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공유
세상을 바꾸고 싶은 청년들의
장애와 비장애의 벽을 허무는 도전
텃밭의 좌절 안고 비누로 길 열어
모두가 친구인 좋은 사회를 향한다
직원들과 함께 선 동구밭 노순호 대표(맨 왼쪽). 동구밭은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채소를 키우는 일로 시작해 이제 월 10만 개가량의 비누를 만들어 파는 어엿한 사회적기업이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2년 전 입사했어요. 일하는 것도 즐겁지만 무엇보다 친구가 생긴 게 좋아요.” 꼼꼼하게 비누를 포장하느라 이마에 땀이 송송 맺힌 김씨는 발달장애인이지만 어엿한 직장인이다. 김씨에게 노동의 즐거움과 친구를 만들어준 기업은 ‘동구밭’.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채소를 키우는 일로 시작해 이제 월 10만 개가량의 비누를 만들어 파는 어엿한 사회적 기업이다.
선한 마음은 선한 결과를 낳는다고 했다. 동구밭은 2014년 세상에 변화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은 대학생 4명이 시작했다. 강동구에서 텃밭농사를 함께 지으며 발달장애인들이 도시농부로 성장하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발달장애인들은 농사에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첫 좌절이었다. 좌절은 이겨내야 할 목표이지 주저앉을 핑계는 아니다. “우리 아이가 텃밭 가는 날을 손꼽아 기다려요. 평생 친구가 없었는데 순호씨는 첫 번째 친구예요.” 노순호 동구밭 대표(27·사진)가 지금도 간직하는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어머니의 말이다. “발달장애인은 평균 1.4명의 친구가 있는데 대부분 같은 발달장애인 친구입니다. 부모님을 제외하고 비장애인을 만나본 경험이 거의 없지요.” 노 대표와 친구들은 자신들을 친구로 대하는 발달장애인을 떠날 수 없었다. 아무리 어려워도 지켜야 할 관계가 친구이지 않은가. 수확의 기쁨을 세상과 나누고도 싶었다. 비누가 눈에 들어왔다. 텃밭에서 키운 친환경 작물로 천연 비누를 만드는 일. 가능성이 보였다. 2015년 동구밭을 법인으로 전환했다. 비누를 만들 공간과 설비가 필요했다. 투자를 유치했다. 2015년 4월 행복나눔재단 임팩트 투자 2기 선정, 12월에는 카이스트 청년창업투자지주 지분 투자 유치, 2016년 4월 소풍(SOPOONG)지분 투자, 2016년 서울시 예비 사회적기업 지정…. 아직 세상은 따듯했다. 실패하지 않는 게 세상의 따듯함에 보답하고 발달장애인과 친구로 오래 지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생각을 가슴에 새겼다. 상식과 원칙을 단단히 지키는 게 유일한 길이었다. 지난해 2월 크지 않은 공간에 설비를 들여 비누 제작을 시작했다. 주변에서 걱정도 많았다. 비누를 만들어 파는 장애인 기업이 많은 탓이다. 발달장애인 친구들이 할 수 있는 일이 필요했기에 비누를 선택한 것이라는 설명 대신 ‘해외 수출, 호텔 납품, 누구나 아는 브랜드’ 세 가지를 약속했다. 올 4월에는 설거지 워싱바 4만 개 판매를 돌파했다. 지난달에는 워커힐 호텔의 객실용 비누 납품 계약도 체결했다. ‘홀드’라는 브랜드로 4개국에 10만 개 이상 수출도 성공했다. 두 가지 약속은 지킨 셈이다. 텃밭을 일구던 발달장애인들은 지금도 함께 일한다. 퇴사율은 0%다. 장애와 비장애 구별 없이 동료로, 친구로 함께 일하는 동구밭의 26명 직원 가운데 비장애인은 9명이다. 한 가지에 집중하는 특성을 가진 발달장애인들은 가공과 포장을, 비장애인들은 나머지 부분을 담당하며 월 10만 개의 비누를 만든다. “동료들에게 ‘이런 곳에서 일해’라는 자부심을 주고 싶습니다. 마지막 약속인 누구나 알 만한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노 대표는 텃밭에서 가꾼 채소가 들어간 선물용 ‘가꿈비누’로 남은 약속에 도전하고 있다. 8만 개 이상 팔린 설거지 워싱바의 성공이 노 대표가 믿는 구석이다. 장애와 비장애의 벽을 허무는 선한 마음의 힘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설거지 워싱바는 OEM 제품이에요. 그런데 맘 카페 커뮤니티 등에서 입소문을 타며 공동구매로 판매됐거든요.” 설거지 워싱바는 적정 사용량을 넘겨서 쓰게 되는 액체 세제의 단점을 보완한 제품이다. 식약처 인증도 받았다. 가족 건강은 물론이고 다음 세대를 위해 환경 피해도 줄일 수 있는 제품인만큼 노 대표가 거는 기대도 크다. 동구밭은 월 매출 400만원이 늘어나면 발달장애인을 1명 더 고용할 것을 약속했다. 발달장애인과 함께 꿈의 직장을 만들겠다는 다짐이다. 노 대표는 새로운 목표를 조심스럽게 말한다. “3년 안에 외부 영업 활동 없이 동구밭이 자생할 수 있도록 안정화하는 거예요. 그다음요? 또 다른 장애 사원을 고용할 수 있는 새 사업을 하는 거죠.” 노 대표의 3년 목표는 장애와 비장애의 벽이 없는 좋은 사회를 향하고 있다. (동구밭: donggubat.com 전화: 070-4282-9626) 박혜란 기자 phr@hani.co.kr/콘텐츠랩부
선한 마음은 선한 결과를 낳는다고 했다. 동구밭은 2014년 세상에 변화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은 대학생 4명이 시작했다. 강동구에서 텃밭농사를 함께 지으며 발달장애인들이 도시농부로 성장하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발달장애인들은 농사에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첫 좌절이었다. 좌절은 이겨내야 할 목표이지 주저앉을 핑계는 아니다. “우리 아이가 텃밭 가는 날을 손꼽아 기다려요. 평생 친구가 없었는데 순호씨는 첫 번째 친구예요.” 노순호 동구밭 대표(27·사진)가 지금도 간직하는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어머니의 말이다. “발달장애인은 평균 1.4명의 친구가 있는데 대부분 같은 발달장애인 친구입니다. 부모님을 제외하고 비장애인을 만나본 경험이 거의 없지요.” 노 대표와 친구들은 자신들을 친구로 대하는 발달장애인을 떠날 수 없었다. 아무리 어려워도 지켜야 할 관계가 친구이지 않은가. 수확의 기쁨을 세상과 나누고도 싶었다. 비누가 눈에 들어왔다. 텃밭에서 키운 친환경 작물로 천연 비누를 만드는 일. 가능성이 보였다. 2015년 동구밭을 법인으로 전환했다. 비누를 만들 공간과 설비가 필요했다. 투자를 유치했다. 2015년 4월 행복나눔재단 임팩트 투자 2기 선정, 12월에는 카이스트 청년창업투자지주 지분 투자 유치, 2016년 4월 소풍(SOPOONG)지분 투자, 2016년 서울시 예비 사회적기업 지정…. 아직 세상은 따듯했다. 실패하지 않는 게 세상의 따듯함에 보답하고 발달장애인과 친구로 오래 지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생각을 가슴에 새겼다. 상식과 원칙을 단단히 지키는 게 유일한 길이었다. 지난해 2월 크지 않은 공간에 설비를 들여 비누 제작을 시작했다. 주변에서 걱정도 많았다. 비누를 만들어 파는 장애인 기업이 많은 탓이다. 발달장애인 친구들이 할 수 있는 일이 필요했기에 비누를 선택한 것이라는 설명 대신 ‘해외 수출, 호텔 납품, 누구나 아는 브랜드’ 세 가지를 약속했다. 올 4월에는 설거지 워싱바 4만 개 판매를 돌파했다. 지난달에는 워커힐 호텔의 객실용 비누 납품 계약도 체결했다. ‘홀드’라는 브랜드로 4개국에 10만 개 이상 수출도 성공했다. 두 가지 약속은 지킨 셈이다. 텃밭을 일구던 발달장애인들은 지금도 함께 일한다. 퇴사율은 0%다. 장애와 비장애 구별 없이 동료로, 친구로 함께 일하는 동구밭의 26명 직원 가운데 비장애인은 9명이다. 한 가지에 집중하는 특성을 가진 발달장애인들은 가공과 포장을, 비장애인들은 나머지 부분을 담당하며 월 10만 개의 비누를 만든다. “동료들에게 ‘이런 곳에서 일해’라는 자부심을 주고 싶습니다. 마지막 약속인 누구나 알 만한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노 대표는 텃밭에서 가꾼 채소가 들어간 선물용 ‘가꿈비누’로 남은 약속에 도전하고 있다. 8만 개 이상 팔린 설거지 워싱바의 성공이 노 대표가 믿는 구석이다. 장애와 비장애의 벽을 허무는 선한 마음의 힘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설거지 워싱바는 OEM 제품이에요. 그런데 맘 카페 커뮤니티 등에서 입소문을 타며 공동구매로 판매됐거든요.” 설거지 워싱바는 적정 사용량을 넘겨서 쓰게 되는 액체 세제의 단점을 보완한 제품이다. 식약처 인증도 받았다. 가족 건강은 물론이고 다음 세대를 위해 환경 피해도 줄일 수 있는 제품인만큼 노 대표가 거는 기대도 크다. 동구밭은 월 매출 400만원이 늘어나면 발달장애인을 1명 더 고용할 것을 약속했다. 발달장애인과 함께 꿈의 직장을 만들겠다는 다짐이다. 노 대표는 새로운 목표를 조심스럽게 말한다. “3년 안에 외부 영업 활동 없이 동구밭이 자생할 수 있도록 안정화하는 거예요. 그다음요? 또 다른 장애 사원을 고용할 수 있는 새 사업을 하는 거죠.” 노 대표의 3년 목표는 장애와 비장애의 벽이 없는 좋은 사회를 향하고 있다. (동구밭: donggubat.com 전화: 070-4282-9626) 박혜란 기자 phr@hani.co.kr/콘텐츠랩부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