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일상 벗어난 ‘자발적 표류’ 뒤 뜻밖 즐거움 만나는 곳, 바로 노들섬”

한강 노들섬 운영총감독 김정빈 교수 “대형구조물 중심 개발 벗어나 과정과 내용 중심 꾸며…박원순 시장 체제 도시재생 ‘결실’”

등록 : 2019-10-04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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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홀과 시끄러운 시장 공존하고

무대 기회 적은 음악가와 팬 이어줘

한강 보고 피크닉 즐기며 음악 감상

“콘서트와 요리 등 ‘뜻밖 연결’ 계속”

지난달 개장한 한강 노들섬은 오페라하우스 등 대형 공연장 건설이 여러 차례 논의되었으나 박원순 시장의 결단으로 ‘혁신의 아이콘’으로 재탄생했다. 노들섬에서 바라보는 한강 풍광과 여의도 빌딩숲 전망이 압권이다.(사진 왼쪽) 9월28일 노들섬 잔디마당에서 노들섬×요가웨이브 공연을 하는 모습.(사진 오른쪽)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버려진 섬에서 ‘음악섬’으로 거듭난 한강 노들섬이 최근 개장축제를 열고 시민을 맞이하면서 서울의 새 명물로 등장했다. 지난 반세기 동안 갈대숲이 우거진 외딴섬이었던 하중도가 하루 종일 음악이 흐르고, 사람들이 북적이는 공연장과 시장, 잔디광장이 있는 작은 마을 같은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것.

노들섬은 여의도에서 상류 방향으로 한강 한가운데에 있는 타원형의 섬이다. 강 가운데 있다고 해서 중지도(또는 중도)라고 불리다 1987년 노들섬이란 예쁜 이름을 얻었다. 용산구 이촌동과 영등포구 노량진을 잇는 한강대교가 걸쳐져 있다.

개장축제가 열린 9월28일 기자가 찾아간 노들섬은 이전에 와봤을 때와 완전히 딴 섬이 되어 있었다. 음악섬 오픈 소식을 듣고 구경 나온 시민들이 섬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동안 뮤지션들은 공연장에서 개장 공연 준비에 부산하고, 푸른 잔디밭에서는 요가가 한창이다. 개방형 서점에는 일반서점에서 찾기 힘든 독립출판사들의 특색 있는 책들이 매대를 채우고 있다.

공연장 주변으로 뮤직라운지와 전시공간이 있고 쇼핑몰, 식당, 펍 등도 입주해 있다. 건물 2층 베란다에는 한강을 배경으로 버스킹 하기에 딱 좋은 곳도 만들어 놨다. 잔디광장 주변에는 각종 수공품 노점이 동화 속 마을의 벼룩시장 같다. 천천히 섬을 돌며 구경하고 있는 젊은 커플에게 느낌을 묻자 “슬슬 산책하다가 잔디밭에 누워 멍때려보거나, 커피를 마시며 한강의 노을을 바라보면 딱일 것 같다”는 답이 돌아왔다. 또다른 시민은 “잠자는 시간을 뺀 하루의 일상이 오밀조밀 모두 모여 있는 듯하다”는 평가도 들려준다.

시설을 살펴보면, 노들섬은 음악섬이라고 정의될 만큼 음악을 매개로 공간이 꾸며졌다. 456석 규모의 대중음악 공연장(라이브하우스)이 섬 전체의 콘셉트를 잡고 있다. 그 주변으로 서점 겸 도서관(노들서가), 식당가(엔테이블), 식물공방(식물도)이 둘러싸고 있다. 건물 밖으로 나오면 약 300평 넓이의 잔디광장(노들마당)이 펼쳐진다. 돗자리를 펴고 한강을 바라보며 피크닉을 즐길 수 있도록 조성했다. 1천명에서 3천명까지 관람할 수 있는 야외공연장도 된다.

노들섬으로 들어가려면 걸어서 한강대교를 건너거나 노선버스를 타야 한다.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은 노들역(9호선)이다. 운치를 더하고 싶으면 이촌나루나 여의나루에서 배를 타고 들어갈 수도 있다. 서울시는 2022년까지 한강 남북과 노들섬을 잇는 보행전용 다리(가칭 백년다리)를 완공할 계획이다.

역대 몇몇 시장은 이곳에 오페라하우스나 대규모 공연장을 세워 서울의 랜드마크의 하나로 삼으려고 했으나, 박원순 시장 체제가 들어서면서 현재의 노들섬 계획이 착수됐다. 박 시장은 개장에 즈음해 “노들섬은 시민의 직접 참여와 의견 수렴을 통해 음악섬으로 새롭게 탄생했다”며 “특히 대중음악을 중심으로 성장하는 뮤지션들의 특화공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노들섬 운영총감독인 김정빈 교수(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를 만나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정빈 서울시립대 도시공 학과 교수

노들섬을 정의한다면?

“노들섬은 공존을 통해 변화를 지향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예를 들어 콘서트홀과 시끄러운 시장이 함께 있기 어렵지만 노들섬에서는 가능하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것과의 예기치 않은 만남’이 노들섬이 지향하는 또 하나의 콘셉트다.”

노들섬을 음악섬이라고 하는데.

“노들섬의 중심틀이 음악이다. 재능이 있으나 무대에 설 기회가 적은 대중음악가와 팬을 연결하고 그런 과정을 통해 시민들이 참신하고 우수한 대중음악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공연장도 그래서 대형보다는 중간 크기로 지었다. 성장 중에 있는 뮤지션들에게 알맞은 공연장이 드물다는 데 착안했다. 공연이 없는 시간에는 음악라운지에서 큐레이팅된 다양한 곡들이 섬 전체에 퍼지게 할 계획이다.”

노들섬에는 공연장 말고도 식당, 카페가 있다. 일반적인 공원과 무엇이 다른가?

“노들섬은 뮤지션만 참여하는 게 아니다. 사회적 가치를 공유하고 발휘하는 분들이 다수 참여해 하나의 문화공간을 이루고자 했다. 예를 들어 섬 안의 편의점은 250명의 발달장애인을 교육하고 고용하는 사회적기업(베어베터)이 운영한다. 이분들이 낸 직영점 1호가 우리 노들섬인 것도 우리에겐 의미가 크다. 피자집과 김밥집 역시 장애인을 고용한 사회적기업에 맡겼다.”

쇼핑몰과 노점 등 시장이 있다는 게 재미있다.

“쇼핑몰도 이제는 단순히 상품을 전시하는 곳만이 아니라 자기 제품의 스토리를 파는 곳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일반 브랜드업체가 아니라 전국 각지의 소상공인들의 상품을 모았다. 제주도에서 특산품을 만들어 파는 분, 대구의 목공 장인도 있다. 노들섬이 지방의 소상공인과 서울 소비자를 연결하는 마당이 되었으면 한다. 서점도 16개의 독립출판사와 2개의 독립서점이 각각 자기 매대를 가지고 독창적인 책을 선보일 것이다.”

노들섬을 찾는 시민들에게 이 섬을 가장 효과적으로 즐기는 방법을 알려준다면?

“개장 축제 기획 회의 때 나온 이런 말에 공감했다. ‘서울에서의 단 하루의 자발적 표류’. 일상을 벗어나 문득 표류하듯이 찾아와 예기치 않은 즐거움을 발견하는 곳, 그곳이 노들섬이다.”

노들섬의 위탁운영자인 ‘어반트랜스포머’를 소개하면?

“어반트랜스포머는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졸업생 5명이 창업한 스타트업체이다. 도시재생 전략을 짜고 도시공간을 기획·설계하는 회사이다. 2015년 서울시 선정공모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위탁운영자로 선정된 뒤 지금까지 서울시와 함께 노들섬의 새로운 탄생을 위해 준비해왔다.”

앞으로 노들섬 운영 목표는?

“우리의 역할은 ‘연결’이다. 지금까지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사람들을 연결해 이 노들섬을 만들었듯이 앞으로도 더 많은 분야의 다양한 사람들을 노들섬에 불러모으고 싶다. ‘콘서트와 요리’ ‘한강과 책’처럼 동떨어진 듯한 분야를 연결해 협업을 통해 각자의 노들섬을 만들어냈으면 한다. 작가, 미술가, 건축가 등 다양한 분야의 많은 예술가가 노들섬을 더욱더 예상치 못한 장소로 진화시키는 일이 일상처럼 벌어졌으면 좋겠다.”

이인우 선임기자 iwl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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