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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우리 옷 제대로 입기 대토론회’
‘퓨전 한복’에 우려 목소리
구 “전통 한복 착용에만 음식값 할인”
“외국인 퓨전 한복 찾아” 볼멘소리도
관광객들이 17일 오후 한복을 차려입고 경복궁을 관람하고 있다. 관광객 대다수는 전통 한복과는 다른 퓨전 한복을 입었다.
종로구는 민족의 명절인 한가위를 맞아 21일부터 22일까지 이틀 동안 ‘종로한복축제’를 연다. 전통 한복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한 것으로 한복 패션쇼, 한복 뽐내기 대회 등 다양한 행사가 있다.
광장에서 한복을 빌려 입고 전통문화의 매력에 빠져보는 한복 체험, 우리 옷 바르게 입는 법을 알려주고 재미있는 미션을 풀어보는 한복 바르게 입기, 전통놀이를 체험하는 한복 놀이터, 전통공예품 등을 살 수 있는 전통 마켓, 사진을 통해 오래도록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할 포토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종로구가 한복 축제를 여는 데는 최근 늘어나는 ‘퓨전 한복’에 맞서 전통 한복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지키기 위해서다. 최근 몇 년간 한복을 입고 궁궐과 인근 관광지를 찾는 관광객이 늘고 있다. 2015년 1만3천 명이던 한복을 입은 궁궐 관광객은 2017년 63만 명으로 늘어났다. 조선 시대 궁과 관광지가 몰려 있는 종로구에는 한복을 빌려주는 곳이 200여 군데에 이른다. 대부분 4시간에 2만원 정도 내면 빌릴 수 있다.
17일 오후 경복궁을 찾은 수많은 관광객은 대부분 한복을 차려입고 있었다. 이들 대여점에서 빌린 한복 대부분은 전통 한복에는 없는 허리 뒤로 묶는 리본 형태의 허리끈, 한복 치마 안에 링 모양의 뼈대가 들어 있는 것, 전통 한복에는 없는 형태의 각종 문양이 장식돼 있다. 남성 한복도 평민이 입는 일상복에 용보(왕, 세자, 세손 등의 예복에 용을 수놓아 붙이던 헝겊 조각)가 있는 등 과거와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관광객이 입는 대부분의 한복에는 화려한 금박과 레이스, 리본이 장식돼 있어 전통 한복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전문가들은 한복과 비슷한 이런 옷차림은 한복 이미지를 왜곡하고 훼손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길기대 한복사랑협동조합 대표는 “그 자체가 문제라고 할 수는 없지만, 5천 년 동안 형성된 형태나 색감 등 전통 한복의 정서가 있다”며 “이런 게 무시된 한복이 오히려 좋은 한복으로 왜곡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고, 전통 한복 문화가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변질돼 전파될 수 있어 걱정스럽다”고 했다. 종로구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11일 문화재청, 문화체육관광부, 서울시 소재 궁궐 관계자, 한복 대여업체, 한복 전문가 등이 참석한 가운데 토론회도 열었다. 이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종로구는 10월부터 한복 착용자에게 음식값을 할인해주던 것을 전통 한복 착용자에게만 할인해주는 것으로 변경할 방침이다. 김오현 종로구청 문화과장은 “궁궐 품격에 어울리는 한복 착용을 권장하기 위해서 문화재청에 고궁 무료입장 한복 가이드라인 개정도 적극 권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종로구는 현재 한복을 입은 관광객들에게 종로구의 116개 음식점을 이용하면 음식값 10%를 깎아주고, 국궁전시관과 주차장 등 구립 시설 이용에도 할인 혜택을 준다. 구청의 이런 움직임에 한복 대여업계는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며 불만을 토로한다. 시대가 바뀌었는데 옛 모양만 고집할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한복 대여점 ‘서울한복’의 조미연 팀장은 “전통 한복과 퓨전 한복 모두 갖추고 있지만, 대부분 외국인이 퓨전 한복을 더 많이 찾았다”며 “그렇다고 외국인들에게 억지로 전통 한복을 입으라고 강요할 수도 없는 것 아니냐”고 항변했다. 이날 화려한 한복을 입고 경복궁을 찾은 관광객들의 발길은 계속 이어졌다. 경복궁 근처 대여업체에서 한복을 빌려 입은 사람들은 퓨전 한복에 대해 대체로 호의적이었다. 지인과 함께 경복궁을 찾은 대학생 이재현(21)씨는 “한복도 시대에 따라 변하기 마련인데 모습이 많이 바뀌어도 한복의 형태라고 알아볼 수 있을 정도면 한복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자친구와 함께 한복을 빌려 입은 김범수(25)씨는 “전통을 훼손한다고 생각하는데, 큰 틀에서 전통적인 형태를 유지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고 했다. 권미루 전통 한복 활동가는 “2015년부터 퓨전 한복이 늘어났는데, 내가 알던 전통 한복과는 많이 다르다. 전통 한복이 잘 보존돼야 퓨전 한복도 있을 수 있어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전통을 지킬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17일 오후 경복궁을 찾은 수많은 관광객은 대부분 한복을 차려입고 있었다. 이들 대여점에서 빌린 한복 대부분은 전통 한복에는 없는 허리 뒤로 묶는 리본 형태의 허리끈, 한복 치마 안에 링 모양의 뼈대가 들어 있는 것, 전통 한복에는 없는 형태의 각종 문양이 장식돼 있다. 남성 한복도 평민이 입는 일상복에 용보(왕, 세자, 세손 등의 예복에 용을 수놓아 붙이던 헝겊 조각)가 있는 등 과거와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관광객이 입는 대부분의 한복에는 화려한 금박과 레이스, 리본이 장식돼 있어 전통 한복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전문가들은 한복과 비슷한 이런 옷차림은 한복 이미지를 왜곡하고 훼손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길기대 한복사랑협동조합 대표는 “그 자체가 문제라고 할 수는 없지만, 5천 년 동안 형성된 형태나 색감 등 전통 한복의 정서가 있다”며 “이런 게 무시된 한복이 오히려 좋은 한복으로 왜곡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고, 전통 한복 문화가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변질돼 전파될 수 있어 걱정스럽다”고 했다. 종로구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11일 문화재청, 문화체육관광부, 서울시 소재 궁궐 관계자, 한복 대여업체, 한복 전문가 등이 참석한 가운데 토론회도 열었다. 이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종로구는 10월부터 한복 착용자에게 음식값을 할인해주던 것을 전통 한복 착용자에게만 할인해주는 것으로 변경할 방침이다. 김오현 종로구청 문화과장은 “궁궐 품격에 어울리는 한복 착용을 권장하기 위해서 문화재청에 고궁 무료입장 한복 가이드라인 개정도 적극 권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종로구는 현재 한복을 입은 관광객들에게 종로구의 116개 음식점을 이용하면 음식값 10%를 깎아주고, 국궁전시관과 주차장 등 구립 시설 이용에도 할인 혜택을 준다. 구청의 이런 움직임에 한복 대여업계는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며 불만을 토로한다. 시대가 바뀌었는데 옛 모양만 고집할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한복 대여점 ‘서울한복’의 조미연 팀장은 “전통 한복과 퓨전 한복 모두 갖추고 있지만, 대부분 외국인이 퓨전 한복을 더 많이 찾았다”며 “그렇다고 외국인들에게 억지로 전통 한복을 입으라고 강요할 수도 없는 것 아니냐”고 항변했다. 이날 화려한 한복을 입고 경복궁을 찾은 관광객들의 발길은 계속 이어졌다. 경복궁 근처 대여업체에서 한복을 빌려 입은 사람들은 퓨전 한복에 대해 대체로 호의적이었다. 지인과 함께 경복궁을 찾은 대학생 이재현(21)씨는 “한복도 시대에 따라 변하기 마련인데 모습이 많이 바뀌어도 한복의 형태라고 알아볼 수 있을 정도면 한복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자친구와 함께 한복을 빌려 입은 김범수(25)씨는 “전통을 훼손한다고 생각하는데, 큰 틀에서 전통적인 형태를 유지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고 했다. 권미루 전통 한복 활동가는 “2015년부터 퓨전 한복이 늘어났는데, 내가 알던 전통 한복과는 많이 다르다. 전통 한복이 잘 보존돼야 퓨전 한복도 있을 수 있어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전통을 지킬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