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직원 성금으로 법외 생활곤란가구 지원

<서울&> 긴급 설문조사에 나타난 악전고투 2개월의 생각│김영종 종로구청장

등록 : 2020-04-02 15:07 수정 : 2020-04-02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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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두 달 넘게 ‘코로나19’ 방역 행정의 최일선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서울 25개 자치구 구청장을 상대로 긴급 설문조사를 했다.

일반 주민들에게 전염병 방역을 통해 자치구의 중요성이 여느 때보다 부각됐다는 점에서 구청장들이 방역 현장에서 느꼈던 생각을 원문 그대로 보여주는 것도 의미 있다고 생각해 온라인에서는 축약없이 전재한다.

종로보건소 선별진료소 현장을 방문한 김영종 종로구청장. 종로구청 제공

1. 코로나사태를 통해 방역 최일선에서 뛰는 자치구의 중요성이 높아졌습니다. 구청장으로서 가장 위기를 느꼈던 순간은 언제였으며, 어떻게 대처했는지요.

우리구는 지난 1월 30일과 31일 , 가족관계인 3명이 확진판정을 받은 후 보름 동안은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아 상황이 진정되는 가 싶더니, 그 이후 2월 26일까지 확진자가 총 11명으로 크게 증가하면서 지역 내 감염확산이 되지 않을까 심히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역 내 대규모 확산을 막기 위해 종로구 재난안전대책본부에 ‘질병관리본부의 대응 매뉴얼보다 더 강화된 대응’을 지시하였고, 우리구 확진자가 발생한 직후인 2월 1일부터 경로당, 도서관 등 관내 공공시설의 운영을 즉시 중단시켰습니다. 그리고, 유동인구가 많은 종로구의 특성을 고려하여 공공시설, 공동주택 엘리베이터, 공중화장실, 마을버스 등 주민이 자주 이용하는 공간에 손소독제를 비치하여 누구나 사용 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특히 자치구 최초로 살균소독의 효과가 공인된 이산화염소수를 활용해 광화문 일대와 재래시장, 공원주변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을 방역하였고, 이와 함께 하수도 및 빗물받이 세정작업을 실시하여 한발 앞선 전방위적 방역활동을 전개하였습니다.

아울러, 주변 환경에 대한 물리적 방역과 함께, 감염증 확산에 따른 불안감 해소를 위해 구민의 심리적 방역 을 실시하였습니다. 구정홍보지인 ‘종로사랑’ 특별판을 발행하여 우리구 대응상황을 주민들에게 상세히 알렸고, 당시 서울시와 각 자치구별로 확진자 이동동선 등 정보공개의 범위가 달랐던 것에 대해 서울시 차원의 일관된 가이드라인 마련을 요구하여 서울시민 모두가 정확한 정보를 신속하게 전달 받을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특히, 불특정 다수가 참여하여 많은 주민이 불안해했던 청와대 앞, 광화문 광장일대 대규모 도심 집회·시위를 금지통고하고, 이를 위반한 단체를 고발조치함으로써 대규모 확산을 미연에 방지했던 사례가 있습니다.

코로나19 초기 대응이라서 시위자들의 큰 반발이 있어, 부득이 강제집행까지 강행하게 되었습니다.

2. 방역대책을 펴면서 가장 보람찬 순간과 아쉬운 장면을 꼽아주세요.

종로구민 확진자 중 완치자가 점점 늘어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전국적으로 엄중한 상황이지만, 확진자 모두가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 돌아와 우리와 일상을 함께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일부에서 있었던 중국인 등 외국인에 대한 혐오와 차별의 자세가 아쉽습니다. 바이러스는 국적을 가리지 않습니다. 새 학기를 맞아 입국하는 해외 유학생에 대한 지역사회의 염려는 유학생 입국을 막는 것으로는 절대 해결할 수 없습니다. 실질적인 방역 방안이 논의되고 그 방역체계가 지역에서 잘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이에, 종로구는 코로나19 발생국가가 유학생의 모국이라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 그들에게 마음의 상처가 되지 않도록 언론보도에 있어서나 행동수칙 홍보 시 주의를 기울이고 있으며, 유학생이 많은 마을에는 ‘유학생을 따뜻하게 맞읍시다.’ 라는 현수막도 내걸었습니다.

3. 큰 틀에서 앞으로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집단 전염병을 미연에 방지하거나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서 일선 행정기관에서 보완해야 할 시스템이 있다면? 마스크를 일선 통반장을 통해 일괄 배포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지금과 같은 엄중한 상황에서는 지역의 현황과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지방정부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가장 일선에서 코로나19를 대응하는 곳이 지방정부이며, 비상상황 발생 시 최초 대응방법에 따라 그것이 가져올 결과는 매우 다른 양상을 보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코로나19에 대한 선제적이고 즉각적인 상황대응을 위해서 중앙부처와 광역자치단체가 가지고 있는 권한을 기초자치단체에도 부여해야 합니다.

그리고, 코로나19 대응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는 ‘확진자의 동선 파악’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서울시에서 신속한 확진자 동선파악을 위해 자치구에 역학조사 권한을 부여하여 확진자를 최초 인지한 보건소에서 기초역학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확진자 동선파악이 쉽지 않습니다.

현재 서울시에서 대규모 집단감염 발생 시 자치구 역학조사 지원을 위해 운영 중인 기술지원반 (역학조사에 필요한 기술자문) 및 자료 분석반 (GPS 등 전산자료 조회, 확진자 동선확보)을 각 자치구별로도 운영할 수 있도록 서울시의 검토와 지원이 필요합니다. 기초자치단체에서 역학조사관, 기술지원반, 자료분석반 등으로 구성된 자치구별 역학조사 대응반을 운영한다면 보다 빠르고 정확한 상황파악과 대응이 가능 할 것입니다.

그리고, 해외 유학생 관련 정보도 중앙부처, 광역, 기초, 대학교 간 적극 공유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 대응초기 해외 입국예정 유학생들에 대한 정보가 잘 공유되지 않았던 것은 보완해야 할 것입니다.

마스크 대책과 관련해서는 물량이 안정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주민에 대한 마스크 일괄 배포는 자치구별 재정여건이 다르고, 현금 복지 논란이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건강보험 전산망 등 공적 전달망을 시스템화해서 공적 마스크 수급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통반장 등 행정조직을 활용하여 거동이 어려운 장애인, 어르신 등 사회취약계층을 직접 방문하여 마스크를 우선 배부하는 방법을 병행 추진함으로써 지역 내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공적 시스템을 보완해 가도록 하고, 통반장을 통한 공적마스크 일괄 배포는 반대합니다. 다만, 줄서기를 줄여가도록 판매장소를 확대하여 수급조절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4. 코로나사태로 가장 고통 받는 사람들이 독거 어르신이나 기초 수급자 등 취약계층인 것 같습니다. 각 구청에서 지원책을 펴고 있지만 충분치 않은 듯합니다. 이에 대한 보완책은?

코로나19 여파로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한 층 깊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경로 식당과 무료급식소 등을 이용하던 어르신들이 갈 곳을 잃고, 일용직으로 생계를 꾸려가던 분들이 끼니를 걱정하는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종로구는 이런 분들을 지원하기 위해 복지관을 통해 무료급식대상자 900여명에게 간편식 및 밑반찬을 배달해 드리고 있으며, 민간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급식취약계층 1,500 여명에게 3차례에 걸쳐 즉석식품과 생필품, 마스크 등을 제공하였습니다.

그리고, 일시적 실업, 질병, 소득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구에 대해서는 사례회의를 통한 신속하고 적극적 지원으로 위기상황을 빠르게 해소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종로구에서는 코로나로 인한 지역경제 침체와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구청장을 비롯한 직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마련한 성금으로 법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실생활 곤란 가구에 다음달 4월부터 월 30만원~50만원의 생계비를 지원할 예정에 있습니다.

종로구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슬기롭게 헤쳐나가기 위해 민관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협력하여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서비스실행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5. 불철주야 최일선 방역전선에서 진두지휘하면서 여러 감회를 느꼈을 줄 압니다. 소회가 있으면 어떤 것이든 써주세요.

코로나19가 3개월 가까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전국의 확진자 수가 점차 감소추세지만 여전히 안심할 상황은 아닙니다.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잠시 멈춤’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시민들의 마음적 거리는 오히려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주민들 자체적으로 마을방역단을 꾸려서 마을의 방역취약지역을 소독하고 있으며, 취약계층을 돌보는 봉사단도 조직하여 활동하고 있습니다. 어느 기초생활수급자께서는 코로나19로 인해 자신보다 상황이 어려운 분들을 위해 써달라며 수년간 자신이 모은 돼지저금통을 기부하기도 하였고, 자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위해 손소독제와 같은 방역물품과 밑반찬까지 기부하는 분도 계셨습니다.

그리고, 지역경제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 소상공인과 함께 이겨내기 위해 상가 임대료를 인하해주는 ‘착한 임대료 운동’에 동참해 주는 건물주들의 사례 등 나보다 더 힘든 타인의 상황에 공감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주민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습니다.

일선에서 고생하는 공직자 역시 지역사회를 지탱하는 힘입니다. 저는 이런 모든 고마운 분들의 노력 이 현재의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최선의 생활방역이자 백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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