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14~16일 마로니에 공원은 축제 무대

전국 143개 동호회 참가 제5회 전국생활문화 축제

등록 : 2018-09-06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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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놀이 동아리 ‘한맘패’ 등

전국 1200여 명 동호인 참가

춤, 풍물, 노래, 공연, 전시 등

취미 활동으로 쌓은 신명 펼쳐

생활문화 동호회 ‘한맘패’ 회원들이 지난 8월30일 구로동 구로학습지원센터 지하 연습실에서 14일 열릴 전국생활문화축제 개막식 길놀이 공연 연습을 하고 있다.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지난 8월30일 오후 구로동 구로학습지원센터 지하. 생활문화 동호회 ‘한맘패’의 풍물 연습이 한창이다. 풍물 의상인 치복을 차려입은 치배(풍물에서 악기를 치는 사람들) 20여 명이 호흡을 맞춰 흥겹게 가락의 맛을 낸다. 때때로 가락이 맞지 않기도 하지만 서로 눈을 맞추며 박자를 다시 맞춰 나간다. 꽹과리, 북, 장구, 징을 치며 한바탕 신나게 즐기는 모습에 보는 이들 어깨에도 흥이 실린다.

“육아 스트레스가 확 풀려요. 북을 치면 진동이 온몸으로 느껴지거든요.” 구민호(40)씨가 연습을 마치고 풍물 고깔모자를 벗으며 말했다. 머리는 땀에 흠뻑 젖어 있다. 구씨는 한맘패 회원 가운데 가장 나이가 적다. 그는 올해 4월부터 육아휴직 중인 직장인이다. 36개월 된 아이를 돌보고 있다. 취미생활을 하고 싶어 구로문화원 사물놀이 아카데미를 신청했고 동호회에도 가입했다. 이전부터 전통악기를 배우고 싶었던 터라 이번이 기회다 싶었다. “동호회 활동으로 취미생활을 이어갈 수 있어 좋아요. 동호회에서 가장 막내라 다들 예뻐해주는데 어디 가서 이런 대접을 받겠어요.” (웃음)

한맘패는 2014년 구로문화원 사물놀이 아카데미(사물놀이반) 수강생들이 모여 만들었다. 현재 회원은 50여 명이다. 50~70대가 많고 여성이 70%쯤 된다. 매주 목요일 오후에 모여 연습을 한다. 두 달에 한 번꼴로 지역의 장애인시설, 양로원, 요양병원 등을 찾아 공연으로 봉사한다. 지역축제에서 공연 활동도 적극적으로 한다. 가끔 출연료를 받는 공연도 한다.


한맘패는 오는 14일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열리는 전국생활문화축제에 참여한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 참가다. 올해 축제에는 지역의 생활문화 동호회 143개의 1200여 명 동호인이 모인다. 생활문화는 생업이나 학업을 위한 ‘일’이 아닌 자기를 가꾸기 위한 활동을 일컫는 말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14년부터 생활문화 활성화를 위한 전국생활문화축제를 해마다 열고 있다. 올해 5회를 맞는 축제는 ‘생활문화, 여(餘)기(技)예(藝))’(‘나와 이웃의 마음을 살피는 여유를 갖고 기술과 예술을 펼친다’는 뜻)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공연, 기획전시회, 체험 행사 등을 펼친다.

전국생활문화축제를 주관하는 지역문화진흥원은 생활문화 동호회의 자발성과 교류를 넓히기 위한 노력을 더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지역의 네트워크 기관들로 지역참여협의회를 구성해 축제에 참여할 동호회를 추천받았다. 주최 측에서 일방적으로 선정하는 방식을 개선한 것이다. 축제 참여 의향을 밝힌 지역 기관들 46곳으로 축제추진단을 만들어 지역, 연령, 장르 등을 고려해서 동호회를 최종 선정했다.

올해는 추진단 안에 대표기관의 8명이 기획단을 꾸려 협업 공연과 생활문화 교류의 밤을 진행한다. 개막식과 폐막식은 협업 공연으로 이뤄진다. 개막식은 서울, 부산, 전북(군산) 세 곳의 풍물 동호회가 함께 열고, 폐막식 공연은 광주와 부산의 춤 동호회가 협연한다. 수도권과 지방, 영남과 호남의 협력과 교류를 행사에 담은 것이다. 남동훈 축제 총감독은 “여가 활용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는 가운데, 동호회 교류의 장인 축제가 생활문화가 더 활기차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남 감독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행사 총괄을 맡았다.

이번 전국생활문화축제에 서울에서는 동호회 20개가 참가한다. ‘비라’(벨리댄스), ‘세검정 챔버 오케스트라’는 전야제에 공연하고, 밴드와 우쿨렐레의 ‘울레길’ 두 팀은 작은 버스킹 공연을 연다. ‘춤 여.기.예’와 서울시 구립여성합창단연합회는 기획 공연에 참여한다. 이 밖에 민화, 산수화, 전통 조각보, 한지공예, 시화 동호회가 전시회에 함께한다. 프라모델(조립식 장난감) 등의 동호회는 생활문화 뉴웨이브전에 참가한다.

한맘패는 개막식 합동 길놀이 공연을 한다. 하재충(73) 회장은 “지난해부터 축제에 참여하면서 회원들의 평소 연습 태도가 많이 바뀌었다”고 한다. 그는 “다른 동호회 활동을 보고 자극을 많이 받았던 것 같다”며 “올해 축제의 개막식 공연팀이라는 데 회원들의 자부심이 대단하다”고 전했다.

이번 전국생활문화축제는 14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15일 개막, 16일 폐막까지 춤, 노래, 공연, 전시가 펼쳐진다. 자세한 프로그램 내용은 행사 누리집(www.everydaylifeculture.net)에서 볼 수 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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