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지역 식자재 ‘서울 입맛’ 사로잡다

맛난 요리로 서울과 지방의 상생 끌어내는 ‘상생상회’

등록 : 2019-03-28 15:33 수정 : 2019-03-28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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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 감태’의 놀라운 변신

전문 셰프가 새로운 맛 창조

“요리 나눈 사람들 늘어나면

지역 사랑 커뮤니티 생길 것”

임경호 ‘파주키친’ 셰프가 지난 22일 점심 무렵 ‘금요미식회’를 찾은 시민들이 자리에 앉자, 장흥산 감태로 만든 ‘장흥 감태 라이스볼 바지락 스튜’를 준비했다.

“감태의 변신은 무죄~!”

지난 22일 낮 12시 종로구 인사동 안국빌딩 지하에 자리잡은 ‘상생상회’ 지하 체험·전시장. 50여 명의 시민들은 임경호 ‘파주키친’ 셰프가 내놓은 ‘장흥 감태 라이스볼 바지락 스튜’를 보고 탄성을 질렀다. 지금까지 보지도 듣지도 못한 새로운 요리가 눈앞에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시민들 입맛이 돌게 한 이날 점심 자리는 상생상회(단장 조혜원)가 매주 금요일 점심에 펼치는 ‘금요미식회’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상생상회는 서울과 지역 간의 정보 교류, 상생 협력, 네트워크를 위한 지역상생 교류센터다. 상생상회는 1층과 지하로 구성돼 있는데, 1층에서는 전국 62개 시도에서 온 총 1300여 종의 지역특산품이 전시 판매된다. 지하에서는 지역 특산품을 재료로 만든 음식을 맛보는 금요미식회를 비롯해, 지역의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즐기며 요리법(레시피)까지 공유하는 ‘서로맛남’(서울과 로컬의 맛있는 만남) 등 체험 행사를 진행한다.


이날 금요미식회의 주된 식재료도 전남 장흥의 특산품인 감태였다. 달 감(甘), 이끼 태(苔), ‘단 이끼’라는 뜻의 감태는 성장 조건이 까다로워 양식이 안 된다고 한다. 청정 해역에서만 산다는 해초류이니, 이 식재료 하나만으로도 전남 장흥이 청정 지역이라는 것이 증명된다.

“일반적으로 감태는 김처럼 밥을 싸먹는 식품이지만, 이번에는 곱게 가루를 낸 뒤 라이스볼에 묻혔습니다. 또 바지락 스튜에도 감태를 넣어 바다 향을 더했습니다.”

하루에 한 테이블만 예약제로 식당을 운영하는 임 셰프는 더 맛있는 요리를 만들기 위해 약 한 달간 아이디어를 짜냈다고 한다.

장흥 감태 라이스볼 바지락 스튜

‘장흥 감태 라이스볼 바지락 스튜’를 맛본 금요미식회 참석자들의 호평이 쏟아졌다. 명품 수제 돈가스 업체인 ‘프레시하우스’를 운영한다는 고옥희씨는 “이렇게 지역 식재료로 된 요리를 시민들이 체험하면, 그 지역 식재료의 소비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지역 식재료에 반한 사람들을 모아 해당 지역으로 맛여행을 떠나는 프로그램도 한번 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살아 있는 음식 체험’은 지역을 살리고자 하는 상생상회의 핵심 프로그램 중 하나다. 상생상회를 2년간 수탁받아 운영하는 슬로푸드문화원의 김원일 대표는 “도시 주민이 농촌 문제·지역 문제에 관심이 없다고 하지만, 하루 세 끼 식사 때에는 식재료를 통해 지역을 만난다”며 “지역 식재료로 만든 맛난 음식에 맛보면 서울 시민들의 지역 사랑도 더 깊어질 것”이라고 했다. ‘맛’을 통해 서울과 지역의 연대를 더욱 강화하자는 것이다.

상생상회는 이에 따라 월별로 지역 특산품으로 금요미식회를 준비한다. 오는 4월 주제는 제철 봄나물이다. ‘포천 봄나물 강된장 비빔밥 & 쑥국’(4월5일), ‘홍천 달래 페스토 닭고기 덮밥 & 두릅 샐러드’(4월12일), ‘횡성 오음산 나물밥 & 산야초샐러드’(4월19일), ‘봉화 봄나물 비빔밥 & 어수리 장국’(4월26일)이 마련돼 있다. 가격은 8천~1만원대다.

상생상회의 운영 책임을 맡은 조혜원 지역상생교류사업단장은 “매달 주제가 정해지면 상생상회와 네트워크가 돼 있는 전국의 셰프들에게 알린다”며 “그 식재료로 창의적인 요리를 해보겠다는 셰프들의 요청을 받아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밝힌다. 입소문이 나면서 이제 예약은 필수다. 예약 관련 문의는 상생상회 누리집(sangsaeng.seoul.go.kr)을 이용하면 된다.

김원일 대표는 “이렇게 요리를 함께 나눈 사람이 늘어나면 앞으로 지역 먹거리를 생각하는 서울 시민들의 커뮤니티가 자연히 형성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 커뮤니티가 서울과 지역의 상생에 한몫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글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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