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하늘색 점퍼와 운동화로 골목 누비며 유해환경 개선

The+친절한 구청장ㅣ‘생활환경 개선’으로 주민 주인의식 높이는 이승로 성북구청장

등록 : 2019-08-29 15:41

크게 작게

현장 행정으로 주민과 소통 일상화

동네 청소, 자발적 참여로 퍼져나가

불법 유해업소 감시에도 주민 참여

월곡 하향램프 설치는 시간문제

해묵은 생활환경 민원 해결 위해

협의체 운영·선출직들 역할 분담

주민과 ‘미래 100년 성북’ 비전 세워

‘일상 행복 느낄 수 있는 곳’ 지향


이승로 성북구청장이 7월21일 불법 유해업소 단속이 이뤄지는 길음동 삼양로에서 <서울&>과 인터뷰하고 있다. 이 구청장은 지난 1년 동안 현장구청장실을 운영해 주민들과 소통하며 주민의 불편을 덜어주고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데 힘을 쏟았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하늘색 점퍼와 운동화.’ 이승로 성북구청장의 트레이드마크다. 지난 1년 동안 주민들과 소통하며 주민의 불편을 덜어주고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데 힘을 쏟았다. 20개 동 곳곳에 현장구청장실을 차려 현장 행정을 펼치며, 구정에 대한 주민들의 신뢰가 쌓여가는 보람도 느낀다. <서울&>은 21일 불법 유해업소 단속이 이뤄지는 성북구 길음동 삼양로에서 이 구청장을 만나 지난 1년의 성과와 앞으로의 구정 방향에 대해 들었다.

이 구청장의 아침은 늘 청소로 시작된다. 아침 시간을 이용해 두세 개 동을 돌며 골목 청소를 한다. 처음엔 직능단체 활동을 하는 주민들이 주로 함께했다. 불편해하고 싫어하는 주민도 있었다. ‘당선 뒤 잠시 하다 말겠지’라는 냉소적 반응도 있었다. 하지만 구청장과 함께하는 동네 청소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변화가 생겼다. 아파트 주민들이 빗자루를 들고나와 주변을 쓸고, 지역 대학생 동아리도 틈틈이 참여한다. “이제는 청소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다”며 “구민의 주인 의식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자평했다.

생활 유해환경 개선에도 이 구청장은 발 벗고 나선다. 길음역에서 500m쯤 이어지는 삼양로 거리는 대표적인 ‘불법 맥양집’ 밀집 지역이다. 맥주와 양주를 팔며 퇴폐 영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음식점으로 신고된 ‘맥양집’은 식품위생법에 따라 종업원이 손님과 동석해 술을 마시는 것은 금지돼 있다.

이 구청장은 지난해 지방선거 때 불법 유해업소 퇴출을 공약했다. 취임 뒤 단속 전담팀(TFT)을 만들고, 주민 8명을 소비자식품위생감시원으로 위촉했다. 민관이 함께 늦은 밤까지 삼양로 유해업소 지도와 점검을 해왔다. 유해업소 퇴출을 위한 펼침막을 수십 개 내걸고, 점포 문에 안내 스티커를 꾸준히 붙였다. 지역 경찰서와 교육지원청도 실효성 있는 단속을 위해 유해업소 근절 실무협의회 운영에 나섰다.

이런 노력으로 유해업소 37곳 가운데 10여 곳이 문을 닫았고, 폐업과 업종 전환을 고려하는 곳도 늘고 있다. 이제 삼양로에는 청년들이 들어와 거리를 바꿔가는 상황까지 되었다. 구는 폐업한 건물을 사거나 임대해 청년 창업 공간으로 만든다. “처음엔 환경 정비에 초점을 맞췄는데 주민들이 참여하면서 문화·청년 창업 거리를 조성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거리 문화를 완전히 바꾸겠다”고 힘줘 말했다.

거리가 변화하면서 주민들의 발길이 돌아오고 있다. 지난 7월7일 시민시장 ‘두근두근 별길마켓’엔 주민 1만5천여 명이 찾았다. 청년 예술가·창업가, 주민이 참여해 93개 부스를 열고, 주변 카페와 공방도 어우러졌다. 이날 불법 유해업소가 문을 닫은 자리에 첫 청년 창업가게인 덮밥 전문점 ‘낭만가게’도 문을 열었다. “주민들의 많은 관심과 발길에 깜짝 놀랐다”며 “문화, 청년 창업 거리로 안착할 때까지 적극적으로 지원하려 한다”고 했다. 오는 9월22일엔 두 번째 별길마켓 행사가 열리고 2호점 청년 미술전시관이 개관할 예정이다. 3호점 사진관도 10월 개관을 준비하고 있다.

1949년 개청해 70년의 역사를 지닌 성북구에는 해묵은 민원이 적잖다. 지역에서 30년 이상 살며 구의원, 시의원을 거친 이 구청장은 주민의 불편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이제 구청장으로서 대안을 찾아 실행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 난제인 내부순환로 차량 정체는 여러 이해관계자의 지혜를 모아 월곡 하향램프를 설치하기로 하고 전문가위원회와 주민설명회를 거쳐 노선을 정했다. 하지만 설계 지연으로 공사 발주가 늦어지고 있다. “예산을 확보해서 이제 시간문제다. 12월 말엔 발주해 봄에는 공사가 시작될 수 있게 하려 한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월곡 청소차고지는 민원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주변에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동네 한가운데 쓰레기차 주차장이 있게 되다 보니 혐오시설에 대한 주민들 부담이 크다. 쓰레기차 주차장은 지하화하고, 지상엔 체육복합시설이나 커뮤니티 공간을 만들어 주민의 문화복지 욕구를 채워줄 계획이다. 그런데 사유지 3필지를 사는 절차가 늦어지고 있다. 이 구청장은 “내년엔 사업 추진 속도를 반드시 내겠다”고 다짐한다.

주민들의 ‘님비’ 현상은 성북구에도 있다. 이 구청장은 “계획 단계에서부터 주민 참여를 확대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먼저 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민과 소통하고 주민이 참여하는 것이 필수다. 이 구청장은 “주민협의체를 통한 실효성 있는 판단”이 가장 좋은 방안이라고 믿는다. “주민들은 처음엔 반대하다가도 협의체 활동에 참여하면서 스스로 대안을 내놓기도 한다”고 전한다.

성북구는 구 예산의 80% 정도를 외부에서 마련하다보니, 숙원 사업을 해내기 위해서는 예산 확보가 중요하다. 이 구청장은 지역 선출직 의원들과 협력하는 데서 방법을 찾는다. “지난 1년간 성북구 당정 협의를 4번이나 했다. 성북구 출신의 국회의원과 서울시의원이 예산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올해 365억원의 국·시비 외부 재원을 확보했다. 구의원들이 주민들의 의견을 모으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이 구청장이 바라는 성북의 모습은 이웃이 있고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동네다. 개청 70주년 기념으로 주민과 함께 지난 7월 발표한 ‘미래 100년 성북선언'에도 ‘공존’을 핵심 가치로 담았다. “구청장직을 마치면 동네 주민, 이웃으로 살 거다. 남은 임기 동안 사람 중심의 생활 밀착형 행정을 통해 성북구가 사람 냄새 나는 동네가 되도록 만들어나가겠다”고 말하며 밝게 웃었다.

‘성북구’ 공약 이행 시간표

▶ 월곡 하향램프 설치 추진

이승로 성북구청장이 지난해 취임 뒤 주민들과 상습 정체 지역인 내부순환로 월곡 하향램프 설치 예정지 를 찾아 상황을 점검했다. 설치 공사는 내년 봄쯤 시작될 예정이다.

▶ 삼양로 청년창업 거리로 변신

‘불법 맥양집’ 밀집 지역인 길음동 삼양로의 유해업소들이 문을 닫은 자리에 청년들이 들어와 창업 거리로 만들고 있다. 사진은 7월7일 열린 시민시장 별길마켓.

▶ 제2월곡인조잔디구장 개장

4월23일 문을 연 제2월곡인조잔디구장은 월곡구민운동장을 개보수해 지역주민들의 생활체육 활성화를 위한 축구장, 풋살장, 농구장 등 다목적구장으로 운영된다.

▶미래 100년 성북선언 제정

7월2일 개청 70주년, 민선 7기 1주년을 맞이해 이승로 성북구청장과 주민들이 ‘미래 100년 성북선언’을 발표했다. 성북선언은 주민 70여 명이 참여해 만든 도시 미래상이다. 사진 성북구 제공

각종 편의시설 잇따라 개관…지역편차 줄여

성북구에선 올해 상반기, 생활 기반시설이 부족했던 동네에 편의시설이 잇따라 들어섰다. 4월엔 제2월곡인조잔디구장(제2구장)이 문을 열었다. 주민생활체육시설로, 기존 월곡구민운동장을 개보수해 축구장, 풋살장, 농구장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다목적 구장으로 운영된다.

6월엔 장위1동에 문화복지시설 ‘장위행복누림복합센터’가 문을 열었다. 영유아와 부모를 위한 부모지원센터, 구립 장위행복누림도서관, 도시재생센터가 들어섰다. 7월엔 ‘구립 삼선실버복지센터’가 문을 열었다. 성북구엔 노인복지관 한 곳과 구립 실버복지센터 4곳이 운영되고 있지만, 삼선동 권역에선 멀어서 불편을 겪었다.

생활 편의시설은 주민 삶의 질로 이어진다. 성북구는 올해 하반기까지 생활체육시설, 문화복지시설, 노인복지시설 등 크고 작은 64곳의 공간을 변화시킬 예정이다. 아울러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시설의 지역 편차 줄이기에도 적극 나섰다.

청소년들이 모여 함께할 수 있는 공간도 늘린다. 현재 성북구에서는 청소년 ‘놀터’ 4곳(방과휴, ㅁㅁ(미음미음), 울섬, 잠시만놀다가), 성북동 청소년공부방, 청소년문화공유센터 등 여러 시설이 운영된다.

이 구청장은 “도시재생 추진 등 지속가능한 도시 관리 방안을 마련해 생활 편의시설의 불평등을 개선하려 한다”고 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