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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 예술인 거버넌스 테이블 만들어
예술인들이 스스로 정책 만들고 결정
내년 5개 동별 거버넌스로 확산
중구청은 10월26일 오후 6시 을지로 대림상가 옥상에서 문화예술인들의 만남 자리 ‘아티스트 네트워크 파티 을지놀놀’을 열었다. 중구청 제공
도심 한복판에서 이렇게 시끌벅적한 옥상은 처음 본 듯하다. 낮에 내린 비로 제법 쌀쌀했지만 수백 명이 삼삼오오 모여 즐겁게 이야기꽃을 피웠다.
중구는 10월26일 오후 6시 어둠이 깔린 을지로 대림상가 옥상에서 문화예술인들의 만남의 자리 ‘아티스트 네트워크 파티 을지놀놀’을 열었다. 중구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의 모임으로 지역 문화예술인, 생활문화동아리, 동국대·숭의여대·정화예술대 등 문화예술 관련 학과 교수와 학생 등 300명이 넘게 참여했다.
중구는 민선 7기 시대를 맞아 2021년까지 서울의 중심인 중구를 문화예술 도시로 탈바꿈시킨다는 야심 찬 프로젝트 ‘중구 르네상스’를 추진한다. 이를 위해 중구형 문화예술 거버넌스 테이블 구축, 청년예술아지트 문화예술 공간 조성, 주민자치 문화사업 개발과 지원 등의 사업을 펼치는데, 이날 을지놀놀은 중구 르네상스의 첫 단추를 끼우는 자리다.
서양호 중구청장은 이 자리에서 “을지로와 세운상가를 중심으로 젊은 예술인들이 다시 모이고 있다”며 “예술을 정부와 공공이 지원해 우리 국민의 예술적 삶을 풍부하게 해주는 것이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서 구청장은 또 “충무로·을지로를 예술과 문화가 꽃피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 예술인들이 작업할 수 있는 공간, 전시할 수 있는 공간, 머물 수 있는 공간이 반드시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중구는 문화예술 거버넌스 테이블을 마련하기 위해 필동 예술통, 만리동예술인협동조합, 다산동 예감터 여민·써드플레이스, 황학소굴 등 지역 예술단체에 소속된 예술인과 을지로 청년 예술인들을 중심으로 추진단도 꾸렸다. 문화예술 거버넌스 테이블은 중구의 예술가들이 구의 문화예술 정책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조직체다. 기존에는 정부나 지자체가 정책 콘셉트를 정하고 프로그램을 짠 다음 일을 진행했다면, 거버넌스 테이블이 만들어지면 아이디어 단계부터 지역 예술가들과 함께 논의하고 만들어간다. 거버넌스 테이블은 더 나아가 지역이나 장르에 따라 각자 따로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들이 서로 무슨 작업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게 해주는 역할도 한다. 이준희 중구 문화정책기획관은 “거버넌스 테이블 구축은 중구의 문화예술 사업을 설계하고 예산을 집행하는 권한을 지자체보다 지역 주민과 예술인들이 갖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중구는 이런 민관 협치를 바탕으로 내년에는 이웃예술가 지역협력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예술가들이 자신이 사는 동네를 위해 할 수 있는 예술 프로젝트를 직접 논의하고 계획을 짜서 사업안이 결정되면 구청이 이를 지원하는 형태다. 이처럼 거버넌스 테이블은 열린 플랫폼으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제안할 수 있는 구조다. 중구는 많은 사람이 거버넌스 테이블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매달 네트워크 파티를 열 계획이다. 거버넌스 테이블 추진단 중 한 명인 박동훈 필동 예술통 대표는 “중구에 젊은 예술인들이 많이 늘고 있다 하는데, 실제로 어떤 사람들이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르고 있다”며 “각자 바쁘다보니 구심점도 없었는데, 이번 기회에 다양한 활동가가 중구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을지로 청년 예술가인 고대웅 R3028 대표도 “거버넌스를 먼저 조직하고 예술가들의 의견에 맞춰 정책이 만들어진다면 예술가들의 지향점이나 가치가 반영돼 매우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을지로는 관에서 작업실을 제공하면서 작가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작가들이 임대료 부담을 줄이면서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많이 만들어줘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중구는 전체 거버넌스 아래 황학동, 필동, 을지로, 만리동, 중림동, 다산동 등 동별 거버넌스도 만들려고 한다. 다산동은 두 번째 모임을 했고, 필동은 이번주에, 황학동은 11월부터 예술인 모임을 준비한다. 이외 다른 동도 계속 거버넌스를 만들어 내년 상반기에는 최소 5개 동에서 거버넌스 테이블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날 을지놀놀에 참가한 김진영 을지공간 대표는 “다른 지역은 임대료가 많이 올라 젠트리피케이션 현상도 심한데, 중구는 다른 지역에 비해 괜찮은 편이라서 예술인들이 모이는 것 같다”며 “각자 활동하는 것도 좋지만, 중구 예술인들의 네트워크와 공동작업을 통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어 무척 좋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중구는 문화예술 거버넌스 테이블을 마련하기 위해 필동 예술통, 만리동예술인협동조합, 다산동 예감터 여민·써드플레이스, 황학소굴 등 지역 예술단체에 소속된 예술인과 을지로 청년 예술인들을 중심으로 추진단도 꾸렸다. 문화예술 거버넌스 테이블은 중구의 예술가들이 구의 문화예술 정책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조직체다. 기존에는 정부나 지자체가 정책 콘셉트를 정하고 프로그램을 짠 다음 일을 진행했다면, 거버넌스 테이블이 만들어지면 아이디어 단계부터 지역 예술가들과 함께 논의하고 만들어간다. 거버넌스 테이블은 더 나아가 지역이나 장르에 따라 각자 따로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들이 서로 무슨 작업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게 해주는 역할도 한다. 이준희 중구 문화정책기획관은 “거버넌스 테이블 구축은 중구의 문화예술 사업을 설계하고 예산을 집행하는 권한을 지자체보다 지역 주민과 예술인들이 갖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중구는 이런 민관 협치를 바탕으로 내년에는 이웃예술가 지역협력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예술가들이 자신이 사는 동네를 위해 할 수 있는 예술 프로젝트를 직접 논의하고 계획을 짜서 사업안이 결정되면 구청이 이를 지원하는 형태다. 이처럼 거버넌스 테이블은 열린 플랫폼으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제안할 수 있는 구조다. 중구는 많은 사람이 거버넌스 테이블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매달 네트워크 파티를 열 계획이다. 거버넌스 테이블 추진단 중 한 명인 박동훈 필동 예술통 대표는 “중구에 젊은 예술인들이 많이 늘고 있다 하는데, 실제로 어떤 사람들이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르고 있다”며 “각자 바쁘다보니 구심점도 없었는데, 이번 기회에 다양한 활동가가 중구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을지로 청년 예술가인 고대웅 R3028 대표도 “거버넌스를 먼저 조직하고 예술가들의 의견에 맞춰 정책이 만들어진다면 예술가들의 지향점이나 가치가 반영돼 매우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을지로는 관에서 작업실을 제공하면서 작가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작가들이 임대료 부담을 줄이면서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많이 만들어줘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중구는 전체 거버넌스 아래 황학동, 필동, 을지로, 만리동, 중림동, 다산동 등 동별 거버넌스도 만들려고 한다. 다산동은 두 번째 모임을 했고, 필동은 이번주에, 황학동은 11월부터 예술인 모임을 준비한다. 이외 다른 동도 계속 거버넌스를 만들어 내년 상반기에는 최소 5개 동에서 거버넌스 테이블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날 을지놀놀에 참가한 김진영 을지공간 대표는 “다른 지역은 임대료가 많이 올라 젠트리피케이션 현상도 심한데, 중구는 다른 지역에 비해 괜찮은 편이라서 예술인들이 모이는 것 같다”며 “각자 활동하는 것도 좋지만, 중구 예술인들의 네트워크와 공동작업을 통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어 무척 좋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