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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아리수·급수차는 2시간 걸려
소화전 연결 급수대와 급수팩 제작
8월 마포구 사고 때 1시간 안 공급
연간 3천만원 이상 예산 절감도
지난 19일 오후 서대문구 홍제동 북악터널 배수지에서 서부수도사업소 직원들이 직접 개발한 비상 급수대와 비상 급수팩을 활용해 비상 급수 훈련을 하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지난해 9월22일 마포구 대흥동의 한 재개발 공사 현장에서 상수도 보수공사를 하다 구경 600㎜ 상수도관이 파열됐다. 이 사고로 노고산·대흥·염리·아현2·아현3동의 5천여 가구에 수돗물 공급이 10시간 동안 끊겼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는 급히 급수차와 병물 아리수 지원에 나섰다. 지게차 운전자와 운반차를 찾아 가장 가까운 영등포정수센터에 있는 병물 아리수 5천 병을 공급하는 데 2시간이 걸렸다. 지역별 수도사업소와 소방서에 긴급 지원을 요청해 소방차 2대를 포함한 급수차 8대에 수돗물을 담아 피해 지역까지 가는 데도 비슷한 시간이 걸렸다.
4일 뒤인 26일에는 서대문구 홍은동의 한 오피스텔 신축 공사장에서 굴착공사를 하다 상수도관이 파열돼 약 9시간 동안 홍은2·홍제1·연희동 등 5천여 가구에 수돗물 공급이 끊겼다. 상수도사업본부는 병물 아리수 6천 병과 소방차 3대를 포함한 급수차 11대를 긴급 지원했지만, 역시 주민에게 물이 도착하기까지 거의 2시간이 걸렸다.
마포·서대문구 관할인 서부수도사업소 박영헌 소장은 부임 한 달 만에 두 번의 대형 단수사고를 겪으면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판단했다. “물이 끓긴 지 2시간이 지나면 주민들의 민원 전화가 빗발칩니다. 험악한 욕설을 하는 분들도 계세요. 그런데 병물 아리수와 급수차 지원은 아무리 빨라도 2시간은 걸릴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게다가 급수차로 물을 공급해드려도 요즘은 대야 같은 큰 통이 없는 주민이 많아서 ‘물통은 안 주냐’는 항의까지 받았습니다.” 2ℓ짜리 병물 아리수는 가구당 2병만 지급하는 게 원칙이지만, 마실 물은 집에 충분히 보관하고 있는 주민들은 대량의 생활용수를 요구한다. 보관·적재·운반이 쉬우면서도 ‘골든타임’ 안에 더 많은 물을 공급할 대안이 필요했다. 머리를 맞댄 서부수도사업소 직원들은 지역 곳곳에 있는 소화전에 주목했다. 단수지역 인근 소화전에서 물을 받아 주민들에게 나눠주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이를 위해서는 소화전에 연결할 수 있는 급수대와 물을 받을 수 있는 급수팩이 필요했다. 비닐업체가 모인 방산시장을 돌았지만 마실 물을 보관할 수 있는 튼튼한 재질이면서 손잡이가 달린 대형 용기는 찾을 수 없었다. 서부수도사업소는 현장 여건에 맞는 비상 급수팩을 직접 만들기로 했다. 재질은 두께 0.19㎜에 식품 용기로 쓸 수 있다는 시험성적서까지 받았다. 애초 마개는 구경 28㎜로 계획했지만 시제품을 확인한 결과, 단가가 개당 100원이나 저렴하면서 물을 주입하는 데 문제가 없는 구경 22㎜로 변경했다. 김찬모 급수설비팀장은 “물을 담아 주민들께 나눠드린 급수팩을 회수할 방법이 없어 단가를 낮추는 게 중요했다. 최종적으로 5ℓ짜리 급수팩 1만8천 개를 제작하는 데 하나당 708원으로 됐다. 2ℓ짜리 병물 아리수의 단가는 1254원이라 연간 6천 가구 이상 단수되는 것을 가정하면 3천만원이 넘는 예산을 아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비상 급수대는 비상 급수팩 4개에 동시에 물을 담을 수 있게 수도꼭지 4개짜리로 제작했다. 개발한 비상 급수팩과 비상 급수대를 활용해 지난 8월7일에는 500가구 단수 상황을 가정해 은평구 증산동에서 비상 급수 훈련을 했다. 비상 급수팩에 물을 담는 조, 비상 급수팩을 운반하는 조, 주민에게 나눠주는 조 등 4개 조로 나뉜 직원들은 자신의 역할을 몸에 익혔다. 꼼꼼히 대비한 결과는 20일 뒤인 8월27일 마포구 대흥동에서 일어난 3천 가구 단수 사고에서 바로 발휘됐다. 긴급 출동한 서부수도사업소 직원들은 지하철 6호선 대흥역 옆에 있는 소화전에 비상 급수대를 연결한 뒤 비상 급수팩에 물을 담기 시작했다. 5ℓ 물을 채우는 데 10초가 걸렸다. 비상 급수팩 5천여 개를 대흥동주민센터, 아현우체국 등 4곳에서 주민에게 나눠주기까지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급수차는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한 식당 등 상가에 공급하는 데 활용했다. 비상 급수팩의 활약상이 소문이 나면서 서부수도사업소는 지난달 18일에는 북부수도사업소 관할인 강북구 미아동 벽산라이브파크아파트의 단수 사고에 1500개의 비상 급수팩을 지원했다. 지난 5일에는 서울 시민이 직접 뽑은 ‘2018 서울시 민원 서비스 개선 우수 사례’ 우수상을 받았다. 서울시 민원 부서와 출자·출연기관, 25개 자치구가 제출한 54건의 우수 민원 서비스 개선 사례 가운데 뽑힌 결과다. 서부수도사업소는 같은 날 민원 행정 서비스 최우수기관으로 뽑히는 겹경사도 맞았다. 박영헌 소장은 “앞으로 비상 급수팩을 서울시 상수도 급수를 담당하는 8개 수도사업소 전체로 확산해 비상 급수 상황에서 신속한 급수 체제를 마련하고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원낙연 기자 yanni@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마포·서대문구 관할인 서부수도사업소 박영헌 소장은 부임 한 달 만에 두 번의 대형 단수사고를 겪으면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판단했다. “물이 끓긴 지 2시간이 지나면 주민들의 민원 전화가 빗발칩니다. 험악한 욕설을 하는 분들도 계세요. 그런데 병물 아리수와 급수차 지원은 아무리 빨라도 2시간은 걸릴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게다가 급수차로 물을 공급해드려도 요즘은 대야 같은 큰 통이 없는 주민이 많아서 ‘물통은 안 주냐’는 항의까지 받았습니다.” 2ℓ짜리 병물 아리수는 가구당 2병만 지급하는 게 원칙이지만, 마실 물은 집에 충분히 보관하고 있는 주민들은 대량의 생활용수를 요구한다. 보관·적재·운반이 쉬우면서도 ‘골든타임’ 안에 더 많은 물을 공급할 대안이 필요했다. 머리를 맞댄 서부수도사업소 직원들은 지역 곳곳에 있는 소화전에 주목했다. 단수지역 인근 소화전에서 물을 받아 주민들에게 나눠주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이를 위해서는 소화전에 연결할 수 있는 급수대와 물을 받을 수 있는 급수팩이 필요했다. 비닐업체가 모인 방산시장을 돌았지만 마실 물을 보관할 수 있는 튼튼한 재질이면서 손잡이가 달린 대형 용기는 찾을 수 없었다. 서부수도사업소는 현장 여건에 맞는 비상 급수팩을 직접 만들기로 했다. 재질은 두께 0.19㎜에 식품 용기로 쓸 수 있다는 시험성적서까지 받았다. 애초 마개는 구경 28㎜로 계획했지만 시제품을 확인한 결과, 단가가 개당 100원이나 저렴하면서 물을 주입하는 데 문제가 없는 구경 22㎜로 변경했다. 김찬모 급수설비팀장은 “물을 담아 주민들께 나눠드린 급수팩을 회수할 방법이 없어 단가를 낮추는 게 중요했다. 최종적으로 5ℓ짜리 급수팩 1만8천 개를 제작하는 데 하나당 708원으로 됐다. 2ℓ짜리 병물 아리수의 단가는 1254원이라 연간 6천 가구 이상 단수되는 것을 가정하면 3천만원이 넘는 예산을 아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비상 급수대는 비상 급수팩 4개에 동시에 물을 담을 수 있게 수도꼭지 4개짜리로 제작했다. 개발한 비상 급수팩과 비상 급수대를 활용해 지난 8월7일에는 500가구 단수 상황을 가정해 은평구 증산동에서 비상 급수 훈련을 했다. 비상 급수팩에 물을 담는 조, 비상 급수팩을 운반하는 조, 주민에게 나눠주는 조 등 4개 조로 나뉜 직원들은 자신의 역할을 몸에 익혔다. 꼼꼼히 대비한 결과는 20일 뒤인 8월27일 마포구 대흥동에서 일어난 3천 가구 단수 사고에서 바로 발휘됐다. 긴급 출동한 서부수도사업소 직원들은 지하철 6호선 대흥역 옆에 있는 소화전에 비상 급수대를 연결한 뒤 비상 급수팩에 물을 담기 시작했다. 5ℓ 물을 채우는 데 10초가 걸렸다. 비상 급수팩 5천여 개를 대흥동주민센터, 아현우체국 등 4곳에서 주민에게 나눠주기까지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급수차는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한 식당 등 상가에 공급하는 데 활용했다. 비상 급수팩의 활약상이 소문이 나면서 서부수도사업소는 지난달 18일에는 북부수도사업소 관할인 강북구 미아동 벽산라이브파크아파트의 단수 사고에 1500개의 비상 급수팩을 지원했다. 지난 5일에는 서울 시민이 직접 뽑은 ‘2018 서울시 민원 서비스 개선 우수 사례’ 우수상을 받았다. 서울시 민원 부서와 출자·출연기관, 25개 자치구가 제출한 54건의 우수 민원 서비스 개선 사례 가운데 뽑힌 결과다. 서부수도사업소는 같은 날 민원 행정 서비스 최우수기관으로 뽑히는 겹경사도 맞았다. 박영헌 소장은 “앞으로 비상 급수팩을 서울시 상수도 급수를 담당하는 8개 수도사업소 전체로 확산해 비상 급수 상황에서 신속한 급수 체제를 마련하고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원낙연 기자 yanni@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