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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곡절 끝 연필 모양으로 완성
장래희망·좋아하는 글귀 등 담아
교육감에게 손편지 써 지원 부탁
공간 바꾸기 경험에 자신감 ‘쑥쑥’
지난 7일 강북구 미아동 삼양초등학교의 새 교문에서 6학년 4반 학생들이 배성호 담임교사(제일 뒷줄 맨 오른쪽)의 피자 파티 제안에 환호하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강북구 미아동 삼양초등학교에 지난 2학기 시작과 함께 새 교문이 선보였다. 가파른 통학길 시작 지점 오른쪽에 세운 연필 모양의 교문은 조형물에 가깝다. 위쪽 철망 안에는 색색의 돌들이 켜켜이 쌓여 있다. 아래쪽 쇠 부분엔 자연스럽게 색이 바래는 재질에 ‘서울삼양초등학교’라는 이름이 세로로 새겨져 있다. 4년의 곡절 끝에 마무리된 소박하지만, 삼양초 전교생의 힘을 모아 만든 교문이다.
지난 7일 오후 6학년 4반 교실. 아이들이 원 모양으로 둘러앉아 새 교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수업시간이다. 배성호 담임교사가 그간의 과정을 아이들과 되짚어보는 거로 시작했다. 새 교문 만들기는 2016년 당시 5~6학년 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시작됐다. 비탈길 아래쪽 좁은 교문을 운동장이 시작되는 위쪽으로 옮겨 넓히려 했다. 동문 졸업생이 후원을 약속했고, 서울시립대 동아리 ‘디자인어스’ 대학(원)생들과 건축가(강정은·홍경숙)가 재능기부를 약속했다.
삼양초 학생들은 교문 디자인에서 고려해야 할 것들을 배우고, 직접 공모전을 열어 아이디어를 모았다. 학교를 둘러싼 삼각산, 연필, 숟가락과 젓가락 등 여러 안이 나왔다. 설문조사에서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삼각산 모양으로 정했다. 하지만 소방안전 규정에 따라 높이 7m 이상으로 만들어야 해 비용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늘었다. 그러는 가운데 학교운영위는 교문 설치 위치를 원래 장소에 두자는 의견을 냈다. 또 비용을 부담하기로 한 동문 졸업생이 개인 사정으로 후원을 할 수 없게 됐다. 기획이 공중분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한 것도 아이들의 노력이었다. 지난해 겨울, 4학년 5반 학생들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에게 손편지를 보내 교문 제작비를 지원받았다. 다시 불씨를 살린 것이다. 그간 나왔던 디자인 아이디어 가운데 선호도가 높았던 연필 모양으로 만들기로 결정했다.
6학년 4반 아이들은 새 교문의 가장 좋은 점으로 ‘자신들이 직접 쓴 글이나 그림이 담긴 돌을 넣은 것’을 꼽았다. 전교생(팀이나 개인)이 색칠한 돌에 물감으로 원하는 걸 그리거나 썼다. 프로게이머, 게임 유튜버 등 장래희망, ‘살맛 나게 살자’ ‘자기를 사랑하는 만큼 상대방을 사랑하라’ 등의 좋아하는 글귀, ‘BTS(방탄소년단) 포에버’ 등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 응원 글이 포함됐다. 같은 반 이혜원양은 “우리 이야기가 가득한 연필 교문을 만들 수 있어 행운이다”라며 뿌듯해했다.
교문이 새로 만들어지면서 아이들은 학교 공간에 더 관심을 갖게 됐다. 바꾸고 싶은 것도 생겼다. 실내화 없이 양말만 신고 있는 교실 바닥, 학생 전용 휴게실, 축구 골대가 있는 뒤뜰 등 공간에 대한 상상이 교문에서 학교생활 공간으로 넓어졌다. 배 교사는 “처음엔 장난스럽게 시작했지만, 스스로 새로운 걸 함께 만들어가는 경험을 하면서 아이들은 자부심을 느끼고 자신감이 높아졌다”고 했다.
배 교사는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학교 공간 혁신의 경우, 학생 참여형으로 교실, 복도 등 가장 많이 이용하는 공간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안전한 내장재, 마감재 쓰기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배 교사는 지난 7월 서울시교육청이 연 ‘서울형 미래 교육공간 혁신 워크숍’에 참여해 삼양초 사례를 발표하며 이런 의견을 전했다. 교문 만들기 경험을 나누기 위해 그간의 기록을 책으로도 쓰고 있다. 내년엔 참여한 아이들과 어린이용 책을 쓸 계획이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학교 공간 혁신 사업들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2017년 ‘꿈을 담은 교실’로 시작해 학교 공간 변화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 신현초(중랑구)의 꿈을 담은 놀이터, 녹천중(노원구)의 카페형 상담공간 ‘소나방’(소통과 나눔방), 당곡고(관악구)의 학생활동 공간 ‘아고라’와 교사·학부모의 쉼터 ‘마마방’(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방) 등이다.
시교육청은 앞으로 학교별 공간 혁신에 관한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각각의 절차와 분야별 전문가를 접목해 공간 혁신을 이어갈 예정이다. ‘서울교육공간혁신 시즌2’를 위해 학교건축가제도 등을 도입한다. 조희연 교육감은 미래 교육공간 혁신 워크숍에서 “학교의 작은 공간도 미래역량에 걸맞은 학습 공간이자 삶의 공간으로 혁신할 계획”이라며 “향후 공간혁신센터, 공공건축지원센터 등을 만들어 학교의 공간 설계를 지원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걸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이런 어려움을 극복한 것도 아이들의 노력이었다. 지난해 겨울, 4학년 5반 학생들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에게 손편지를 보내 교문 제작비를 지원받았다. 다시 불씨를 살린 것이다. 그간 나왔던 디자인 아이디어 가운데 선호도가 높았던 연필 모양으로 만들기로 결정했다.
6학년 4반 아이들은 새 교문의 가장 좋은 점으로 ‘자신들이 직접 쓴 글이나 그림이 담긴 돌을 넣은 것’을 꼽았다. 전교생(팀이나 개인)이 색칠한 돌에 물감으로 원하는 걸 그리거나 썼다. 프로게이머, 게임 유튜버 등 장래희망, ‘살맛 나게 살자’ ‘자기를 사랑하는 만큼 상대방을 사랑하라’ 등의 좋아하는 글귀, ‘BTS(방탄소년단) 포에버’ 등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 응원 글이 포함됐다. 같은 반 이혜원양은 “우리 이야기가 가득한 연필 교문을 만들 수 있어 행운이다”라며 뿌듯해했다.
교문이 새로 만들어지면서 아이들은 학교 공간에 더 관심을 갖게 됐다. 바꾸고 싶은 것도 생겼다. 실내화 없이 양말만 신고 있는 교실 바닥, 학생 전용 휴게실, 축구 골대가 있는 뒤뜰 등 공간에 대한 상상이 교문에서 학교생활 공간으로 넓어졌다. 배 교사는 “처음엔 장난스럽게 시작했지만, 스스로 새로운 걸 함께 만들어가는 경험을 하면서 아이들은 자부심을 느끼고 자신감이 높아졌다”고 했다.
배 교사는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학교 공간 혁신의 경우, 학생 참여형으로 교실, 복도 등 가장 많이 이용하는 공간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안전한 내장재, 마감재 쓰기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배 교사는 지난 7월 서울시교육청이 연 ‘서울형 미래 교육공간 혁신 워크숍’에 참여해 삼양초 사례를 발표하며 이런 의견을 전했다. 교문 만들기 경험을 나누기 위해 그간의 기록을 책으로도 쓰고 있다. 내년엔 참여한 아이들과 어린이용 책을 쓸 계획이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학교 공간 혁신 사업들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2017년 ‘꿈을 담은 교실’로 시작해 학교 공간 변화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 신현초(중랑구)의 꿈을 담은 놀이터, 녹천중(노원구)의 카페형 상담공간 ‘소나방’(소통과 나눔방), 당곡고(관악구)의 학생활동 공간 ‘아고라’와 교사·학부모의 쉼터 ‘마마방’(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방) 등이다.
시교육청은 앞으로 학교별 공간 혁신에 관한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각각의 절차와 분야별 전문가를 접목해 공간 혁신을 이어갈 예정이다. ‘서울교육공간혁신 시즌2’를 위해 학교건축가제도 등을 도입한다. 조희연 교육감은 미래 교육공간 혁신 워크숍에서 “학교의 작은 공간도 미래역량에 걸맞은 학습 공간이자 삶의 공간으로 혁신할 계획”이라며 “향후 공간혁신센터, 공공건축지원센터 등을 만들어 학교의 공간 설계를 지원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걸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