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지구 반바퀴 거리’ 현장 다니며 저출산 해결 앞장

The 친절한 구청장ㅣ‘아이 키우기 좋은 동네’ 만드는 오승록 노원구청장

등록 : 2019-09-05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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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보육 지원 시설 집 가까이 설치

동마다 초등 저학년 돌봄 교실 2곳

아픈 아이·휴일·저녁식사 돌봄 추진

‘독박육아·’ 아동방임은 노원에선 ‘아웃’

신체·정서 발달 돕는 문화 공간 조성

자치구 첫 수학문화관 10월 개관

어린이복합놀이시설 ‘상상나라’ 추진

‘미래 자족도시’ 계획 실행도 착착


오승록 노원구청장이 취임 1주년을 맞아 8월29일 한겨레 과 인터뷰했다. 인터뷰에 앞서 구청 앞마당에서 정원 조성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50년 인생에서 가장 바빴던 1년이다.”
8월29일 오후 노원구청장실에서 <서울&>과 만난 오승록 노원구청장의 첫마디다. 민선 7기 구청장이 된 뒤 그는 동네 구석구석을 다녔다. 벤치마킹할 만한 사례라고 생각되면 지방 출장도 마다지 않았다. 1년 동안 관용차로만 2만7500㎞를 달렸다. 지구 반 바퀴가 넘는 거리다. 1년 내내 긴장하며 살았다는 오 구청장은 <서울&>에 그간의 성과와 앞으로 계획을 밝혔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취임 초기 스스로 “초보 구청장”이라 했다. 노원구에서 8년간 서울시의원을 했지만, 구청장이 되어보니 책임의 무게가 엄청 컸다. 더 부지런히 다녔다. 지난 4월부터 100일 동안 지역의 경로당 247군데를 찾아 어르신들을 만나고 동네 주민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는 “동네를 돌고 나니 비로소 구청장다운 구청장이 된 것 같았다”고 한다. 이제는 의사 결정이 빨라져 자연스레 결재에 걸리는 시간도 줄고 여유가 생겼다.

무엇보다 지난 1년간 육아와 보육 분야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둬 보람을 느낀다. 노원구는 7월 전국 기초단체장 매니페스토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초고령화 대응 분야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고령사회에 대비하는 저출산 대책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오 구청장은 노원구 출산율이 서울에서 3위이지만, 한 명을 밑돌고 전국 평균보다 낮은 실정에 위기감을 느꼈다. “출산율 높이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뭐든 해보자는 생각이다. 희망을 주는 게 첫걸음이다”고 했다.

육아와 보육 시설은 집 가까이에 있어야 제대로 이용할 수 있기에, 작은 규모로 동네 곳곳에 마련할 필요가 있다. 초등 저학년 돌봄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돌봄교실 ‘아이휴(休)센터’ 설치는 이와 관련한 그의 대표 공약이다. 1500가구 이상 공동주택 단지 1층, 학교 인근 일반 주택 등에 자리잡은 아이휴센터에서는 돌봄 교사들이 저녁 8시까지 아이들을 돌봐준다. 가구 소득과 관계없이 정원은 30명이고 부모는 간식비(2만원)만 부담한다.

오 구청장의 목표는 70억원의 구비로 임기(~2022년) 동안 동(19개)마다 2곳 이상 마련하는 것이다. 현재 12곳을 열었고, 연말까지 9곳을 더 열 계획이다. “서울시의 키움센터 사업으로 확대될 정도로 안팎의 반응이 좋다”며 “돌봄 사각지대에 있는 1천여 명의 아이들이 두루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하려 한다”고 했다.

담당 부서 공무원들도 잇따라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맞벌이 부모의 일과 시간에 아이가 아프면 부모 대신 병원에 데려다주는 ‘병원 동행 서비스’를 지난 7월부터 하고 있다. 내년엔 혼자 있는 아이들이 저녁밥을 안심하고 먹을 수 있게 어린이식당 두 곳을 열 계획이다. 현재 기부체납으로 받은 중계동 성당 지하 공간 한 곳은 확보했다. 아이휴센터에서는 휴일에도 쉬지 못하는 맞벌이 가정을 위한 휴일 돌봄도 할 예정이다. “아이들을 위해 예산을 쓰는 데 토를 다는 주민은 거의 없다”며 “오히려 우리 동네에도 설치해달라는 요청이 많다”고 전했다.

영유아와 부모를 위한 공동육아방 ‘도담도담 나눔터’는 두 곳이 문을 열었다. 4년 동안 동마다 한 곳씩 들어서게 할 계획이다. 아기들의 놀이 공간이면서 양육자들의 소통 공간으로 ‘독박육아’로 쌓인 스트레스를 풀 수 있게 돕는다. 하루 세 번 열리고, 1회에 두 시간씩 이용할 수 있다. 육아 자조 모임 활동도 한다. 동네 육아종합지원센터가 공동육아방에 와서 부모 교육도 해준다.

오 구청장은 시설 확충과 더불어 돌봄 교사들 처우 문제도 고민한다. 아이휴센터는 센터마다 4명을 고용해 4시간씩 일한다. 현재는 기간제 비정규직이다. 돌봄의 질과 젊은 돌봄 교사들의 괜찮은 일자리가 되려면 결국은 정규직화로 가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지역아동센터(23곳)와 형평성 문제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있어 고민이 적잖다.

아이들의 신체·정서·인지 발달을 도와주는 크고 작은 공간 만들기에도 적극적이다. 교육특구인 노원에는 시립과학관과 우주학교가 있는데, 오는 10월에는 자치구에서는 처음으로 수학문학관을 연다. 오 구청장은 좋은 콘텐츠를 담을 수 있게 기관을 탐방하고 박람회도 참관했고, 전문기관들과 업무협약도 했다.

지난 5일에는 장애와 비장애 아이들이 어울려 놀 수 있는 무장애 실내놀이터가 하계종합복지관에 들어섰다. 대규모 동북권 어린이복합문화시설(상상나라) 건립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국토지주택 소유 하계동 터(1만3155㎡)를 사들여 사전 준비를 마쳤다. 애초 시립 서울상상나라 유치에 나섰다가, 현재는 구 자체 건립으로 방향을 바꿔 추진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오 구청장은 노원을 일터와 생활터가 함께 있는 자족 도시로 만들고 싶어 한다. 창동차량기지와 도봉운전면허시험장이 옮겨가고 서울대학병원 분원, 바이오 연구센터가 들어오면 의료기업 중심으로 일자리가 생겨나길 기대한다. “부지 이전이 마무리되는 5년 안에 미래 계획들이 구체화되어야 해, 올해 안 관련 기관들의 티에프팀을 구성할 계획이다”고 했다. 노원의 미래 100년 먹거리를 만들겠다는 그는 “노원을 오래오래 살고 싶은 동네, 자부심을 느끼는 동네로 만든 구청장으로 주민들에게 기억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노원구’ 공약 이행 시간표

▶ 초등 저학년 돌봄교실

6월20일 노원구 공릉동 태강아파트 안에 아이휴센터가 문을 열었다. 센터는 초등 저학년 아이들을 저녁 8시까지 무료로 돌봐준다.

▶ 영유아 공동육아방

1월28일 상계동 주공11단지 영유아 공동육아방 ‘도담도담 나눔터‘에서 오승록 노원구청장이 주민들과 이야기 나누고 있다.

▶ 아동·청소년 문화 공간

오는 10월 자치구 최초의 노원수학문화관이 문을 연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체험과 탐구 활동으로 수학과 가까워질 수 있다.

▶ 자연 휴식 공간

지난해 9월18일 중계동 불암산 자락에 만드는 ‘불암산 힐링복합단지’의 대표 시설인 나비정원이 문을 열었다.

꽃길·휴식 공간 조성…주민 ‘소확행’ 활짝

오승록 노원구청장의 생활 밀착형 사업이 주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민선 7기 1주년을 맞아 노원구가 설문조사한 ‘구민이 직접 뽑은 공감 정책 10가지’엔 여름 거리 그늘막, 구민 전용 캠핑장, 불암산 생태체험학습장, 아이 돌봄 서비스, 꽃과 정원 조성 등과 같은 일상 속 작은 행복을 더하는 ‘소확행’ 사업이 차례로 꼽혔다. 구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칭찬해주는 주민도 있다. 노원구에 13년째 사는 한 50대 주민은 “북서울시립미술관에서 한국 근현대 명화전을 봤는데, 노원에서 이런 그림들을 무료로 볼 수 있어 너무 좋다”며 “동네에 꽃길이 생기고 환경이 밝아지는 변화가 실감 난다”고 했다.

오 구청장은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 때의 구상을 적극 펼치고 있다. 동일로와 노해로 등 노원구의 주요 도로에 사계절 꽃길을 만들었다. 교차로와 다리에는 화분을 뒀다. 출퇴근길·산책길에 꽃을 심고, 공원에는 정원 조성 사업 ‘휴가든’을 해나갈 예정이다. 자연 휴식 공간도 늘려간다. 불암산, 수락산 등에 숲길, 산책로, 체험장을 만들고 있다.

주민들의 문화 갈증을 풀어주기 위한 생활 속 문화예술 행사도 이어간다. 북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국내 유명 화가 작품 전시회(한국 근현대 명화전)를, 경춘선 음악회도 열었다. 7월부터 9월15일까지 열리는 명화전에 이미 10만여 명이 다녀갔다. 내년엔 샤갈·모네 등 유럽 명화전을 준비한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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