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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지라 단속근거 없어 손 못 대던 곳
구에서 조례개정해 단속 근거 만들어
시행 첫주 244건 단속 뒤 크게 줄어
비흡연자 “간접흡연 피해 줄어서 좋아”
행인들이 1월30일 금연 구역으로 지정된 지 한 달 남짓 지난 영등포구 여의도동 증권가 거리를 오가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저도 흡연자라서 여기서 자주 담배를 피웠지만, 금연 구역으로 지정된 뒤 공기가 훨씬 깨끗해진 것 같아 한결 좋습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있는 킹스정보통신에 다니는 성귀철(53)씨는 영등포구 여의도에 있는 증권사를 고객사로 둬 매일 이곳으로 출근하다시피 한다. 그는 “건물에 흡연 공간이 따로 있다면 거기서 담배를 피울 텐데, 별도의 흡연 공간이 없어 건물 밖 보행거리에서 담배를 피웠다”며 “금연 구역으로 지정된 뒤부터는 따로 마련된 흡연 구역에서 담배를 피운다”고 했다.
“전에는 담배 연기와 냄새가 장난 아니었죠.”
비흡연자로 디에스(DS)투자증권에 다니는 권오봉(37) 과장은 “점심을 마치고 거리를 걷다 보면 담배 냄새와 연기 때문에 매번 눈살을 찌푸리곤 했다”며 “거리가 깨끗해지고 환경도 좋아져 나뿐만 아니라 직원들도 좋아한다”고 했다. 금연 구역으로 지정된 지 한 달 남짓 된 여의도 ‘너구리굴’을 1월30일 찾았다. 여의도 증권회사들이 몰려 있는 이곳은 흡연자들이 건물 앞 보행 거리에 나와 담배를 피워 온종일 담배 연기가 자욱해 ‘너구리굴’로 불렸다. 이곳을 다니는 비흡연자들은 간접흡연의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은 자욱한 담배 연기도 없고 담배 냄새도 나지 않았다. 흡연자들이 내뿜는 뿌연 담배 연기 사이로 비흡연자들이 종종걸음을 치는 모습도, 인상을 찌푸리는 행인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신 깨끗하게 정비된 거리 모습이 한결 차분해 보였다. ‘너구리굴’로 불렸던 여의도 증권가 골목은 영등포구 여의도동 28-2~10 일대를 가리킨다. 신한금융투자증권, 케이티비(KTB)금융투자증권, 엔에이치(NH)금융투자증권, 한화금융센터, 에이치피(HP)빌딩, 유화증권빌딩, 파이낸스타워, 케이비(KB)금융타워, 삼성생명여의도빌딩 등 9개 건물에 둘러싸인 폭 3m, 길이 200m의 좁고 긴 보행거리이다. 한 달 전만 해도 이곳은 마땅한 흡연 공간을 찾지 못한 수많은 증권사 직원과 이곳을 찾은 방문객들이 한데 뒤엉켜 담배를 피워 연기와 냄새로 거리를 통행하는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증권사에 근무하는 비흡연자들은 ‘너구리굴’이었던 증권가 골목이 쾌적하게 변한 것을 반겼다. 평소 담배 연기 때문에 불편을 겪었는데, 흡연 금지 구역으로 지정된 이후부터 분위기가 좋아졌다고 했다. 근처에서 근무하는 도소희(27)씨는 “그동안 거리를 지나다닐 때면 간접흡연으로 힘들었다. 금연 구역으로 지정된 뒤부터 쾌적해지고 좋아졌다”고 했다. 그동안 이 골목이 흡연 지대로 방치됐던 것은 사유지였기 때문이다. 영등포구에는 사유지에 대해 흡연 단속을 할 수 있는 근거가 없었다. 영등포구는 2018년 말 ‘영등포구 금연 구역 지정 및 간접흡연 피해방지 조례’를 개정해 공개 공지 및 연면적 5천㎡ 이상 대형 건축물 등의 사유지를 금연 구역으로 지정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2019년 초 지역 내 대형 건물 285곳을 대상으로 금연 거리 지정 관련 조사를 했다. 그 결과 설문조사에 응한 이 일대 건물 근무자의 80%가 금연 구역 지정에 찬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영등포구는 이를 바탕으로 1월2일 전국 최초로 사유지인 ‘너구리굴’을 금연 구역으로 지정해 단속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곳에서 흡연으로 적발되면 과태료 10만원이 부과된다. 오인석 영등포구보건소 보건지원과 주무관은 “한 달 동안 흡연 단속 건수는 290건인데 첫 주에 244건 정도 단속된 이후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이날도 드문드문 다니는 행인들 사이로 단속원들이 금연 구역을 순찰하고 있었다. 금연 단속 업무를 하는 김승곤(45) 영등포구 금연단속원은 “첫 주에는 금연 구역으로 지정된 지 얼마 안 돼서 그런지 많은 사람이 여전히 담배를 피웠지만 요즘은 담배를 피우는 사람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고 했다. 그는 “증권가에 근무하는 사람 중에서 금연 구역에서 흡연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간혹 외부에서 오랜만에 온 경우 금연 구역인지 잘 몰라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간혹 있다”고 했다. 마침 삼성생명 건물 앞 야외 의자에 앉아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백아무개씨는 “지인을 만나러 왔는데 이곳이 금연 골목인지 몰랐다. 죄송하다”며 담배를 끄고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단속원 김씨는 “무작정 단속해서 벌금을 부과하는 게 목적이 아니고, 담배 냄새와 연기가 없는 쾌적한 환경을 만드는 게 목적이라서 이런 분들은 금연 지역임을 알려 계도한다”고 알려줬다. 하지만 평소 건물 앞 보행로에서 담배를 피우던 흡연자들은 흡연 공간이 멀어진 데 대해 불만을 표출했다. 영등포구는 금연 구역 지정과 함께 흡연자들을 위해 한화금융센터 건물과 에이치피빌딩 앞 대로변에 개방형 흡연 부스 2개를 설치했다. 흡연자들은 금연 구역 지정에 크게 반대하지는 않았지만, 지금껏 자유롭게 흡연했던 터라 이런 환경 변화에 불편을 토로했다. 근처 증권회사에 다니는 최갑수(36) 대리는 “금연 구역으로 지정돼 거리가 청결해지고 공기가 맑아졌다고 하니 조금씩 양보해야 하지 않겠냐”며 “우리도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데 협조하겠다”고 했다. 고승완(36)씨는 “공간 관리가 잘됐으면 좋겠다”며 “흡연 장소가 너무 좁아 불편한데, 장소를 더 넓혀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비흡연자로 디에스(DS)투자증권에 다니는 권오봉(37) 과장은 “점심을 마치고 거리를 걷다 보면 담배 냄새와 연기 때문에 매번 눈살을 찌푸리곤 했다”며 “거리가 깨끗해지고 환경도 좋아져 나뿐만 아니라 직원들도 좋아한다”고 했다. 금연 구역으로 지정된 지 한 달 남짓 된 여의도 ‘너구리굴’을 1월30일 찾았다. 여의도 증권회사들이 몰려 있는 이곳은 흡연자들이 건물 앞 보행 거리에 나와 담배를 피워 온종일 담배 연기가 자욱해 ‘너구리굴’로 불렸다. 이곳을 다니는 비흡연자들은 간접흡연의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은 자욱한 담배 연기도 없고 담배 냄새도 나지 않았다. 흡연자들이 내뿜는 뿌연 담배 연기 사이로 비흡연자들이 종종걸음을 치는 모습도, 인상을 찌푸리는 행인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신 깨끗하게 정비된 거리 모습이 한결 차분해 보였다. ‘너구리굴’로 불렸던 여의도 증권가 골목은 영등포구 여의도동 28-2~10 일대를 가리킨다. 신한금융투자증권, 케이티비(KTB)금융투자증권, 엔에이치(NH)금융투자증권, 한화금융센터, 에이치피(HP)빌딩, 유화증권빌딩, 파이낸스타워, 케이비(KB)금융타워, 삼성생명여의도빌딩 등 9개 건물에 둘러싸인 폭 3m, 길이 200m의 좁고 긴 보행거리이다. 한 달 전만 해도 이곳은 마땅한 흡연 공간을 찾지 못한 수많은 증권사 직원과 이곳을 찾은 방문객들이 한데 뒤엉켜 담배를 피워 연기와 냄새로 거리를 통행하는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증권사에 근무하는 비흡연자들은 ‘너구리굴’이었던 증권가 골목이 쾌적하게 변한 것을 반겼다. 평소 담배 연기 때문에 불편을 겪었는데, 흡연 금지 구역으로 지정된 이후부터 분위기가 좋아졌다고 했다. 근처에서 근무하는 도소희(27)씨는 “그동안 거리를 지나다닐 때면 간접흡연으로 힘들었다. 금연 구역으로 지정된 뒤부터 쾌적해지고 좋아졌다”고 했다. 그동안 이 골목이 흡연 지대로 방치됐던 것은 사유지였기 때문이다. 영등포구에는 사유지에 대해 흡연 단속을 할 수 있는 근거가 없었다. 영등포구는 2018년 말 ‘영등포구 금연 구역 지정 및 간접흡연 피해방지 조례’를 개정해 공개 공지 및 연면적 5천㎡ 이상 대형 건축물 등의 사유지를 금연 구역으로 지정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2019년 초 지역 내 대형 건물 285곳을 대상으로 금연 거리 지정 관련 조사를 했다. 그 결과 설문조사에 응한 이 일대 건물 근무자의 80%가 금연 구역 지정에 찬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영등포구는 이를 바탕으로 1월2일 전국 최초로 사유지인 ‘너구리굴’을 금연 구역으로 지정해 단속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곳에서 흡연으로 적발되면 과태료 10만원이 부과된다. 오인석 영등포구보건소 보건지원과 주무관은 “한 달 동안 흡연 단속 건수는 290건인데 첫 주에 244건 정도 단속된 이후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이날도 드문드문 다니는 행인들 사이로 단속원들이 금연 구역을 순찰하고 있었다. 금연 단속 업무를 하는 김승곤(45) 영등포구 금연단속원은 “첫 주에는 금연 구역으로 지정된 지 얼마 안 돼서 그런지 많은 사람이 여전히 담배를 피웠지만 요즘은 담배를 피우는 사람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고 했다. 그는 “증권가에 근무하는 사람 중에서 금연 구역에서 흡연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간혹 외부에서 오랜만에 온 경우 금연 구역인지 잘 몰라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간혹 있다”고 했다. 마침 삼성생명 건물 앞 야외 의자에 앉아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백아무개씨는 “지인을 만나러 왔는데 이곳이 금연 골목인지 몰랐다. 죄송하다”며 담배를 끄고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단속원 김씨는 “무작정 단속해서 벌금을 부과하는 게 목적이 아니고, 담배 냄새와 연기가 없는 쾌적한 환경을 만드는 게 목적이라서 이런 분들은 금연 지역임을 알려 계도한다”고 알려줬다. 하지만 평소 건물 앞 보행로에서 담배를 피우던 흡연자들은 흡연 공간이 멀어진 데 대해 불만을 표출했다. 영등포구는 금연 구역 지정과 함께 흡연자들을 위해 한화금융센터 건물과 에이치피빌딩 앞 대로변에 개방형 흡연 부스 2개를 설치했다. 흡연자들은 금연 구역 지정에 크게 반대하지는 않았지만, 지금껏 자유롭게 흡연했던 터라 이런 환경 변화에 불편을 토로했다. 근처 증권회사에 다니는 최갑수(36) 대리는 “금연 구역으로 지정돼 거리가 청결해지고 공기가 맑아졌다고 하니 조금씩 양보해야 하지 않겠냐”며 “우리도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데 협조하겠다”고 했다. 고승완(36)씨는 “공간 관리가 잘됐으면 좋겠다”며 “흡연 장소가 너무 좁아 불편한데, 장소를 더 넓혀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