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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기념회 120만원 수익 기탁
김해린 원장 “인성 교육 그림책 활용”
언니·오빠가 이야기 만들고
그림 윤곽선 그리면, 동생들이 색칠
김해린 구립 송파위례22어린이집 원장(왼쪽에서 네 번째)이 만 4·5살 반인 사랑반 아이들과 함께 그림책을 만들다가 손을 들어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김 원장과 사랑반 아이들은 지난해 12월과 지난 2월 각 한 권씩, 벌써 두 권의 그림책을 펴냈다. 송파구 제공
만 네댓 살짜리 아이들이 그림책을 만들었다?
쉽게 믿기 어려운 이야기다. 하지만 송파구 위례22단지 안 구립 송파위례22어린이집 사랑반(만 4·5살반) 아이들은 지난해 12월 <다람이의 가을 여행>이라는 그림책을 펴낸 데 이어, 지난 2월에는 <내 마음에 북금곰이 살고 있어요>를 펴냈다. 물론 국제표준도서번호(ISBN)가 붙은 정식 출판물은 아니다. 책 표지에는 ‘구립 송파위례22어린이집 출판사’라고 찍혀 있다. 아이들이 쓴 그림과 글을 모아 제본한 것이다.
그래도 스토리나 그림이 번듯하다. <다람이…>는 바람에 날리는 나뭇잎들을 따라나선 다람쥐 다람이가 배추애벌레·맷돌호박·민들레꽃·도깨비꽃·소국 등을 만나며 나눔을 배우는 이야기다. <내 마음에…>는 일곱 살 사랑이가 온난화라는 괴물로부터 북극곰을 지켜내기 위해 북극 요정과 함께 북극으로 가서 북극곰을 구해내는 이야기다. 아이들은 이 책들의 출판기념회를 연 뒤 각각 50만원과 70만원을 모아 위례동주민센터에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내기도 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하는 궁금증에 지난달 28일 송파위례22어린이집을 찾았다. 이 그림책의 비밀은 어린이집 김해린(48) 원장이 개발한 교육 방법인 ‘마음튼튼 그림책과 뭐해? 모해!’ 속에 있었다. 올해로 23년째 어린이를 가르치는 김 원장이 2014년 구립 송파위례22어린이집 개원과 함께 교육에 적용한 ‘마음튼튼 그림책과 뭐해? 모해!’는 만 3~5살 유아들을 위한 국가 수준 교육과정인 누리교육과정 교육에 인성, 그림책, 생태 활동을 접목하는 것이 핵심이다. 김 원장은 인성 교육을 위한 방법으로 그림책을 활용하면 아이들이 더욱 쉽게 교과과정을 받아들인다는 것을 경험했다. 김 원장은 그림책 교육 효과를 높이기 위해 동화 구연대회 등에 나가 상을 받기도 했다. 그림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캐릭터’와 ‘인과관계’라는 두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아이들이 그림책 속 등장인물인 캐릭터를 만들고, 이 캐릭터들의 행동을 인과관계에 따라 엮어야 그림책이 되는 것이다. 김 원장은 캐릭터는 누리교육과정을 체험 위주로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고 말한다. 김 원장은 “<다람이…>에, 등장하는 캐릭터인 다람쥐와 나뭇잎을 비롯해 배추애벌레와 소국까지 모두 체험활동을 하면서 아이들이 친구로 느낀 것”이라며 “송파구 장지공원에서 떨어지는 나뭇잎을 직접 보고, 다람쥐들이 겨울 양식이 부족하다는 플래카드(펼침막)을 보며 측은지심을 느껴 대상들을 가깝게 여기게 됐다”고 말했다. 또 실외 활동을 하며 민들레와 도깨비꽃을 자세히 관찰하고, 과학 영역에서 맷돌호박(늙은호박)을 살펴봤다. 이어 시들어가는 소국으로 향낭(향주머니)을 만들고, 배추밭에 10월 말까지 남아 있는 애벌레를 교실로 데려와 키우기도 했다고 한다. 아이들의 체험활동 대상이 이렇게 모두 그림책 속 캐릭터가 된 것이다. 이제 캐릭터들을 인과관계로 엮어낼 차례다. 사랑반 담임 교사인 이도경 선생님은 캐릭터들을 엮는 열쇳말로 ‘측은지심’을 꼽았다. 겨울에 양식이 부족한 다람쥐, 수확이 끝난 배추밭에 남아 있는 애벌레, 시들어가는 소국 등을 측은지심이라는 마음에 담게 한 뒤, 선생님이 ‘그래서’ ‘그리고’와 같은 연결고리를 걸어주면 전체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완성돼간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그림책은 사랑반의 모든 아이가 자신이 가진 재능을 모아서 완성한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 나이로 7살인 만 5살 언니·오빠들은 이야기를 만들고, 그림의 윤곽선을 그린다. 그다음에 아직 글을 모르는 만 4살 동생들이 네임펜으로 언니·오빠가 연필로 적어놓은 글자를 따라 쓰거나, 윤곽선이 형성된 그림에 색칠을 했다고 한다. 아이들이 그림책을 만들었지만, 만들어진 그림책은 또 아이들의 꿈을 한뼘 더 키워준다. ‘그림책 작가’ 중 한 명인 사랑반 지영서(7)양은 “그림책을 만든 뒤 작가가 돼서 어려운 이웃을 돕고 싶다”는 새로운 꿈을 갖게 됐다. 다른 어린 그림책 작가들의 꿈도 영서처럼 한 뼘씩 더 자랐을 것이다. 김 원장은 영서를 바라보며 “올해도 아이들의 그림책 만들기를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아이들이 직접 그림책까지 만드는 ‘마음튼튼 그림책과 뭐해? 모해!’ 프로그램은 아이들이 누리교육과정을 마음으로 한 걸음 다가설 수 있게 하는 학습법”이라며 “앞으로 누리(표준)교육과정을 교육하고 있는 다른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도 이 프로그램이 많은 참고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하는 궁금증에 지난달 28일 송파위례22어린이집을 찾았다. 이 그림책의 비밀은 어린이집 김해린(48) 원장이 개발한 교육 방법인 ‘마음튼튼 그림책과 뭐해? 모해!’ 속에 있었다. 올해로 23년째 어린이를 가르치는 김 원장이 2014년 구립 송파위례22어린이집 개원과 함께 교육에 적용한 ‘마음튼튼 그림책과 뭐해? 모해!’는 만 3~5살 유아들을 위한 국가 수준 교육과정인 누리교육과정 교육에 인성, 그림책, 생태 활동을 접목하는 것이 핵심이다. 김 원장은 인성 교육을 위한 방법으로 그림책을 활용하면 아이들이 더욱 쉽게 교과과정을 받아들인다는 것을 경험했다. 김 원장은 그림책 교육 효과를 높이기 위해 동화 구연대회 등에 나가 상을 받기도 했다. 그림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캐릭터’와 ‘인과관계’라는 두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아이들이 그림책 속 등장인물인 캐릭터를 만들고, 이 캐릭터들의 행동을 인과관계에 따라 엮어야 그림책이 되는 것이다. 김 원장은 캐릭터는 누리교육과정을 체험 위주로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고 말한다. 김 원장은 “<다람이…>에, 등장하는 캐릭터인 다람쥐와 나뭇잎을 비롯해 배추애벌레와 소국까지 모두 체험활동을 하면서 아이들이 친구로 느낀 것”이라며 “송파구 장지공원에서 떨어지는 나뭇잎을 직접 보고, 다람쥐들이 겨울 양식이 부족하다는 플래카드(펼침막)을 보며 측은지심을 느껴 대상들을 가깝게 여기게 됐다”고 말했다. 또 실외 활동을 하며 민들레와 도깨비꽃을 자세히 관찰하고, 과학 영역에서 맷돌호박(늙은호박)을 살펴봤다. 이어 시들어가는 소국으로 향낭(향주머니)을 만들고, 배추밭에 10월 말까지 남아 있는 애벌레를 교실로 데려와 키우기도 했다고 한다. 아이들의 체험활동 대상이 이렇게 모두 그림책 속 캐릭터가 된 것이다. 이제 캐릭터들을 인과관계로 엮어낼 차례다. 사랑반 담임 교사인 이도경 선생님은 캐릭터들을 엮는 열쇳말로 ‘측은지심’을 꼽았다. 겨울에 양식이 부족한 다람쥐, 수확이 끝난 배추밭에 남아 있는 애벌레, 시들어가는 소국 등을 측은지심이라는 마음에 담게 한 뒤, 선생님이 ‘그래서’ ‘그리고’와 같은 연결고리를 걸어주면 전체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완성돼간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그림책은 사랑반의 모든 아이가 자신이 가진 재능을 모아서 완성한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 나이로 7살인 만 5살 언니·오빠들은 이야기를 만들고, 그림의 윤곽선을 그린다. 그다음에 아직 글을 모르는 만 4살 동생들이 네임펜으로 언니·오빠가 연필로 적어놓은 글자를 따라 쓰거나, 윤곽선이 형성된 그림에 색칠을 했다고 한다. 아이들이 그림책을 만들었지만, 만들어진 그림책은 또 아이들의 꿈을 한뼘 더 키워준다. ‘그림책 작가’ 중 한 명인 사랑반 지영서(7)양은 “그림책을 만든 뒤 작가가 돼서 어려운 이웃을 돕고 싶다”는 새로운 꿈을 갖게 됐다. 다른 어린 그림책 작가들의 꿈도 영서처럼 한 뼘씩 더 자랐을 것이다. 김 원장은 영서를 바라보며 “올해도 아이들의 그림책 만들기를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아이들이 직접 그림책까지 만드는 ‘마음튼튼 그림책과 뭐해? 모해!’ 프로그램은 아이들이 누리교육과정을 마음으로 한 걸음 다가설 수 있게 하는 학습법”이라며 “앞으로 누리(표준)교육과정을 교육하고 있는 다른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도 이 프로그램이 많은 참고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