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근력운동·식사 습관 챙기는 ‘마을건강방’ 효과 괜찮네요

서대문구 가재울 지역 건강 취약계층 대상

등록 : 2018-11-22 15:30 수정 : 2018-11-23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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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 3개월 사회혁신사업으로

건강관리는 소셜 벤처기업이 맡아

다른 곳에서 운동하다 걷기 불편 느껴

15일 오전 서대문구 남가좌동 ‘가재울 마을건강방’에서 주민들이 기구로 운동하고 있다. 마을건강방 운영을 맡은 송하진(오른쪽 둘째) 연구원과 코디네이터(오른쪽 셋째)가 운동기구를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게 돕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서대문구 남가좌동에는 다른 동네에서 보기 드문 독특한 곳이 있다. ‘행정안전부 2018년 국민참여 사회문제 해결 프로젝트’(사회주택, 미세먼지, 헬스케어 등)로 만들어진 ‘가재울 마을건강방’이다. 회원으로 가입한 주민들이 날씨나 시간에 개의치 않고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빌라 건물 1층 약 60㎡(18평) 규모에 7개의 운동기구와 인바디(체성분 분석기)를 갖췄다.

마을건강방(건강방)은 지난 7월 말 지역의 건강 취약계층을 위한 공간으로 문을 열었다. 서대문구의 청년 자립을 지원하는 브리지사회적협동조합이 총괄한다. 남가좌동 마을공동체인 ‘하.나.의’는 회원 모집과 운영을 맡고, 이용자의 건강관리는 소셜벤처인 헬스브릿지가 담당한다. 건강방은 석 달마다 한 기로 나눠 운영한다. 8월부터 11월3일까지 1기를 끝냈고, 2기를 준비하고 있다. 1기 회원들은 스스로 와서 운동을 이어간다.

지난 15일 오전 9시가 채 되기 전 김경임(71)씨가 건강방 문을 열고 들어섰다. 코디와 인사를 하고 바로 운동기구에 앉는다. 김씨는 급식봉사를 하러 가기 전 운동을 하러 왔다 했다. 고숙순(72)씨가 잇달아 들어왔다. “일찍 오셨네요”라며 김씨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옆 운동기구를 이용한다. 그는 홍제천에 운동하러 가기 전 이곳에서 근력운동부터 한다. 머리에 파마 롤을 말고 빼꼼히 문을 여는 박인한(75)씨를 모두가 반긴다. 박씨는 짬을 내 운동하러 들렸단다.


1기 프로그램은 건강 취약계층에게 맞게 저강도 근력운동기구로 30분쯤 운동을 하도록 짰다. 헬스브릿지의 스마트폰 앱 ‘위헬스’에 운동량이 자동 입력되고, 걸음 수와 음주량·흡연량도 점검된다. 식단 관리도 이뤄졌다. 회원이 날마다 식단을 사진으로 찍어 앱에 올리면 운동처방사와 영양사가 종합해서 살펴 응답 메시지를 보내줬다. 1기 회원들의 신체 건강 변화를 살핀 헬스브릿지의 박성민 대표는 “프로그램 진행하는 기간에 회원들의 걷기 실천율이 38%에서 95%로 크게 개선되었다”고 했다.

60대 이상이 약 60%를 차지하는 1기 회원 101명 가운데 열에 아홉은 여성이다. 이들은 대체로 보건소, 복지관 등의 다양한 운동 프로그램에 참여하다 다리와 무릎이 아파 걷기가 불편해졌다. 건강방에서 꾸준히 근력운동을 하면서 걸음걸이가 빨라져 하루 권장 걸음 수를 걷게 된 이들이 늘었다.

박인한씨도 그중 한 명이다. 박씨는 “건강방에서 운동을 이틀 한 뒤부터 발걸음이 빨라진 걸 느끼면서 근력운동의 필요성을 몸으로 느꼈다”고 했다. 협착증으로 물리치료를 받아온 김경임씨는 건강방에서 근력운동을 해서 더는 물리치료를 받지 않아도 됐다. 김씨는 “종아리 당기던 게 없어지고, 몸무게는 2㎏ 줄고 근육도 생겼다”고 했다.

식단 관리를 어려워하거나 꺼리는 회원들도 있지만, 참여자들의 변화는 좋은 편이다. 칼로리와 지방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거나 영양 불균형인 회원들이 영양사의 조언에 따라 식단과 조리 방법을 바꿨다. 50대 이상 회원 5명 중 1명이 아침을 걸렀는데,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모두 아침을 먹는 것으로 바뀌었다. 20년 넘게 당뇨를 앓아온 고숙순씨는 “식단 관리를 가끔 놓칠 때가 있는데 영양이 적정하지 않다고 따끔하게 지적해줘 도움이 된다”고 했다.

회원들이 운동을 꾸준히 할 수 있게 인센티브제도 시행한다. 격주로 건강실천 포인트(점수)를 줬다. 포인트는 건강방 출석률, 식단 관리, 건강 미션 수행 등을 반영해 줬고 지역화폐로 지급했다. 회원들은 평균 일주일에 두세 번 근력운동을 했다. 건강방 운영 결과를 정리하는 ‘하.나.의’의 송하진 연구원은 “WHO(세계보건기구) 권장기준인 주 2회 이상 근력운동에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는 참여율이다”라고 했다.

이용 주민끼리의 관계망 증진도 지속적인 운동에 긍정적 영향을 줬다. 회원들 40%가 어려울 때 도움을 받을 이웃이 늘었고, 87%는 건강방 이용으로 행복해졌다고 느꼈다. 아쉬운 점은 행정의 지원 없이 주민들 스스로 운영할 수 있는 기반 마련까지는 이르지 못한 것이다. 송 연구원은 “이용 주민이 직접 운영에 참여하는 주도성을 발휘하기엔 3개월이 짧았던 것 같다”고 했다.

이번 행정안전부 사회혁신 사업은 지역의 공동체를 활용한 사회적 약자의 삶의 질 향상을 지원하기 위해 이루어졌다. 리빙랩(이용자들이 직접 참여해 아이디어를 내고 실행의 주체가 되는 방식)으로 운영 효과를 확인하고 더 나은 모델을 마련하려는 것이다. 브리지사회적협동조합의 하정은 대표는 “12월 결과 보고회에서 그간의 성과 평가와 정책 제언을 통해 향후 마을건강방의 운영 모델이 논의될 것이다”고 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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