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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임대료 요구, 경제활성화에 찬물
신고 의무화 땐 임대인 횡포 줄어들 것
중도 퇴거시 보상지급제도 도입해야
“소상인 임차권 보호로 공정경제 실현”
서성만 서울시 노동민생정책관(오른쪽)과 부동산법제 전문 변호사로 서울시 경제민주화위원회 위원인 김제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왼쪽)가 최근 서울시가 추진해온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에 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두 사람은 대담에서 효과적인 임차인 보호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중앙정부가 가지고 있는 관련법제 권한을 지방정부로 이양할 필요가 있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노동자의 최저임금 인상만큼이나 중소상공인의 상가임차권 보호가 저성장 시대의 경제활성화를 위해 더욱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2017년 상가건물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해 분쟁 예방과 조정 활동을 전개하는 한편 각종 입법 추진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상가임차인 보증금 보호 기준인 환산보증금을 2년에 걸쳐 4억원에서 9억원으로 올려 보호 대상을 확대(2019년)하고, 임대료 증액 상한요율을 9%에서 5%로 인하(2018년)하고, 임차인의 계약 갱신 요구권 행사 기간은 5년에서 10년으로 늘린 것(2018년)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지난 9월에는 주택 계약처럼 상가 임대차 계약 때도 임대료 신고를 의무화하는 개정안을 중앙정부 및 국회에 입법건의했다. <서울&>은 이런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 내용과 입법 취지 등을 좀더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서울시 주무 부서장과 입법 전문가의 대담을 마련했다. 좌담에는 서성만 노동민생정책관과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인 김제완 변호사가 함께했다. 노동민생정책관실 민수홍 공정경제 담당 과장과 황규현 주무관이 배석해 서울시가 추진했거나 추진 중인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의 취지와 개정 배경 등을 설명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면. 서성만 노동민생정책관(이하 서) 건물주 또는 임대인에게 상가건물을 빌려 장사하는 중소상공인을 보호하는 것은 경제활성화와 공정사회 실현과 관련해 대단히 중요한 우리 사회의 과제다. 소상공인 가게에서 일하는 노동자도 전체 노동자의 25%에 이른다. 그런 점에서 상가임대차법은 노동자를 위한 최저임금법만큼이나 중요한 법이다. 특히 이 법은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맞춰 꾸준히 개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김제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하 김) 핵심적인 보호 대상은 임대료와 권리금이다. 우리나라는 영업활동에서 임대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높다.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 지나친 임대료 요구는 자칫 사업을 접어야 할 만큼 심각한 문제다. 권리금은 사업을 접거나 양도할 때 주고받는 돈으로, 소상공인에게는 실질적인 전 재산이다. 이것이 보호되지 않으면 개인은 평생 모은 재산을 날리고, 사회는 불안과 갈등이 심화된다. 상가임대료도 주택 계약처럼 신고를 의무화하는 법을 추진한다고 했는데, 사인 간의 문제를 법으로 강제하는 것이 가능한가? 김 물론이다. 주택 거래의 경우 계약 신고를 의무화한 뒤 시세 확인, 적정 과세 등 큰 효과를 거뒀다. 상가임대차법도 신고를 의무화하면 계약 갱신 때 임대인이 섣불리 횡포를 부리지 못하는 예방 효과가 크다. 행정당국은 지역별, 사정별로 상가임차 시세 정보를 축적할 수 있고, 분쟁 발생 시 중재기관이나 법원이 객관적인 판단 자료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분쟁 확대를 막을 수 있다. 서 현재 150개 상권, 1만5천 개 상가를 대상으로 임대료나 권리금 실태를 조사 중이다. 통계가 정확히 잡히면 정책 수립과 분쟁 조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장에서 보면 임대인(건물주)과 임차인 간의 갑을 지위, 정보 격차 등이 너무 커서 원천적으로 임차인이 불리하다. 신고를 의무화하면 이런 문제가 많이 완화될 것으로 본다. 공정사회 실현 차원에서라도 시급히 도입되어야 할 제도이다. 김 선진국에서는 일반적인 제도이다. 독일의 경우 신고의무를 통해 축적된 자료를 바탕으로 최초 임대차 계약 때부터 임대료를 통제한다. 우리나라도 이 제도가 시행되면 무리한 임대료 인상을 규제하는 게 어느 정도 가능해질 것이다. 이 제도를 통해 장기적으로 독일처럼 표준자료가 되는 시세 정보가 축적된다면, 우리나라도 독일처럼 최초 계약 때부터 임대료 인상 규제가 가능할 것이다. 임대차 계약 신고는 그래서 아주 중요한 제도적 출발점이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상가임대료는 지역마다 차이가 있는데 법규는 단일하다. 불합리하지 않은가? 서 그렇다. 상가임대료 상한제와 같은 것은 중앙정부가 틀어쥐고 있을 게 아니라 각 지방자치단체장에게 권한을 이양해야 한다고 본다. 현재 임대료 인상 폭을 최대 5%로 일괄 제한하고 있지만, 서울 같은 대도시 지역은 물가상승률에 연동시키는 방안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 그런데 단일법 체계에서는 시도도 못한다. 지방정부가 자기 지역 사정에 맞게 조례로 정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김 전적으로 공감한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임대차법 정도는 지방정부가 관할하는 게 일반적이다. 큰 틀은 국회에서 만들고 세부적인 인상률 등은 각 지방정부가 자기 상황에 맞게 정하도록 하는 것이 국제적인 추세에도 맞는 방향이다. 추가로 법제화가 시급한 것으로 어떤 것이 있는가? 김 일본처럼 우리도 철거나 재건축 때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퇴거보상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것이다. 임대인이 재건축을 내세워 계약기간 중에 임차인을 내보내려는 경우가 많은데 임차인의 보상금청구권이 인정되면 임대인이 섣불리 장난을 치기 어려워진다. 우리 법은 막연히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퇴거가 가능하게끔 되어 있어 악용 소지가 크다. 서 임대인이 1년6개월 이상 점포를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을 경우 임차인은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호받지 못하는데 이 또한 권리금이나 임대료를 더 받고 싶은 임대인이 자주 악용하는 사례이다. 기간을 3년 정도로 늘리는 것이 좋다고 본다. 그밖에 보호 대상 제외 예외조항 가운데 애매모호한 부분이 적지 않다. 이를 정리할 필요를 느낀다. 건물주나 임대인 쪽에서도 재산권을 주장할 수 있는데. 김 입법 과정에서 그런 주장이 많이 나온다. 하지만 선진국으로 갈수록 임대차 관계는 사람 관계가 아니라 물건 관계 쪽으로 간다. 임차인이 문제가 있어 법으로 규율할 게 있다면 구체적인 입법을 요구하는 게 맞다. 임대인이 막연하게 “내 재산 내 맘대로 못하느냐” 식으로 하는 것은 이제는 적절치 않은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선진국에서는 더 이상 임대차 권리 문제가 개인 대 개인의 ‘사적 영역’에 있지 않다. 끝으로 한 말씀씩 부탁한다. 서 상가건물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하루 평균 상담 75건, 분쟁 신청 16건이 들어올 정도로 이 문제는 이미 심각한 ‘사회문제’다. 상가임차권 보호는 경제뿐 아니라 복지 차원에서도 시급하다. 한 자영업자의 실패는 온 가족의 실패와 노동자의 실직으로 이어진다. 높은 임대료·보증금에 떠밀려 좌절하는 일을 최소화해야 공정한 사회일 것이다. 그런 역할을 잘 수행하도록 노력하겠다. 각종 소상공인 단체 등도 목소리를 키워서 입법 활동을 뒷받침해주기 바란다. 김 큰 흐름으로 보면 ‘경자유전’의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저도 변호사로 일하면서 사무실 임대료 막는 데 급급할 때가 많았다. 과연 이게 공정한 사회일까 싶었다. 단순히 사회적 약자 보호 측면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좀더 공정한 분위기에서 경제활동을 할 수 있게 하는 법으로서 상가임대차법 개선 작업을 바라봐주기를 중앙정부와 국회에 바란다. 이인우 선임기자 iwl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면. 서성만 노동민생정책관(이하 서) 건물주 또는 임대인에게 상가건물을 빌려 장사하는 중소상공인을 보호하는 것은 경제활성화와 공정사회 실현과 관련해 대단히 중요한 우리 사회의 과제다. 소상공인 가게에서 일하는 노동자도 전체 노동자의 25%에 이른다. 그런 점에서 상가임대차법은 노동자를 위한 최저임금법만큼이나 중요한 법이다. 특히 이 법은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맞춰 꾸준히 개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김제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하 김) 핵심적인 보호 대상은 임대료와 권리금이다. 우리나라는 영업활동에서 임대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높다.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 지나친 임대료 요구는 자칫 사업을 접어야 할 만큼 심각한 문제다. 권리금은 사업을 접거나 양도할 때 주고받는 돈으로, 소상공인에게는 실질적인 전 재산이다. 이것이 보호되지 않으면 개인은 평생 모은 재산을 날리고, 사회는 불안과 갈등이 심화된다. 상가임대료도 주택 계약처럼 신고를 의무화하는 법을 추진한다고 했는데, 사인 간의 문제를 법으로 강제하는 것이 가능한가? 김 물론이다. 주택 거래의 경우 계약 신고를 의무화한 뒤 시세 확인, 적정 과세 등 큰 효과를 거뒀다. 상가임대차법도 신고를 의무화하면 계약 갱신 때 임대인이 섣불리 횡포를 부리지 못하는 예방 효과가 크다. 행정당국은 지역별, 사정별로 상가임차 시세 정보를 축적할 수 있고, 분쟁 발생 시 중재기관이나 법원이 객관적인 판단 자료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분쟁 확대를 막을 수 있다. 서 현재 150개 상권, 1만5천 개 상가를 대상으로 임대료나 권리금 실태를 조사 중이다. 통계가 정확히 잡히면 정책 수립과 분쟁 조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장에서 보면 임대인(건물주)과 임차인 간의 갑을 지위, 정보 격차 등이 너무 커서 원천적으로 임차인이 불리하다. 신고를 의무화하면 이런 문제가 많이 완화될 것으로 본다. 공정사회 실현 차원에서라도 시급히 도입되어야 할 제도이다. 김 선진국에서는 일반적인 제도이다. 독일의 경우 신고의무를 통해 축적된 자료를 바탕으로 최초 임대차 계약 때부터 임대료를 통제한다. 우리나라도 이 제도가 시행되면 무리한 임대료 인상을 규제하는 게 어느 정도 가능해질 것이다. 이 제도를 통해 장기적으로 독일처럼 표준자료가 되는 시세 정보가 축적된다면, 우리나라도 독일처럼 최초 계약 때부터 임대료 인상 규제가 가능할 것이다. 임대차 계약 신고는 그래서 아주 중요한 제도적 출발점이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상가임대료는 지역마다 차이가 있는데 법규는 단일하다. 불합리하지 않은가? 서 그렇다. 상가임대료 상한제와 같은 것은 중앙정부가 틀어쥐고 있을 게 아니라 각 지방자치단체장에게 권한을 이양해야 한다고 본다. 현재 임대료 인상 폭을 최대 5%로 일괄 제한하고 있지만, 서울 같은 대도시 지역은 물가상승률에 연동시키는 방안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 그런데 단일법 체계에서는 시도도 못한다. 지방정부가 자기 지역 사정에 맞게 조례로 정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김 전적으로 공감한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임대차법 정도는 지방정부가 관할하는 게 일반적이다. 큰 틀은 국회에서 만들고 세부적인 인상률 등은 각 지방정부가 자기 상황에 맞게 정하도록 하는 것이 국제적인 추세에도 맞는 방향이다. 추가로 법제화가 시급한 것으로 어떤 것이 있는가? 김 일본처럼 우리도 철거나 재건축 때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퇴거보상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것이다. 임대인이 재건축을 내세워 계약기간 중에 임차인을 내보내려는 경우가 많은데 임차인의 보상금청구권이 인정되면 임대인이 섣불리 장난을 치기 어려워진다. 우리 법은 막연히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퇴거가 가능하게끔 되어 있어 악용 소지가 크다. 서 임대인이 1년6개월 이상 점포를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을 경우 임차인은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호받지 못하는데 이 또한 권리금이나 임대료를 더 받고 싶은 임대인이 자주 악용하는 사례이다. 기간을 3년 정도로 늘리는 것이 좋다고 본다. 그밖에 보호 대상 제외 예외조항 가운데 애매모호한 부분이 적지 않다. 이를 정리할 필요를 느낀다. 건물주나 임대인 쪽에서도 재산권을 주장할 수 있는데. 김 입법 과정에서 그런 주장이 많이 나온다. 하지만 선진국으로 갈수록 임대차 관계는 사람 관계가 아니라 물건 관계 쪽으로 간다. 임차인이 문제가 있어 법으로 규율할 게 있다면 구체적인 입법을 요구하는 게 맞다. 임대인이 막연하게 “내 재산 내 맘대로 못하느냐” 식으로 하는 것은 이제는 적절치 않은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선진국에서는 더 이상 임대차 권리 문제가 개인 대 개인의 ‘사적 영역’에 있지 않다. 끝으로 한 말씀씩 부탁한다. 서 상가건물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하루 평균 상담 75건, 분쟁 신청 16건이 들어올 정도로 이 문제는 이미 심각한 ‘사회문제’다. 상가임차권 보호는 경제뿐 아니라 복지 차원에서도 시급하다. 한 자영업자의 실패는 온 가족의 실패와 노동자의 실직으로 이어진다. 높은 임대료·보증금에 떠밀려 좌절하는 일을 최소화해야 공정한 사회일 것이다. 그런 역할을 잘 수행하도록 노력하겠다. 각종 소상공인 단체 등도 목소리를 키워서 입법 활동을 뒷받침해주기 바란다. 김 큰 흐름으로 보면 ‘경자유전’의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저도 변호사로 일하면서 사무실 임대료 막는 데 급급할 때가 많았다. 과연 이게 공정한 사회일까 싶었다. 단순히 사회적 약자 보호 측면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좀더 공정한 분위기에서 경제활동을 할 수 있게 하는 법으로서 상가임대차법 개선 작업을 바라봐주기를 중앙정부와 국회에 바란다. 이인우 선임기자 iwl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