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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정책 분야 박사이자 환경운동가
올해 ‘그린 뉴딜’을 주요 연구 과제 선정
“건물에너지사용총량제 등 연구 계획”
코로나 사태 정부 대처 담은 백서 준비
서왕진 서울연구원장은 환경운동가 출신으로 박원순 시장의 핵심 브레인 중 한 사람이다. 2017년 서울연구원장에 취임한 이래 임기(3년) 만료를 앞둔 서 원장은 “연구원이 싱크탱크를 넘어 싱크플랫폼을 지향하면서 융합과 협업 연구에 여러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연구원은 1992년 설립된 서울시 출연 도시정책 연구기관이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서울연구원은 서울시 출연 도시정책 종합 연구기관이다. 1992년 출범해 올해로 28년째 서울시의 정책 현안과 중장기 비전 수립 연구 역할을 하고 있다. 서왕진 원장은 박원순 시장의 핵심 브레인의 한 사람으로, 2017년 서울연구원장 부임 후 서울시의 각종 정책과제 수립에 깊이 관여해왔다. 박원순 시장은 3월2일 코로나19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서울시민에게 2주간 타인과의 접촉활동 자제를 권고하는 ‘잠시 멈춤’ 캠페인을 발표했는데, 이런 정책 배경에도 서울연구원의 연구활동이 뒷받침돼 있을 것이다.
서 원장은 “메르스 이후 대규모 감염병에 대한 우리 사회 대응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종합분석·평가하는 <코로나19 백서> 발간을 준비하고 있다”며 “서울연구원은 서울시를 비롯해 우리 사회가 당면한 각종 과제에 대한 ‘싱크플랫폼’ 역할을 꾸준히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올해 서울연구원의 주요 과제는 ‘그린 뉴딜’. 에너지 효율화와 환경 개선 정책을 시발점으로 신산업 개발, 일자리 창출에 이은 사회 불평등 해소까지 이어지는 정책을 의미한다. 그 출발점의 하나로 서 원장은 건물에너지사용총량제와 건물에너지소비증명제 실시 등과 같은 강력한 에너지 사용 규제 대책을 서울시에 제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연구원의 주요 과제는 아니지만,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사태에 대처하는 ‘연구원의 역할’에 대해 듣고 싶다.
“먼저 2015년의 메르스 사태를 상기하고 싶다. 당시 박원순 시장은 심야에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시민의 감염 실태를 공개하면서(당시 박근혜 정부는 비공개를 원칙으로 했다) ‘늑장 대응보다 과잉 대응이 낫다’는 서울시 대처 방식을 공표했다. 지금은 상식이지만 당시에는 전환적인 발상이었다. 현재 문재인 정부의 대응조처를 보면 과거 정부에 비해 정보 투명성과 감염 사태에 대처하는 시민의식이 정말 높아지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공조와 협업도 상대적으로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시스템적 발전의 분기점이 2015년 메르스 사태였다.”
서울연구원은 현재 코로나19 사태의 심각성을 판단하고 서울의료원, 공공보건의료재단, 서울시립대 등 서울시 유관기관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고 현 사태에 대한 시 정부의 대처에 대한 종합적 분석을 담은 ‘백서’를 내놓을 계획이다.
여기에는 역학조사관 활동을 비롯한 서울시 유관기관의 역할, 시 정부의 사태 인식·대응, 위기관리 수준에 대한 평가와 이에 대한 시민 반응을 살펴보는 소셜네트워크 분석 등이 담길 것이라고 한다.
서울시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경제적인 타격이 크다. 특히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피해가 심각할 것 같다.
“그래서 우리 연구원에서도 이미 ‘소상공인과 관광업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서울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에 들어갔다. 최대한 이른 시일 안(3~4월)에 시에 정책으로 제안할 계획으로 연구원들이 열심히 하고 있다.”
어떤 내용인가?
“일차적으로 외식업·소매업·재래시장 등 관련 산업의 피해 상황을 구체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이를 바탕으로 실효성 있는 지원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면 소상공인 특별 신용보증 한도 확대, 온라인 상품 판매 유도, 서울시 예산의 적정 배분 등의 정책 대안을 준비하고 있다. 외국 사례로는 최근 장기간 시위 사태를 겪고 있는 홍콩 정부의 소상공인 지원정책도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
올해 서울연구원의 핵심 연구과제가 ‘그린 뉴딜’이라고 들었다.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위기의식이 높아지고 있다. 유럽에서는 벌써 지구온난화 피해를 유발하는 나라와 산업에 대해 관세(탄소세)를 부과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될 심각한 사안이다. 그린 뉴딜은 한마디로 기후환경 개선 활동을 통해 궁극적으로 양극화된 불평등 사회구조를 개선하자는 것이다. 서울시는 지난 박원순 시장 임기 동안 원전 1기 줄이기 캠페인을 벌여 에너지 효율화와 공기 환경 개선을 꾀해왔다. 그린 뉴딜은 단순히 온실가스 감축만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에너지 효율화와 공기환경 개선-신생 에너지 산업 활성화-새 일자리 창출-도시재생과 노후주택·시설 개선-저소득층 등의 사회 불평등 개선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지향하자는 프로젝트이다.”
서울연구원은 그린 뉴딜 수행을 위해 올해 연구원 내에 ‘그린 뉴딜 연구센터’를 설치하고,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와 에너지·기후 분야의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기후행동포럼을 구성해 건물, 교통, 폐기물 등의 에너지 효율화, 재생에너지 생산 등에 관한 정책과제 도출에 집중하고 있다. 이 가운데 서 원장은 당면 과제로 기존 건물의 에너지 효율화를 먼저 꼽는다.
“서울은 건물로 가득한 대도시로, 온실가스 배출의 67%가 건물에서 발생한다. 탄소배출을 저감하고 에너지 사용을 효율화하는 관건이 기존 건물에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우리 연구원은 건물이 적정 에너지 사용량을 초과하면 부담금 등을 물려 저감을 유도하는 ‘건물에너지총량제’, 건물의 매매나 임대시 건물주가 에너지 시설 노후와 소비 효율성을 증명하도록 하는 ‘건물에너지소비증명제’와 같은 강력한 규제 정책을 시에 제안하려고 한다.”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 묻고 싶다. 최근 박원순 시장이 ‘부동산 불로소득 국민공유제’를 제안했다. 서울연구원의 연구 결과도 바탕이 됐을 텐데.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투기 세력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정권 초기에 부동산 보유세를 확실하게 강화하지 못한 데 그 원인이 있다고 본다. 부동산 문제는 정부가 보유세를 강화하고, 공시지가 제도를 보다 투명하게 혁신한 정책을 5~7년 정도 꾸준하게 밀고 나가면 잡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리고 이 기간에 걸쳐 발생하는 부동산 거래 불로소득은 공공주택 보급, 소상공인 임대료 안정 등의 재원으로 활용하자는 것이 부동산 불로소득 국민공유제의 뼈대다. 이것은 결코 어려운 정책이 아니다. 의지의 문제다. 우리 연구원은 제도의 법제화 등 박 시장의 제안을 뒷받침하는 후속 연구를 진행해 이른 시일 안에 결과물을 정부와 서울시에 내놓으려고 한다.”
서 원장은 에너지 정책 분야 박사학위를 가진 환경운동가 출신이다. 박원순 시장이 시민운동(참여연대)을 이끌 때 환경단체 대표로서 인연을 맺었다.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서울대 등에서 연구교수를 하다가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정책공약팀장으로 선거캠프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서울시에 들어왔다.
이인우 선임기자 iwl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