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간판 정리하니, 어지럽던 거리 ‘깔끔’

“2~3년 선별·집중한 뒤 사업 마무리”

“간판이 어지럽게 난립해 있었는데, 정리하고 나니 상가 미관이 아주 깔끔해졌죠.”

최근 구로구가 간판 개선 사업을 마무리한 구로구 구로동 구로기계공구상가를 찾은 12일, C블록 32동 제일공구점 주인은 깨끗해진 간판을 가리키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10년 넘게 이곳에서 일해온 성창공구사 주인도 “전에는 간판들 크기나 형태가 제각각이어서 어지럽게 느껴졌는데 크기도 일정하게 만들어져, 간판들이 삐뚤빼뚤한 것보다 훨씬 낫다”고 했다. 또한 “대부분 상인이 좋아한다”고 했다.

구로기계공구상가를 찾는 손님들도 “깔끔해서 좋다”고 했다. 건설용품을 사러 왔다는 한 손님은 “이전에는 간판이 돌출된 것도 있고 제멋대로여서 혼란스러웠는데, 정비하고 난 뒤 간판 내용을 알기 쉽고 상가를 찾기도 쉬워졌다”고 했다.

하지만 간판 개선 사업 이후 개성이 사라진 데 대해 아쉬워하는 상인도 있었다. 간판 개선 사업을 하기 전에는 자기만의 개성을 살린 간판들이 제각각 돋보였는데 지금은 모두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어서다. 한 점포 주인은 “간판이 규격화돼 깔끔해지긴 했지만 간판 모습이 모두 비슷비슷해 특색이 없어져 오히려 손님들이 헷갈린다”고 했다.

구로구는 총 3억4천여만원을 들여 구로기계공구상가와 구로역 근처 경인로 변의 간판 개선 사업을 2월 초 마무리했다. 이곳에 있는 8개 건물에 입주한 점포 176곳의 간판을 새로 교체했다. 새 간판은 허가 기준에 적합하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엘이디(LED) 벽면 간판으로 제작됐는데, 점포당 최대 200만원의 간판 제작과 설치 비용을 지원했다. 주인 없는 간판, 돌출 간판 등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간판 109개는 철거했다.

구로구는 2008년 구로디지털단지 일대를 시작으로 주요 도로변 간판 정비 사업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무분별하게 난립한 옥외광고물을 정비해 간판의 가시성을 높이고 영세 사업자에게 교체 비용을 지원해 경제적 부담을 줄였다.

강윤주 구로구 광고물관리팀장은 “보행 안전과 쾌적한 도시 미관을 만들기 위해 구로기계공구상가와 구로역 근처 경인로 변 점포들의 간판 개선 사업을 진행했다”며 “앞으로 지속적으로 간판 개선 사업을 해갈 계획”이라고 했다.

영등포구는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3억7500만원을 들여 영등포역 앞에서부터 영등포시장 사거리까지 900m 거리에 있는 양방향 39개 건물의 320개 업소 간판을 정비했다. 26개 건물 151곳은 발광다이오드형 간판을 벽면에 부착했고, 무허가 간판과 돌출 간판 등 220개는 철거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문래동 4가 일대 철공소 거리에서 개선이 시급한 41개 업소 간판도 교체했다. 철공소 거리를 찾는 이용객들이 원하는 업체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업종과 공정 등에 따라 유형별로 색상을 구분해 간판을 만들었다.

철강·비철 등 소재는 연두색, 선반·밀링 등 선처리 가공은 주황색, 연마·연사·열처리 등 후처리 가공은 노란색, 도금·코팅강화 등 표면 처리는 보라색, 공구와 기타는 파란색으로 나눴다. 상호 위에는 작은 글씨로 업종을 설명하고 스패너나 드라이버, 나사 등 금속 제품 그림도 넣어 어떤 업종인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게 했다.

문래동은 산업화가 시작된 1960년대부터 철공소가 모여 있던 곳이다. 1990년대 이후 도심 재개발 사업과 철강 수요 감소 등으로 점차 줄어들어 지금은 1350여 곳이 남아 있다. 구는 철공소 거리의 낙후된 작업 환경을 개선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문래동 1~6가를 문래동 금속제품타운으로 지정하고 꾸준히 정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17년 문래동 1가 15곳의 간판을 정비했고, 2018년 문래동 2가와 4가에 있는 금속업체 46곳의 간판을 바꿨다.

종로구도 2008년부터 ‘간판이 아름다운 거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는 창신숭인 지역 거리에 한글로 디자인된 간판으로 바꾸는 ‘창신숭인 간판이 아름다운 거리’ 만들기를 시작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불법·노후 간판을 교체해오고 있다.

종로구는 2018년 평창문화로와 세검정로에 있는 62개 업소 간판을 지역 특색에 맞게 교체해 주민과 관광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2019년에는 혜화동 로터리에서부터 성균관로 올림픽기념국민생활관까지 ‘혜화로 간판이 아름다운 거리’ 조성 사업을 추진해 총 122개 업소의 간판을 한글 중심 디자인 간판으로 바꿨다.

중랑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는 12억여원을 들여 총 6520m 거리 490곳의 간판을 개선한다. 올해는 지역 내 특성을 가진 거리를 간판 개선을 통해 특화거리로 바꾸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총 6개 구간 중 특화거리 조성은 4개 구간, 생활형 간판 개선은 2개 구간이다. 사가정 젊음의 거리 등 특화거리 조성도 함께 추진해 사업 효과를 더욱 높인다. 면목로와 동일로는 생활형 간판 개선 사업을 시행해 쾌적한 거리 환경을 조성한다. 계획대로 진행되면 올해까지 총 2064곳의 간판을 개선하게 된다.

동작구는 연말까지 사당동 일대 낡고 통일되지 않은 간판을 교체하고 전통시장 내 디지털 옥외광고물 설치 사업을 추진한다. 사당1동 사당로 30길과 동작대로 1길 등 1032m 거리에 있는 100개 건물의 274개 업소 간판을 교체한다.

서울시는 2008년부터 꾸준히 간판 개선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2017년 11개 자치구 1596개 업소, 2018년 13개 자치구 1781개 업소, 2019년 15개 자치구 1984개 업소 등 최근 3년 동안 총 5361개 업소의 간판을 정비했다. 올해는 시비와 구비를 합쳐 71억여원을 들여 2363개 업소의 간판을 정비할 계획이다.

이양섭 서울시 도시계획국 도시빛정책과 광고물팀장은 “10여 년 동안 진행해온 대로변의 간판 개선 사업은 거의 마무리했다”며 “앞으로 2~3년 동안은 간판 개선이 필요한 곳을 선별해 집중적으로 사업을 진행한 뒤 간판 개선 사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