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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1가1동, 연극 자조모임 만들어
알코올중독, 우울증 등 외로움 극복
생애 첫 연극 관람한 뒤 연기 늘어
매달 두 차례씩 연습해 11월 공연
지난 6일 오후 성동구 성수1가제1동주민센터 다목적실에서 이드치연구소의 남덕우(뒷줄 왼쪽부터)·박정인·김기양·지경주씨와 김명관 동주민센터 복지도우미가 연극자조 모임 ‘제이와이엘’ 참여자들의 연기를 돕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자녀1이 연락도 없이 늦게 귀가하는 상황입니다. 자녀1 맞은편에서 엄마와 자녀2 등장!”
이드치(이야기 드라마 치료)연구소 지경주 소장의 연출에 따라 연기가 시작됐다.
엄마: 전화도 안 받고 어떻게 된 거야? 많이 걱정했잖아! 자녀1: 친구 부모님이 여행 가셔서 우리끼리 놀다보니까 늦었어. 자녀2: 얼마나 재미있게 놀았길래 전화도 못 받았어? 아빠: (헛기침 소리를 내며 등장) 연락이 없어서 많이 걱정했어. 앞으로 늦을 것 같으면 연락해. 아빠가 데리러 갈게. 지난 6일 오후 성동구 성수1가제1동주민센터 다목적실에서 아빠 역할을 맡아 연기하는 사람은 김점백(61)씨였다. 아이엠에프(IMF) 외환위기 때 가족이 해체된 뒤 20년 넘게 혼자 살아온 김씨는 동주민센터 직원의 소개로 지난 5월부터 한 달에 두 차례씩 연극 자조모임 ‘제이와이엘’(J.Y.L·Jump Your Life)에 참여하고 있다. 이 모임에 참여한 이들은 대부분 홀로 사는 남성들로, 연극치료 전문 강사인 지 소장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이야기를 연극을 통해 주고받는다. 지난 6일 모임에선 연락도 없이 늦게 귀가한 자녀를 두고 벌어지는 상황을 일치·비난·회유·초이성·혼란형 등 5가지 의사소통 유형에 따라 다르게 각색된 대본으로 연기했다. 엄마, 자녀1, 자녀2는 이드치연구소 소속 배우들과 동주민센터 복지도우미가 맡았고, 김씨 등 참여자들은 5가지 유형의 아빠를 연기했다. 연기한 뒤 김씨는 “딸 둘이 이제 30대 후반이 되었을 텐데, 어디 사는지도 모른다. 오늘 아빠 연기를 하면서 가슴이 찡했다. 가족과 대화가 많이 그립다. 모임에 나오는 사람들이 같은 동네 이웃이고, 나이도 비슷해 많이 친해졌다. 가족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지난 8월31일에는 참여자와 강사, 동주민센터 담당자 등 11명이 함께 성수아트홀에서 연극 <낡은 외투>를 관람하기도 했다. “제가 연극을 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연극을 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다른 사람들도 다 그래요. 실제 연극을 보고 어떻게 하는지 느껴야 할 것 같아서 같이 연극을 보자고 했죠. 저는 초등학교도 안 다녔어요. 소장님께 대본에서 어려운 용어는 쉽게 바꾸고, 글씨는 크게 인쇄해달라고 부탁드렸어요. 부족하지만 조금이나마 발전해서 무대에 꼭 서보고 싶습니다.”(김점백씨) 최남방(가명)씨는 “이렇게 연기를 하니까 내가 더 밝아진 것 같다. 기분이 상쾌하고 웃음이 돌아왔다. 모임에 잘 들어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의 연기를 돕고 있는 이드치연구소 박정인씨는 “오늘 처음으로 대본을 가지고 연습했는데, 선생님 한분 한분 대사에 감정이 실린 게 느껴졌다. 지난주에 연극을 봐서 그런지 더 열심히 하는 모습이 참 좋았다”고 말했다. 성수1가제1동이 연극 자조모임을 만든 건 저소득 중장년 1인 가구의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성수1가제1동 지학주 동장은 “알코올에 중독된 중장년 1인 가구는 고독사의 위험이 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연극 자조 모임을 기획하게 되었다”며 “참여하는 주민들이 서로 의지하며 술도 끊고 자신의 잠재능력도 발휘해 함께 사는 공동체를 만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모임에 참여한 주민은 예전에 알코올에 빠져 있다가 7년 동안 단주한 사람부터 지금도 날마다 술을 마시는 사람까지 다양하다. 이들은 연극으로 알코올중독, 대인기피증, 고독감, 우울증 등 외로움을 공유한다. 박정환(가명)씨는 “일이 없으니 날마다 술만 마시는데 여기 오면 비슷한 사람들끼리 애환도 이야기하고 연극으로 스트레스를 풀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제이와이엘은 다음달까지 심리상황극을 진행한 뒤 본격적으로 연극 준비에 들어가 오는 11월 성수1가제1동주민센터에서 공연할 계획이다. 원낙연 기자 yanni@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엄마: 전화도 안 받고 어떻게 된 거야? 많이 걱정했잖아! 자녀1: 친구 부모님이 여행 가셔서 우리끼리 놀다보니까 늦었어. 자녀2: 얼마나 재미있게 놀았길래 전화도 못 받았어? 아빠: (헛기침 소리를 내며 등장) 연락이 없어서 많이 걱정했어. 앞으로 늦을 것 같으면 연락해. 아빠가 데리러 갈게. 지난 6일 오후 성동구 성수1가제1동주민센터 다목적실에서 아빠 역할을 맡아 연기하는 사람은 김점백(61)씨였다. 아이엠에프(IMF) 외환위기 때 가족이 해체된 뒤 20년 넘게 혼자 살아온 김씨는 동주민센터 직원의 소개로 지난 5월부터 한 달에 두 차례씩 연극 자조모임 ‘제이와이엘’(J.Y.L·Jump Your Life)에 참여하고 있다. 이 모임에 참여한 이들은 대부분 홀로 사는 남성들로, 연극치료 전문 강사인 지 소장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이야기를 연극을 통해 주고받는다. 지난 6일 모임에선 연락도 없이 늦게 귀가한 자녀를 두고 벌어지는 상황을 일치·비난·회유·초이성·혼란형 등 5가지 의사소통 유형에 따라 다르게 각색된 대본으로 연기했다. 엄마, 자녀1, 자녀2는 이드치연구소 소속 배우들과 동주민센터 복지도우미가 맡았고, 김씨 등 참여자들은 5가지 유형의 아빠를 연기했다. 연기한 뒤 김씨는 “딸 둘이 이제 30대 후반이 되었을 텐데, 어디 사는지도 모른다. 오늘 아빠 연기를 하면서 가슴이 찡했다. 가족과 대화가 많이 그립다. 모임에 나오는 사람들이 같은 동네 이웃이고, 나이도 비슷해 많이 친해졌다. 가족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지난 8월31일에는 참여자와 강사, 동주민센터 담당자 등 11명이 함께 성수아트홀에서 연극 <낡은 외투>를 관람하기도 했다. “제가 연극을 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연극을 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다른 사람들도 다 그래요. 실제 연극을 보고 어떻게 하는지 느껴야 할 것 같아서 같이 연극을 보자고 했죠. 저는 초등학교도 안 다녔어요. 소장님께 대본에서 어려운 용어는 쉽게 바꾸고, 글씨는 크게 인쇄해달라고 부탁드렸어요. 부족하지만 조금이나마 발전해서 무대에 꼭 서보고 싶습니다.”(김점백씨) 최남방(가명)씨는 “이렇게 연기를 하니까 내가 더 밝아진 것 같다. 기분이 상쾌하고 웃음이 돌아왔다. 모임에 잘 들어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의 연기를 돕고 있는 이드치연구소 박정인씨는 “오늘 처음으로 대본을 가지고 연습했는데, 선생님 한분 한분 대사에 감정이 실린 게 느껴졌다. 지난주에 연극을 봐서 그런지 더 열심히 하는 모습이 참 좋았다”고 말했다. 성수1가제1동이 연극 자조모임을 만든 건 저소득 중장년 1인 가구의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성수1가제1동 지학주 동장은 “알코올에 중독된 중장년 1인 가구는 고독사의 위험이 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연극 자조 모임을 기획하게 되었다”며 “참여하는 주민들이 서로 의지하며 술도 끊고 자신의 잠재능력도 발휘해 함께 사는 공동체를 만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모임에 참여한 주민은 예전에 알코올에 빠져 있다가 7년 동안 단주한 사람부터 지금도 날마다 술을 마시는 사람까지 다양하다. 이들은 연극으로 알코올중독, 대인기피증, 고독감, 우울증 등 외로움을 공유한다. 박정환(가명)씨는 “일이 없으니 날마다 술만 마시는데 여기 오면 비슷한 사람들끼리 애환도 이야기하고 연극으로 스트레스를 풀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제이와이엘은 다음달까지 심리상황극을 진행한 뒤 본격적으로 연극 준비에 들어가 오는 11월 성수1가제1동주민센터에서 공연할 계획이다. 원낙연 기자 yanni@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