 종이컵이나 일회용 접시 등 일회용품을 쓰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오미영 홍보과 주무관은 “커피를 원하시는 분에게는 종이컵 대신 공용 머그잔에 타드린다. 사용한 뒤엔 담당자가 씻어서 살균소독기에 넣어둔다. 일회용품을 없앤 뒤 살균소독기가 필요하다는 직원 의견이 많아서 새로 산 것”이라며 “내부 회의는 자기 잔 들고 갔다가 들고 오면 되고, 외부 회의는 담당자가 물병과 물잔을 준비해야 하니까 조금 번거로운 건 있지만, 금세 익숙해져서 이미 자리잡았다”고 했다. 회의 도중 외부 참석자가 물병에 담긴 물을 컵에 따라 마시자 누군가 “물 맛있죠? 아리수입니다”라고 말해 웃음이 터졌다. 이태종 총무과 주무관은 “예전에는 외부 참석자에게 아리수 병물(페트병)을 드렸고, 5월부터는 아리수 음수대에서 물병에 물을 담아 제공할 뿐 똑같은 아리수”라며 “회의 참석자들에게 아리수라고 말씀드리는데, 대부분 부담 없이 계속 잘 드신다”고 했다. 아리수 홍보자문위원으로 올 초부터 상수도사업본부 회의에 참석하는 외국계 광고회사 비비디오(BBDO)코리아의 윤미희 상무는 “처음이 어렵지, 한번 마시고 나니까 아리수에 대한 편견이 깨졌다”고 말했다. ‘수돗물을 그냥 마시면 배탈이 날 것 같은’ 알 수 없는 거부감과 불신 때문에 한 번도 마신 적이 없었던 그는 “상수도사업본부에서 처음 아리수를 마셨는데, 여느 생수 브랜드 맛과 똑같았다”고 했다. 5월부터 일회용품 없는 회의로 바뀌면서 아리수가 병물이 아닌 물병에 담겨 나오자 그 느낌은 더 강렬해졌다. “병물로 마실 때는 상품화된 생수 느낌이 강했는데, 물병에 담겨 나오니까 수돗물 느낌이 더 강해요. 그래도 마시면 청량하고 물맛도 괜찮아 수돗물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사라졌어요. 일회용품 없는 회의라는 게 사소한 변화 같지만, 공식적인 회의에서 시작한다는 게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참석하는 개인에게 긍정적 변화를 일으키잖아요. 당장 저부터 ‘개인 잔 갖고 다녀야겠다’는 반성을 하게 됐거든요. 작은 실험이지만 큰 자극이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지난 8월25일 광화문 중앙광장에서 열린 ‘2018 수돗물축제’에서 한 시민이 아리수의 맛을 평가하는 판에서 ‘맛있어요’를 고르고 있다. 서울시 제공
지난 8월25일 광화문 중앙광장에서 열린 ‘2018 수돗물축제’에서도 윤 상무처럼 ‘처음이 어려웠던’ 시민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사)수돗물시민네트워크가 주최한 이번 축제는 ‘우리는 모두 수돗물을 먹습니다’를 주제로 서울시, 케이워터(K-Water), 한국환경공단, 시민단체 등 20개 기관이 참여해 다양한 문화행사를 마련하고, 수돗물 체험부스를 꾸몄다. 서울시는 일회용품 사용 자제를 위해 텀블러 증정 이벤트를 열어 큰 인기를 끌었다. 체험부스에서 아리수를 마신 시민들은 아리수의 맛을 평가하는 판에서 대부분 ‘맛있어요’를 선택했다.
이재민(21·대학생)씨는 “수돗물을 마시는 용도로는 생각해본 적 없는데, 생수 대신 수돗물을 마시는 것만으로 환경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가 놀라웠다. 무심코 생수를 사먹던 습관을 버리고 가급적 텀블러를 들고 다니면서 수돗물 마시는 습관을 들여야 할 것 같다. 오늘 행사에서 나눠준 텀블러를 잘 활용하겠다”고 했다. 이창학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장은 “아리수는 객관적으로 최고 수준의 수돗물임에도 시민들은 뭔가 불안하고 찜찜한 것 같다. 시민에게 최고의 물로 인식되도록 체험 기회를 더욱 늘리겠다”며 “최고의 수돗물을 만들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으니 수돗물을 믿고 마셔달라”고 했다.
원낙연 기자 yanni@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