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장안평 매매 시스템에 블록체인 도입, 중고차 신뢰↑

서울시, ‘블록체인 선도 도시’ 선언…5개년 마스터플랜 발표

등록 : 2018-11-29 16:14 수정 : 2018-11-2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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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매 단계마다 서울시 블록체인 연계

주행거리·사고 정보 등 위·변조 막아

내년 3월 장안평 시범 서비스 시작

2020년 강서·서초·양평 등으로 확대

지난 19일 오후 성동구 용답동 장안평중고차시장에서 서울시 ‘중고자동차 매매 신뢰체계 구축을 위한 블록체인 시범 서비스’를 놓고 임한숙 서울시 주무관(왼쪽부터), 박세원 유라클 수석, 서울장안평자동차매매사업조합 권오웅 이사장, 한종옥 부조합장, 성중기 이사 등이 이야기하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이 중고차가 2000년에 출고돼서 2002년에 장안평 아무개 상사에 매입된 뒤 다른 사람에게 팔렸다는 이력이 호적초본처럼 다 나온다는 거예요?”

“그렇습니다. ‘주행거리나 사고 이력을 속이지 않을까’ 의심하는 시민들이 서울시가 인증하는 성능기록부 등 차량 정보를 확인하고 ‘이 중고차는 믿을 수 있겠다’는 신뢰를 갖게 하려는 것입니다.”

지난 19일 오후 성동구 용답동 장안평중고차시장에서 서울시의 ‘중고자동차 매매 신뢰체계 구축을 위한 블록체인 시범 서비스’ 설명회가 열렸다. 64개 매매업체(상사)가 조합원으로 있는 서울장안평자동차매매사업조합 성중기 이사의 질문에, 서울시 블록체인 사업 수행업체 ‘유라클’의 박세원 수석은 “블록체인화된 데이터는 수정과 삭제가 안 돼 위·변조가 불가능하다.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권오웅 조합 이사장은 “소비자들의 알 권리를 서울시 차원에서 보장하겠다는 건데, 그 방향은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말했다. 한종옥 부조합장도 “장안평의 젊은 딜러들은 고객 앞에서 스마트폰으로 차량 정보를 조회해 보여주는 등 여러 가지로 노력하고 있다. 서울시가 장안평을 이끌어나갈 그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겠다”고 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초 ‘블록체인 선도 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해 5개년(2018~2022년) 계획을 발표했다. 블록체인은 모든 거래 기록을 수많은 컴퓨터에 복제·저장하는 ‘분산형 데이터 저장 기술’이다. 중앙 서버에 저장하지 않고, 네트워크의 여러 참여자가 기록을 대조·관리하기 때문에 위·변조가 어렵다. 금융·의료·물류 등 보안성과 신뢰성이 요구되는 여러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서울시는 블록체인 선도 사업으로 세계 최고의 전자정부 도시를 넘어 블록체인 기반의 ‘스마트 도시’로서 서울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5개년 계획에는 블록체인을 접목한 14개 선도 사업으로 시민 생활과 직결된 공공서비스를 혁신하겠다는 내용도 담았다. △서울시의 주요 정책을 시민들이 모바일 투표로 결정하는 온라인 투표 시스템 △신청자가 증빙 서류를 발급하러 다닐 필요 없는 온라인 자격 검증 △서울시 발주 공사의 대금 청구부터 지급까지 블록체인으로 구현하는 하도급 대금 자동 지급 등이다.

이 가운데 ‘중고자동차 매매 신뢰체계 구축’ 사업은 허위 매물 등으로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는 중고차 시장을 탈바꿈시키는 게 목적이다. 조합에서 쓰는 매매 시스템과 서울시의 블록체인 플랫폼을 연계해 중고차의 소유권 이전(매매 계약서), 자동차 성능·상태 점검 기록부, 주행거리, 사고 정보 등의 위·변조를 원천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매입 정보 등록 △성능 정보 등록 △차량 정보 조회 △성능 정보 조회 △매도 정보 등록 등 매매 단계마다 블록체인화된 데이터가 서울시의 서버 4대에 동시에 저장되기 때문에 조작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여러분이 등록한 중고차 매물 정보를 서울시 누리집에 접속한 시민이 볼 수 있어 홍보 효과도 있을 것”이라며 “조작 행위를 할 수 없는 블록체인 데이터임을 서울시가 인증한다는 의미에서 서울시 마크를 달 수도 있다”는 서울시의 설명에 조합 측은 “서울시 인증 마크가 있으면 활용하기 훨씬 좋다. 데이터를 우리만 저장하는 게 아니라 서울시와 공유해 고객이 믿을 수 있다면 해볼 만한 일”이라고 반겼다.

서울시는 먼저 내년에 연 1만 대가 거래되는 장안평중고차시장에서 시범 사업을 시작하고 2020년에는 강서, 서초, 강남, 양평 등 다른 대형 중고차 매매 단지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국토교통부와 협업해 자동차가 생산-매매-폐차되는 과정 전체에 블록체인을 적용하는 자동차 관리 시스템의 표준화를 추진한다. 임한숙 서울시 주무관은 “블록체인 시스템을 내년 2월까지 구축해 3월부터 장안평에서 먼저 시작할 예정이다. 그때부터 데이터가 축적되기 때문에 처음에는 미미하겠지만, 다른 중고차 매매단지로 확대되고 시간이 흐르면 소비자에게 의미 있는 정보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울시는 2021년에는 장안평중고자동차시장의 차량 출입 시스템에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적용해 중고차가 들어오고 나갈 때 기록과 주차 위치를 추적하는 방식으로 허위 매물을 원천 봉쇄하는 등 매매 시스템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원낙연 기자 yanni@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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