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일상생활 어려운 장애인 가정, 돌봄SOS 출동에 ‘포근한 연말’

지난 7월 시작한 서울시 맞춤형 긴급돌봄 사업…틈새계층·요양등급외 등 사각지대 메워

등록 : 2019-12-26 14:52 수정 : 2019-12-27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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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기준 탈락자, 차상위 저소득층

복지에서 소외됐던 곳에 도움 손길

지금까지 8627건 돌봄서비스 제공

2021년 전체 25개 구로 확대 예정

많은 공공 및 민간분야 사회복지 요원들이 어르신, 장애인, 중장년 독거인 등 긴급한 도움이 필요한 우리 이웃들을 보이지 않게 돌보고 있다. 사진은 최근 장애와 중증질환이 겹쳐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가 돌봄SOS 지원을 받고 위기를 넘긴 지체장애(왜소증) 대상자 이아무개씨(은평구 역촌동)와 이씨를 돕는 소중한 일꾼들이다. 앞줄 왼쪽부터 시계 반대방향으로 은평구 돌봄지원팀 김주영 주무관, 성미숙 팀장, 지원 대상 이씨, 역촌동주민센터 이선아 돌봄매니저, 은평지역자활센터 은성혁 사회복지사, 은평구 돌봄지원팀 박현석 주무관, 은평구사회서비스원 박복희 요양사, 김태진 파트장, 노기영 요양팀장. 애견은 복실이. 앞에 놓인 도시락은 최근 개발된 냉동도시락이다.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꼭 필요한 때 도움을 받아 너무 감사해요. 이런 복지가 빨리 확대되었으면 좋겠네요.”

 은평구 역촌동의 한 빌라에 사는 지체장애인(왜소증) 이아무개(46)씨. 찾아간 기자에게 밝은 목소리로 3개월여 전부터 자신을 돌보고 있는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박원순 시장에게는 돌봄에스오에스(SOS)센터가 더 많이, 더 빨리 서울 전체로 확대돼 자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이 제때에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장애에 희귀질환까지 겹쳐 지난 8월 말 갑자기 중환자실에 입원하게 되면서 가사를 돌보기 어려웠던 이씨가 정상적인 생활을 회복한 것은 서울시 돌봄SOS 지원을 받게 되면서부터다. 이씨는 작은 몸으로 지적장애 남편과 두 자녀 등 네 식구의 실질적 가장으로 열심히 살아왔지만 잦은 입퇴원과 불편한 거동으로 가사활동이 거의 중단되는 위기에 처해 있었다. 그런데 동네의 복지 대상자를 발굴해 돌봄센터와 연계시키는 활동을 하는 역촌동 복지플래너에게 딱한 사정이 알려지면서 지원의 손길이 미치게 됐다. 이씨는 현재 은평구 돌봄사업을 통해 매주 3회 민간 협력업체의 요양보호사가 방문해 식사, 청소, 투약 등의 도움활동을 지원하고 있고, 집이 4층에 있어서 혼자 다니기 어려웠던 통원치료 동행 서비스도 받고 있다.


역촌동주민센터 이선아 돌봄매니저는 “주거 편의 서비스를 통해 장기간 입원으로 청소를 못한 집안을 대청소한 뒤 요양보호사의 가사 지원 서비스가 이뤄졌다”며 “이후 병원 동행 지원과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냉동도시락 지원 서비스도 병행되면서 아주 표정이 밝아졌다”고 근황을 전했다. 이 매니저는 또 “걸을 수 없는 몸이지만 무릎걸음으로 문까지 나와 고맙다고 인사를 하신다”고 이씨의 고마워하는 마음을 전했다. 평소 장애인 활동 지원에 불신을 가지고 있던 이씨 자신도 돌봄SOS 지원을 받으면서 복지 서비스에 대한 인식도 많이 바뀌었다고 한다.

 돌봄SOS센터는 서울시가 기초생활수급자는 물론 차상위 저소득계층에게 무료(일반 시민의 경우 자부담 있음)로 맞춤형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보편적 복지 확대 사업이다. 각 동주민센터의 통별 복지플래너 등이 긴급한 돌봄이 필요한 대상자를 발굴하면 동의 돌봄매니저가 실태를 조사한다. 이후 구 단위로 협약을 맺은 사회적 기업 형태의 민간협력업체 소속 요양보호사 등 사회복지 전문인력이 투입돼 간호, 가사, 이동 지원 등의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복지 서비스다. 현재는 특정계층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전 계층의 1인가구, 어르신을 비롯해 긴급돌봄이 필요한 시민들을 포함해 이른바 완전한 보편적 복지를 실현한다는 구상이다.

 돌봄SOS센터가 제공하는 복지 서비스는 일시적으로 대상자 집에 머물며 가사를 돕는 일시재가 서비스를 비롯해 이동 지원, 주거 편의, 식사 지원, 단기 시설 입소, 건강 지원, 안부 확인, 정보 상담 등 8개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다.

지난 7월부터 은평구 등 5개 구(은평·성동·노원·마포·강서)에서 실시된 시범사업에서는 11월 말 현재까지 총 8627건(구별 평균 1726건)의 돌봄서비스가 대상자들에게 제공됐다. 서울시는 내년에 광진·도봉·서대문·양천·영등포·송파·강동 등 8개 구를 사업에 추가하고, 2021년에는 25개 전체 구로 확대할 예정이다.

시범사업을 통해 나타난 두드러진 성과로는 우선 돌봄 사각지대에 놓인 틈새 계층에 복지의 손길이 미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서울시복지재단에 따르면 현장을 파악하는 복지플래너의 존재가 사각지대 발굴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7월부터 11월 말까지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찾동)에서 제공된 2125건의 서비스 지원 가운데 66.8%인 1419건이 복지플래너 활동을 통해 의뢰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한 복지플래너는 “그동안에는 찾동 방문을 통해 대상자를 발굴해도 대상 기준이 되지 않아 죄송하다는 말만 전하고 왔는데, 돌봄SOS센터 사업이 시작되면서 그런 분들에게도 지원의 손길이 미치게 돼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장기요양등급을 받지 못해 복지 지원 대상에서 빠진 채 혼자서 위기를 감당해야 했던 사람들에게도 돌봄SOS의 등장은 반가운 소식이었다. 즉 기존 복지체계 밖에 방치된 자격기준 탈락·제외자(장기요양등급외·경증장애인 등)도 돌봄서비스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노원구의 황아무개(75)씨는 척추관협착증으로 고생하고 있는데 노인장기요양보험 대상자가 안 된다는 이유로 일상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던 중 돌봄SOS를 통해 주 2회(1일 2시간) 일시재가 서비스를 받고 있다. 혼자 생활이 어려운 마포의 중증장애인 김아무개(57)씨도 활동보조서비스 확대 심사 기간 동안 돌봄SOS의 도움을 받고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그동안 분야가 다르다는 이유로 비효율적으로 운영된 복지·보건 분야가 돌봄매니저가 통합서비스로 운영하게 된 것도 성과다. 전문 간호직 공무원이 처음으로 동주민센터에 배치돼 보건·의료적 한계 극복의 첫발을 뗀 것. 서울시의 간호직 공무원은 모두 45명으로 동주민센터에 40명, 구청 돌봄지원팀에 5명이 배치돼 있다. 돌봄SOS는 보건소 ‘건강돌봄 서비스’와의 연계활동을 통해 건강 고위험군 대상자들도 집중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어가고 있다.

 서울시 강병호 복지정책실장은 “시범사업이 실시된 지 불과 5개월이 지나고 있지만 지금까지의 성과만으로도 긴급돌봄의 사회적 필요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며 “돌봄SOS센터는 2021년까지 전체 서울시로 확대되고, 대상 계층도 더욱 넓어지면서 우리나라의 보편적 돌봄복지의 출발점이자 거점 역할을 더욱 선도적으로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인우 선임기자 iwl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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