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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언어·장애 차별 없는 디자인
서울 지자체 첫 체험 프로그램 진행
중증장애·시각장애 강사가 설명
저시력 체험, 장애인 입장 세상 경험
지난 22일 장애인권교육센터 4층 유니버설 디자인 체험실에서 참가자들이 저시력 체험을 하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22일 양천구 장애인권교육센터 4층 체험실의 주방에 들어서자 중증장애인 최도혁 장애인권 강사의 인사말이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최 강사는 휠체어 없이는 혼자 이동할 수 없고 말도 제대로 할 수 없어, 보조 기구 없이는 다른 사람들과 의사소통도 어렵다. 하지만 미리 텍스트로 입력해놓은 내용이 음성변환 프로그램을 거쳐 체험실에 온 참가자들을 반갑게 맞았다.
양천구는 7월부터 12월까지 매주 월요일마다 ‘유니버설 디자인 체험실’을 운영한다. 이날은 시범 서비스를 거친 프로그램 시작 첫날이었다. 생활 속 유니버설 디자인과 장애 체험 등을 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고, 프로그램은 오후 3시와 4시 두 차례 장애인 강사가 진행한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물건이나 시설을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사용하도록 설계한 디자인을 말한다. 성별·나이·언어·장애 등의 이유로 제품, 시설,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제약을 받지 않는 ‘보편적 디자인’이다.
“싱크대를 잘 보시면 다른 싱크대와 달리 싱크대 밑부분이 약간 들어갔다.” 최 강사는 일반 싱크대는 휠체어 때문에 싱크대와 거리가 생겨 사용하기 불편한데, 이 싱크대는 아랫부분이 살짝 들어가 있어 휠체어를 탄 사람도 싱크대에 바짝 붙어서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높낮이도 조절할 수 있어 장애인뿐만 아니라 키 큰 어른이나 키 작은 아이도 자기 키에 싱크대를 맞춰 쓸 수 있다. 기자가 싱크대 옆에 붙은 레버를 돌리자 싱크대의 높이도 낮아졌다. 싱크대 위에 있는 선반도 유니버설 디자인으로 설계돼 리모컨으로 높이를 조절할 수 있었다. 최 강사는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한 싱크대는 장애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며 “일상생활에 필요한 것이 유니버설 디자인으로 설계돼 있다면 장애인, 노인, 어린이도 사용하기 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방 식탁 위에는 노트북이 놓여 있었다. “여기 주방이 내가 근무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특수 자판과 마우스를 이용해 노트북을 쓰고 있다.” 주방 설명을 마치고 바로 옆 욕실로 이동했다. 휠체어 탄 장애인도 쉽게 이용할 수 있을 만큼 넓었다. 출입구에는 문턱이 없고, 미닫이문이었다. 최 강사는 “문턱이 있고 여닫이문으로 돼 있는 우리 집 욕실은 많이 불편하고 턱과 문에 다치는 경우도 있지만, 유니버설 디자인이 적용된 이곳 욕실은 그럴 염려가 없다”고 했다. 세면대도 높이를 조절할 수 있었다. 세면대 위 거울도 조금 앞쪽으로 기울어져 있어 휠체어 탄 사람도 자기 얼굴을 잘 볼 수 있도록 설계돼 있었다. “제품의 변화로 생활이 편리하게 바뀔 수 있다.” 최 강사의 설명이 끝나자, 시각장애인 박수웅 장애인권 강사가 유니버설 디자인이 적용된 침실을 설명했다. 먼저 옷장 아랫부분이 뚫려 있어 일반 옷장과 겉모습이 다른 옷장이 보였다. 옷장의 손잡이도 낮게 달려 있었다. 박 강사가 옷장을 열고 안에 있는 막대형 손잡이를 잡고 앞쪽으로 당기자 옷걸이 전체가 앞쪽으로 내려왔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이나 키가 작은 사람도 편리하게 쓸 수 있도록 만든 옷장이다. 박 강사는 “우리 어머니도 키가 작으신데,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나 키 작은 사람이 사용하기 편리하게 만들어져 있다”고 했다. 저시력 체험과 시각장애 보행 체험 등을 통해 시각장애인 편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체험 시간도 있었다. 기자가 저시력 장애 체험용 고글을 쓰자 주변이 뿌옇게 보여 몸을 움직이는 데 상당히 불편했다. 안대를 쓰고 시각장애인용 흰 지팡이를 사용해 시각장애 보행 체험을 했다. 몇 미터 되지 않는 거리인데도 답답하고 힘들었다. 갑자기 앞이 가로막히면 당황스럽고 공포스러울 수 있음을 느꼈다. 박 강사는 “일반인이 아무렇지도 않게 다니는 길이 누군가에게는 불편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시각장애인들이 사용하는 점자책과 간단한 메모를 할 수 있는 점자 메모판, 점자 스티커, 철필 등도 보였다. 박 강사는 “시각장애인들은 샴푸와 린스를 잘못 사용할 때가 많다. 삼푸와 린스 통에 점자로 ‘삼푸’ ‘린스’를 표기한 스티커를 붙이면 쉽게 구분할 수 있어 유용하다”고 했다. 이외 다양한 유니버설 디자인이 적용된 생활 용품을 볼 수 있었다. 마우스 모양 칼은 손 근육을 사용하기 힘든 사람이 마우스처럼 누르기만 하면 칼날이 살짝 나와 물건을 자를 수 있도록 돼 있어 무척 편리해 보였다. 손이 불편한 사람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안전하게 쓸 수 있는 제품이다. 손아귀 힘이 약해 병뚜껑을 따기 힘든 사람들을 위한 병따개도 보였다. 이날 프로그램에 참가한 조의철(59)씨는 자신도 지적장애인이지만 다른 장애 유형을 체험해보고 싶어서 왔다고 했다. 조씨는 “옷장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휠체어 체험을 하고 난 뒤에는 “휠체어를 타고 길을 가고 버스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의 어려움 알 것 같다”고 했다. 양천구는 2011년부터 서울 지차체 중에서는 처음으로 장애체험관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2월 장애인권교육센터로 이름을 바꿨다. 이경옥 양천구 장애인권교육센터 팀장은 “유니버설(보편적) 사고로 다양한 생활 속 불편을 공유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프로그램을 시작했다”며 “누구에게나 편리한 환경이 어떤 것인지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싱크대를 잘 보시면 다른 싱크대와 달리 싱크대 밑부분이 약간 들어갔다.” 최 강사는 일반 싱크대는 휠체어 때문에 싱크대와 거리가 생겨 사용하기 불편한데, 이 싱크대는 아랫부분이 살짝 들어가 있어 휠체어를 탄 사람도 싱크대에 바짝 붙어서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높낮이도 조절할 수 있어 장애인뿐만 아니라 키 큰 어른이나 키 작은 아이도 자기 키에 싱크대를 맞춰 쓸 수 있다. 기자가 싱크대 옆에 붙은 레버를 돌리자 싱크대의 높이도 낮아졌다. 싱크대 위에 있는 선반도 유니버설 디자인으로 설계돼 리모컨으로 높이를 조절할 수 있었다. 최 강사는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한 싱크대는 장애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며 “일상생활에 필요한 것이 유니버설 디자인으로 설계돼 있다면 장애인, 노인, 어린이도 사용하기 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방 식탁 위에는 노트북이 놓여 있었다. “여기 주방이 내가 근무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특수 자판과 마우스를 이용해 노트북을 쓰고 있다.” 주방 설명을 마치고 바로 옆 욕실로 이동했다. 휠체어 탄 장애인도 쉽게 이용할 수 있을 만큼 넓었다. 출입구에는 문턱이 없고, 미닫이문이었다. 최 강사는 “문턱이 있고 여닫이문으로 돼 있는 우리 집 욕실은 많이 불편하고 턱과 문에 다치는 경우도 있지만, 유니버설 디자인이 적용된 이곳 욕실은 그럴 염려가 없다”고 했다. 세면대도 높이를 조절할 수 있었다. 세면대 위 거울도 조금 앞쪽으로 기울어져 있어 휠체어 탄 사람도 자기 얼굴을 잘 볼 수 있도록 설계돼 있었다. “제품의 변화로 생활이 편리하게 바뀔 수 있다.” 최 강사의 설명이 끝나자, 시각장애인 박수웅 장애인권 강사가 유니버설 디자인이 적용된 침실을 설명했다. 먼저 옷장 아랫부분이 뚫려 있어 일반 옷장과 겉모습이 다른 옷장이 보였다. 옷장의 손잡이도 낮게 달려 있었다. 박 강사가 옷장을 열고 안에 있는 막대형 손잡이를 잡고 앞쪽으로 당기자 옷걸이 전체가 앞쪽으로 내려왔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이나 키가 작은 사람도 편리하게 쓸 수 있도록 만든 옷장이다. 박 강사는 “우리 어머니도 키가 작으신데,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나 키 작은 사람이 사용하기 편리하게 만들어져 있다”고 했다. 저시력 체험과 시각장애 보행 체험 등을 통해 시각장애인 편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체험 시간도 있었다. 기자가 저시력 장애 체험용 고글을 쓰자 주변이 뿌옇게 보여 몸을 움직이는 데 상당히 불편했다. 안대를 쓰고 시각장애인용 흰 지팡이를 사용해 시각장애 보행 체험을 했다. 몇 미터 되지 않는 거리인데도 답답하고 힘들었다. 갑자기 앞이 가로막히면 당황스럽고 공포스러울 수 있음을 느꼈다. 박 강사는 “일반인이 아무렇지도 않게 다니는 길이 누군가에게는 불편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시각장애인들이 사용하는 점자책과 간단한 메모를 할 수 있는 점자 메모판, 점자 스티커, 철필 등도 보였다. 박 강사는 “시각장애인들은 샴푸와 린스를 잘못 사용할 때가 많다. 삼푸와 린스 통에 점자로 ‘삼푸’ ‘린스’를 표기한 스티커를 붙이면 쉽게 구분할 수 있어 유용하다”고 했다. 이외 다양한 유니버설 디자인이 적용된 생활 용품을 볼 수 있었다. 마우스 모양 칼은 손 근육을 사용하기 힘든 사람이 마우스처럼 누르기만 하면 칼날이 살짝 나와 물건을 자를 수 있도록 돼 있어 무척 편리해 보였다. 손이 불편한 사람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안전하게 쓸 수 있는 제품이다. 손아귀 힘이 약해 병뚜껑을 따기 힘든 사람들을 위한 병따개도 보였다. 이날 프로그램에 참가한 조의철(59)씨는 자신도 지적장애인이지만 다른 장애 유형을 체험해보고 싶어서 왔다고 했다. 조씨는 “옷장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휠체어 체험을 하고 난 뒤에는 “휠체어를 타고 길을 가고 버스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의 어려움 알 것 같다”고 했다. 양천구는 2011년부터 서울 지차체 중에서는 처음으로 장애체험관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2월 장애인권교육센터로 이름을 바꿨다. 이경옥 양천구 장애인권교육센터 팀장은 “유니버설(보편적) 사고로 다양한 생활 속 불편을 공유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프로그램을 시작했다”며 “누구에게나 편리한 환경이 어떤 것인지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