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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푸드뱅크 도심조리센터(현 정동국밥 본점 전신)에서 성당 봉사자들이 구로지역 홀몸노인들에게 정기적으로 보내는 도시락을 만들고 있다. 성공회푸드뱅크 제공
모두들 삼시 세끼 걱정 없이 풍요로운 소비사회를 살아가는 듯하지만, 여전히 ‘하루 한 끼를 위한 사투’를 벌이는 이들이 있다.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가까이 홀로 사는 어르신, 결식 아동, 재가 장애인, 노숙인 등 끼니 해결이 힘겨운 저소득 복지소외계층이 그들이다. 이들을 위해 음식을 저축하는 은행이 있다. 1967년 미국에서 처음 시작한 ‘푸드뱅크’다. 기업이나 개인으로부터 자칫 폐기될 수 있는 잉여 식품을 기부 받아 안전성 검사 등을 거쳐 어려운 이웃에게 무상으로 제공하는 나눔 운동이다.
푸드뱅크 운동을 한국 사회에 본격화시킨 성공회푸드뱅크 대표 김한승 신부의 고민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공급자 중심의 정부 지원 체계에 의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민간의 자주적이고 지속가능한 사업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한국은 계절마다 각각의 음식 조리법과 보관법도 다르고, 아이들을 위한 급식소는 그마저도 텅 비어 있기 일쑤다. 결식 아동이라는 낙인이 싫어 발길을 돌리기 때문이다. 재고를 한꺼번에 기부해 오던 기업들도 재고 처리 기법이 효율화되면서 안정적인 공급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 몰리고 있다.”
어려운 이웃을 돕더라도 공급자의 의지와 환경에 의존하는 방식이 계속되어선 곤란했다. 수요자의 자존감을 지키고, 수요자에 기반해 꾸준히 공급받는 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선 기부나 후원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판단이 섰다. ‘한국형 푸드뱅크’가 필요했다.
안정적인 푸드뱅크 사업 진행을 위해 수익금 전액을 ‘성공회푸드뱅크’에 기부하는 사회적기업이 ‘정동국밥’이다. 일반인을 상대로 국밥집을 운영하고, 수익금 전액을 어려운 이웃에 쓰겠다는 아이디어다. 정동국밥이 만들어낸 수익으로 도심 취약 결식 계층 밀집지역을 돌아다니며 버스 순회 급식을 실시하고,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이나 홀몸노인 등에게는 반찬이나 도시락을 배달하고 있다. 한 가정에 필요한 각종 먹거리(쌀, 김치, 반찬과 간식, 채소와 과일 등)를 주 1회 묶음으로 공급하기도 한다. 정동국밥과 성공회푸드뱅크의 활동 덕분에 하루 한 끼 이상 공급받는 사람은 하루 평균 1만2000명에 이른다.
마음이 깃들어 있는 뜨끈한 국밥 한 그릇이 먹고 싶다면 서울 중구 정동의 성공회빌딩 지하 1층이나 종로 종각역 젊음의 거리에 있는 정동국밥으로 발길을 돌려 보면 어떨까. 국밥 한 그릇을 먹는 것으로도 결식 이웃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할 수 있다. 식품 기부나 자원봉사 등의 문의는 성공회푸드뱅크((02)736-5233)로 연락하면 된다.
조현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적경제센터장
gobogi@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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