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복지 사각지대 김 할머니, 요양보호사 정기 방문에 ‘웃음 활짝’

서울시, 7월부터 차상위계층도 각종 긴급구호 받을 수 있는 ‘돌봄SOS사업’ 시범 실시

등록 : 2019-09-26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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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 그물 밖’ 주민에 복지 서비스 제공

노원구 등 5개구, 긴급 상황 주민 찾아

재가 지원 등 8개 맞춤 서비스 받게 해

“2021년에는 25개 모든 구청으로 확대”

돌봄SOS 지원을 통해 무상으로 일시재가 돌봄을 받고 있는 김 할머니(88·노원구 상계동)가 ‘고수련노인복지센터’ 소속 한연서 요양보호사의 돌봄을 받고 있다. 일시재가 서비스는 주 3회(1회 3시간) 요양보호사가 대상자의 집에 머물며 각종 생활보조 서비스를 한다. 오른쪽 사진은 김 할머니와 할머니를 돕는 돌봄SOS 사회복지사들이 함께 찍었다. 왼쪽부터 하경윤(노원구 찾동돌봄지원팀 주무관), 송해욱(팀장), 한연서 요양보호사, 김 할머니, 이다솜(상계3·4동주민센터 복지플래너), 권대성씨(돌봄매니저).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노원구 상계동 재개발지역의 무허가주택. 허리를 다쳐 거동이 불편한 김○○(88) 할머니가 혼자 사는 집이다. 그런데 요즘 김 할머니는 어느 때보다 활기차다. 돈을 내지 않는데도 요양보호사가 찾아와 돌봐주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지난 4월 허리 수술을 받고 요양병원에 있다가 퇴원한 뒤 다시 혼자 생활해왔다. 당뇨병과 협심증이 겹쳐 있고, 최근에는 치매가 의심되는 증상까지 나타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자식들이 있어 기초생활보장 수급 자격이 안 되고, 노인장기요양 등급도 받지 못한 채 어려운 생활에 빠져 있는 이른바 차상위계층에 속한다. 딸들은 지방에 살거나 일 때문에 할머니를 돌볼 수 없는 형편이고, 국가 복지 지원체계로부터도 보호받지 못하는 전형적인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던 것이다. 이때 할머니를 돕기 위해 출동한 사람이 상계3·4동주민센터의 복지플래너다. 지난 7월부터 시작된 서울시 ‘돌봄SOS센터’의 긴급복지서비스를 이제 할머니도 받게 되었다. 할머니의 딸이 돌봄SOS센터 소식을 듣고 동사무소에 어려운 사정을 알려 결실을 보았다.


할머니는 지난 7월 말부터 노원구청과 협약을 맺은 사설 복지센터(고수련노인복지센터)에서 파견한 요양보호사 한연서씨의 도움을 받고 있다. 한 요양보호사는 일주일에 3일, 1회 최소 3시간씩 할머니 집에 머물며 할머니의 거동 보조, 식사와 투약 도움, 말동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시재가 서비스’를 하고 있다. 그래서 할머니 얼굴이 부쩍 밝아졌다.

할머니는 “요즘 이 양반 없으면 생활을 못해요. 너무 감사해요”라며 연방 한씨의 손을 쓰다듬는다. 한씨는 치매 검사를 비롯한 할머니의 정기 진료를 위해 함께 종합병원에 가주기로 약속도 했다.

이처럼 정규 복지서비스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더 큰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어르신, 장애인, 1인 가구 생활자들이 갑작스러운 상황이나 복지 연계 공백 기간 등에서 각종 긴급구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 바로 돌봄SOS센터다.

노원구청 송해욱 찾동돌봄지원팀장은 “돌봄SOS는 과거에는 선의의 후원과 이웃돕기 차원에서나 가능했던 제도권 밖의 복지서비스를 시스템화한 것이다.

서울시가 예산을 세우고 구청과 동주민센터 등 공공 쪽에서 대상자를 찾아내고 민간 사회복지기관이 투입돼 긴급한 공백을 메우는 복지제도”라고 설명한다. “일단 긴급지원 요청이 들어오고 상황이 파악되면 당일 즉시 요양보호사 등 전담 인력이 현장에 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대부분 아무리 늦어도 2~3일 안에 긴급서비스 지원이 이뤄지도록 한다.”

이와 같은 돌봄SOS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주민은 할머니와 같은 연로한 어르신뿐만 아니다. 장애인 강아무개(23)씨는 새로 신청한 장애인활동보조 서비스 판정이 나올 때까지 공백 기간에 자신과 부모를 돌봐줄 수 있는 돌봄SOS를 요청해 일시재가 서비스를 받게 됐다. 또 혼자서는 일상생활이 곤란한 중장년 독거인(52)도 돌봄플래너에게 발굴돼 주거 청결과 정기적인 식사 지원 등을 받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범사업이 시작된 7월18일부터 8월16일 현재까지 총 1292건의 서비스 신청이 들어와 각 실정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가 제공됐다(표 참조). 서울시 강병호 복지정책실장은 “특히 기초생활수급 제외자, 노인장기요양 등급 미수급자 등 정규 복지 대상이 아니거나, 공적 서비스 수급 대기 중인 사람들이 돌봄SOS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면서 “자신이 신청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주민센터나 구청에 실태를 알려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돌봄SOS는 일정 기간 집에서 함께 생활하며 돌보는 일시재가가 가장 인기 높고, 투약·영양 관리 등 건강 지원과 식사 지원, 병원 등을 함께 가는 이동 지원, 단기 시설 입소, 안부 지원, 정보 상담 등 총 8개 분야의 맞춤형 서비스가 제공된다.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 계층 등은 서비스 비용 전액이 지원된다.

이들의 돌봄 행정은 각 구청의 복지 담당 공무원과 각 동주민센터의 사회복지사인 돌봄매니저, 돌봄플래너들이 맡고 있으며, 실제 서비스는 구청과 협약을 맺은 사설 복지서비스업체와 기관들이 담당한다. 김 할머니가 사는 상계3·4동의 경우 권태성 계장(돌봄매니저)·이다솜 직원(복지플래너) 등 전담 요원 15명이 두 팀으로 나눠 3천여 세대의 복지 대상자들을 발굴·지원하고 있다. 이곳에는 재개발지역이 많아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홀몸어르신, 북이탈주민 등 상대적으로 사회복지의 손길이 더 필요한 주민이 많다.

돌봄SOS 제도는 서울시가 2015년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찾동) 사업의 하나로 전담복지사를 현장에 보내는 복지서비스를 시작한 데서 비롯했다. 그러나 실제로 해보니 복지서비스가 절실한데도 제도의 그물 속에 들어오지 못하는 주민이 많은 현실을 파악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지난 7월 노원구를 비롯해 성동·은평·마포·강서 5개 구에서 돌봄SOS 사업을 시작했다. 서울시는 오는 11월까지 5개 구의 시범사업을 모니터링해 대상자 현황과 실태를 좀더 다양하게 점검한 뒤 내년 9월까지 10개 구로 늘릴 예정이며, 2021년에는 25개 전 구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인우 선임기자 iwl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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