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기초생활수급자 100만원 기부 소식 ‘보람’

<서울&> 긴급 설문조사에 나타난 악전고투 2개월의 생각│박준희 관악구청장

등록 : 2020-04-02 16:17 수정 : 2020-04-02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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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두 달 넘게 ‘코로나19’ 방역 행정의 최일선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서울 25개 자치구 구청장을 상대로 긴급 설문조사를 했다.

일반 주민들에게 전염병 방역을 통해 자치구의 중요성이 여느 때보다 부각됐다는 점에서 구청장들이 방역 현장에서 느꼈던 생각을 원문 그대로 보여주는 것도 의미 있다고 생각해 온라인에서는 축약없이 전재한다.

서림동에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방역활동을 펼치고 있는 박준희 관악구청장. 관악구청 제공

1. 코로나19 사태로 방역 최일선에서 뛰는 자치구의 중요성이 커졌습니다. 구청장으로서 가장 위기를 느꼈던 순간은 언제였으며, 어떻게 대처 하셨는지요.

최근 교회, 요양병원, 회사 사업장 등 밀폐된 공간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산발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달 12일, 우리 구 소재 한 회사에도 소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여러 사람이 좁은 공간에서 장시간 머물러 감염 위험이 높은데다가, 특히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대입구역 인근에 위치해 있어 혹여나, 또 다른 집단으로 감염이 확산되지 않을까 걱정이 매우 컸다.


확진자 발생 통보를 받은 즉시 확진자가 근무하는 회사를 폐쇄 조치하였고, 회사 사업장과 주변 등은 철저하게 방역 소독했다.

회사 전 직원(20명)은 즉시 자가격리 통보하였으며, 신속히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하고, 현장방문조사, CCTV 분석, 역학조사관의 역학조사를 통하여 확진자 방문 장소와 접촉자를 면밀히 파악해 2차, 3차 추가 감염이 발생하는 것을 막았다.

회사 직원 총 20명 중 무려 35%인 7명(관악구 3, 타 지역 4)이 확진판정을 받아서, 밀집시설의 집단감염 위험이 얼마나 큰 지를 직접 실감했다.

공공시설, 종교시설, 전통시장 뿐만 아니라 노래방, pc방, 체육시설 등 민간 다중이용시설과 주민 생활현장 속 밀착형 방역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

2. 방역대책을 펴면서 가장 보람찬 순간과 아쉬운 장면을 꼽아주세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속에서 한국의 코로나19 대응 모델에 전 세계가 감탄하고 있다. 체계적 방역시스템, 의학계의 진단능력, 신속·투명한 정보공개 등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성숙하고 빛나는 ‘시민의식’과 위기를 다 함께 극복하는 ‘연대의 힘’, ‘사랑의 정신’일 것이다.

이번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비록 사회적 거리두기로 몸은 멀어졌지만, 마음만은 한층 가까워진 것을 직접 느낄 수 있었다.

지역 곳곳에서 따뜻한 기부행렬이 연일 이어졌고,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나누는 ‘착한 임대인 운동’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사회적 경제 기업, 방역봉사단, 자원봉사자 등 주민들의 자발적 방역활동도 점차 활성화되고 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일은, 기초생활수급비를 한 푼 두 푼 아껴 모아 100만원을 기부한 어르신의 사연이다. 어르신은 코로나19 접촉자로 자가격리 되어, 2주 동안 외부와 단절된 채 힘든 시간을 보낸 뒤 지난 3월 5일, 우리 구 삼성동 주민센터를 찾았다.

봉투만 전하고 황급히 돌아가려는 어르신께 동 주민센터 직원이 사연을 물었더니, 생활고로 목숨을 끊으려 했을 만큼 힘들었던 시절, 기초생활수급비를 지원받게 되어 새 희망을 찾았다며, 그동안 받은 도움에 이제는 보답할 차례라고 기부의 의미를 전했다.

꼬깃꼬깃한 봉투에 들어 있던 100만원은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는 누군가에게 새 희망을 선사하는 값진 선물이 될 것이다.

아쉬운 장면을 꼽자면, 확진자가 방문했던 영세 사업장의 소상공인 분들이 어려움을 겪고,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확진자 방문 장소를 공개하는 것은 주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불안감 해소 등 공공이익 실현을 위한 것이다.

특히 동일 시간, 동일 장소에 방문한 주민 분들에게 사실을 알려 감염병 지역사회 전파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이다. 하지만, 확진자 방문장소가 기피 장소가 되어 영업 피해를 입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확진자 방문 장소는 철저한 방역소독을 완료하였으며, 업주 분들께서 더욱 세심히 신경 쓰고 계시니 안심하고 이용하셔도 된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구청장을 비롯해, 구청 직원들도 앞장서서 확진자 방문 음식점 등을 정기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3. 큰 틀에서, 앞으로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집단 전염병을 미연에 방지하거나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서 일선 행정기관에서 보완해야할 시스템이 있다면? 마스크를 일선 통반장을 통해 일괄 배포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코로나19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음. 확진자 발생 사실과 동선을 실시간으로 주민에게 전달하고, 주민들의 불편과 문의사항 등 민원을 응대하는 일도 모두 지방자치단체의 몫이다.

감염병이 급속도로 퍼져나가 일정 범위를 넘어서면 중앙정부가 모든 것을 컨트롤하는데 한계에 다다르고, 각 지역의 상황에 맞는 감염병 관리와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

중앙정부는 지방자치단체에 보다 많은 권한을 부여하고 지방자치단체는 각 지역 특성에 맞는 능동적, 선제적인 대응시스템을 구축하여야 할 것이다.

우리 구는 코로나19 초기부터 중국인(약 5,600명)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신사동에 선별진료소를 별도로 마련하여 운영 중이다.

또 24일부터 시작한 ‘1020 강감찬 방역물품 택배서비스’는 관내 PC방, 노래연습장 업주와의 현장간담회를 통해 1회성 방역소독이 아닌 상시적 방역 물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수렴, 주민 실수요를 즉시 반영한 맞춤형 정책이다.

PC방, 노래연습장, 체육시설 등 총 933개소에서 전화로 신청하면, 직접 방역물품을 배송해드리고 있다.(총 8000개 분량)

통·반장을 통한 마스크 일괄 배부와 관련해서는 정부가 지난 9일, 마스크 5부제를 시행한 이래 현재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있다고 본다.

다만,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 어르신, 임산부 등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통반장을 통하여 직접 배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이에 우리 구도 거동이 불편한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직접 배부를 하였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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