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공유
서대문구 홍은사거리 횡단보도 신호등 기둥에는 노란색 접이식 철제 의자(사진)가 접힌 채로 붙어 있다. 손으로 당기면 펴져 앉을 수 있다. 서대문구가 무단횡단과 교통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 1일 시범 설치한 ‘장수의자’다.
구는 2017년부터 마을버스와 시내버스 정류장에 벤치 설치 사업을 해왔다. 노인 등 교통 약자가 잠시 앉을 수 있게 승차대가 없는 곳에도 벤치를 마련했다. 올해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무단횡단으로 사고가 잦은 곳이나 어르신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 접이식 의자 설치에 나섰다.
횡단보도 접이식 의자는 남양주시 유석종 별내파출소장이 개발해 화제가 되었다. 구는 이 사례를 적극 활용했다. 교통사고 분석 시스템을 활용하고, 동주민센터 의견을 들어 설치 장소를 선정했다. 독립문교차로, 연희삼거리, 서대문구청 앞, 홍제삼거리, 홍은사거리 등 13곳이다. 대개는 횡단보도 양쪽에 두지만 공간이 나오지 않는 곳이 더러 있어 모두 22개를 설치했다. 예산은 구비로 330만원을 마련했다.
직접 설치 작업을 한 조영경 교통행정과 주무관은 “설치하는 동안 지나가던 어르신들이 의자를 보고 신기해하며 앉아보기도 하는 등 반응이 좋았다”고 전했다. 담당 부서는 주 2~3회 현장이 있는 동주민센터를 찾아 이용 현황을 모니터링할 예정이다.
구는 앞으로 장수의자를 그간 해왔던 시민 기부 벤치 사업과 연계해 넓혀갈 계획이다. 횡단보도 주변을 중심으로 기부자가 희망하는 장소에 벤치를 설치하는 것이다. 설치 장소와 기부액에 따라 의자를 1인용에서 3인용까지 다양화하려 한다. 또한 의자에 기부자가 원하는 덕담 등의 문구도 담을 예정이다. 시민 기부 벤치는 9월 이후 선보인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기부자와 벤치 설치가 필요한 곳을 적극적으로 연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사진 서대문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