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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열 가족 출범, 현재 49 가족
홀몸노인들 정기 방문해 울타리 구실
“아이들이 책임감 생기는 것 보며 뿌듯”
노인복지 위한 좋은 관-민 협력 모델
한내가족봉사단원 노영애씨가 4일 금천구청에서 지난 5월 봉사활동 모습을 담은 스마트폰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나도 언젠가는 70살 넘은 할머니가 될 텐데, 가족 봉사단이 찾아오면 좋아할 것 같아요.”
금천구 독산1동 한내가족봉사단원 노영애(47)씨는 4일 “처음 할머니를 방문했을 때는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웠지만, 지금은 가족과 함께 봉사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한내가족봉사단은 독산1동에 사는 주민들이 지역의 홀몸노인들을 정기적으로 찾아가 말벗을 해주는 가족 단위 봉사단체다. 한내가족봉사단의 ‘한내’는 금천 지역에서 안양천을 일컫는 옛 이름 중 하나다. 안양천이 흐르는 독산1동의 지역성을 살리기 위해 봉사단 명칭으로 사용했다.
“큰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일 때 봉사 점수가 모자란다고 학교에서 전화가 왔죠.” 독산1동 주민인 노씨는 한내가족봉사단이 만들어진 2015년 당시를 회상한다. 노씨는 그때부터 가족과 함께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남편과 고등학교 1학년인 첫째 아들, 중학교 1학년인 둘째 아들 등 모두 4명인 노씨 가족은 매월 셋째 주 토요일이 되면 결연을 한 혼자 사는 할머니 댁을 방문한다. 처음에는 아이 봉사 점수를 따기 위해서 시작했지만, 점차 봉사활동을 하면서 이웃의 소중한 의미를 깨닫게 됐다. 노씨 가족은 지난달 셋째 주 토요일에도 다양한 곳에서 들어온 후원 물품을 챙겨 할머니 댁을 찾았다. 노씨는 처음 봉사활동을 시작한 5년 전에는 후원 물품이나 음식을 전달하면서 “맛있게 드시라”고 말한 뒤 돌아오기 바빴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직접 챙겨간 물건들을 할머니 집에 잘 정리해놓고, 음식은 냉장고에 차곡차곡 넣어준다. 친손자, 며느리처럼 하다보니, 할머니가 “더 놀다가라”고 할 때가 많다고 했다. “5월에 찾아갔을 때 할머니가 응급실에 갔다 왔다고 하시더라고요. 코피가 나서 병원에서 응급처치를 받고 왔다고 하길래, 그럼 ‘저한테 얘기하시죠’라고 했더니 할머니께서 웃으시더라고요.” 노씨는 2년 전부터 할머니 건강이 안 좋아졌다며 금세 얼굴빛이 어두워졌다. 그는 “할머니는 왼쪽 어깨가 좋지 않은 탓에 팔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어 음식 하는 것도 힘들어한다”며 “할머니 댁을 방문할 때면 매번 어깨를 주물러드린다”고 했다. 노씨는 그동안 할머니와 많이 친해졌지만, 아직 ‘엄마와 딸’ 관계는 아니고 ‘시어머니와 며느리’ 관계쯤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옆집 며느리’가 제일 관계가 좋은 것 같아요. 아직 딸처럼 속내까지 드러내놓고 하는 관계는 아니라서….” 노씨의 아이들도 봉사활동을 무척 좋아한다고 했다. 노씨는 “처음 시작할 때는 아이들이 잘할지 은근히 걱정됐지만, 막상 어르신을 만나니 잘하더라”며 “책임감도 생기고 해서 잘 시작했다는 마음이 든다”고 했다. 한내가족봉사단은 회장, 부회장, 총무 등 4명의 임원진을 두는데, 임기는 1년이다. 투명한 봉사단을 만들기 위해서 회원들이 1년마다 돌아가면서 임원진을 맡는다. 노씨는 올해 부회장을 맡았는데, “부회장은 봉사단과 관련된 온갖 일을 도맡아 처리하는 그냥 ‘잡부’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웃었다. “‘아버님을 잘 보살펴 주셔서 고맙다’는 말을 들었을 때 무척 기뻤습니다.” 노씨는 “매달 찾아뵙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빈소에 갔더니, 자녀들이 감사를 표하더라”며 봉사활동을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낀 순간이라고 했다. “어르신들 생일에 찾아뵈면 무척 좋아하시더라고요.” 봉사단은 정기 방문과는 별도로 가족처럼 수시로 홀몸노인들을 찾아뵈면서, 외로움을 막는 든든한 울타리 구실을 하고 있다. 노씨는 “매월 정기적으로 할머니를 찾아가지만, 시간이 되는대로 자주 방문하니 무척 좋아하더라”고 했다. 한내가족봉사단은 6년 전 열 가족으로 시작했지만, 봉사활동을 하겠다는 가족이 점점 늘어나 지금은 서른다섯 가족 130여 명으로 늘어났다. 봉사단 활동을 하다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봉사단을 떠난 뒤에도 계속 봉사단과 함께 활동하는 열네 가족을 포함하면 총 마흔아홉 가족 200여 명의 주민이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정도영 독산1동주민센터 지역복지팀 주무관은 “한내가족봉사단은 규모가 큰 편”이라며 “가족 단위 봉사단으로서는 금천구 내에서 한내가족봉사단이 가장 크다”고 했다. 한내가족봉사단은 이런 봉사활동을 높이 평가받아 지난해 11월 서울시장 표창을 받기도 했다. 정 주무관은 “갈수록 홀몸어르신이 늘어나는데, 자칫 소홀하기 쉬운 지역의 노인복지를 주민센터와 봉사단체가 협력해 해결하는 좋은 모델이 되고 있다”고 했다. 한내가족봉사단은 다양한 단체와 개인에게서 후원 물품이 들어오면 결연을 한 홀몸노인들에게 전달해준다. 얼마 전에는 비영리단체 글로벌쉐어에서 후원한 쇠고기를 한내봉사단원들이 불고기 양념을 해 홀몸노인들에게 전달했다. 홀몸어르신들을 위한 후원 물품은 단체나 개인한테서 받기도 하고, 봉사단원들이 십시일반 모금해 충당한다. 이를 위해 가족당 10만원의 연회비도 내지만 많이 부족하다. 노영애씨는 “한내가족봉사단이 오래도록 봉사활동을 할 수 있도록 많은 후원이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큰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일 때 봉사 점수가 모자란다고 학교에서 전화가 왔죠.” 독산1동 주민인 노씨는 한내가족봉사단이 만들어진 2015년 당시를 회상한다. 노씨는 그때부터 가족과 함께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남편과 고등학교 1학년인 첫째 아들, 중학교 1학년인 둘째 아들 등 모두 4명인 노씨 가족은 매월 셋째 주 토요일이 되면 결연을 한 혼자 사는 할머니 댁을 방문한다. 처음에는 아이 봉사 점수를 따기 위해서 시작했지만, 점차 봉사활동을 하면서 이웃의 소중한 의미를 깨닫게 됐다. 노씨 가족은 지난달 셋째 주 토요일에도 다양한 곳에서 들어온 후원 물품을 챙겨 할머니 댁을 찾았다. 노씨는 처음 봉사활동을 시작한 5년 전에는 후원 물품이나 음식을 전달하면서 “맛있게 드시라”고 말한 뒤 돌아오기 바빴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직접 챙겨간 물건들을 할머니 집에 잘 정리해놓고, 음식은 냉장고에 차곡차곡 넣어준다. 친손자, 며느리처럼 하다보니, 할머니가 “더 놀다가라”고 할 때가 많다고 했다. “5월에 찾아갔을 때 할머니가 응급실에 갔다 왔다고 하시더라고요. 코피가 나서 병원에서 응급처치를 받고 왔다고 하길래, 그럼 ‘저한테 얘기하시죠’라고 했더니 할머니께서 웃으시더라고요.” 노씨는 2년 전부터 할머니 건강이 안 좋아졌다며 금세 얼굴빛이 어두워졌다. 그는 “할머니는 왼쪽 어깨가 좋지 않은 탓에 팔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어 음식 하는 것도 힘들어한다”며 “할머니 댁을 방문할 때면 매번 어깨를 주물러드린다”고 했다. 노씨는 그동안 할머니와 많이 친해졌지만, 아직 ‘엄마와 딸’ 관계는 아니고 ‘시어머니와 며느리’ 관계쯤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옆집 며느리’가 제일 관계가 좋은 것 같아요. 아직 딸처럼 속내까지 드러내놓고 하는 관계는 아니라서….” 노씨의 아이들도 봉사활동을 무척 좋아한다고 했다. 노씨는 “처음 시작할 때는 아이들이 잘할지 은근히 걱정됐지만, 막상 어르신을 만나니 잘하더라”며 “책임감도 생기고 해서 잘 시작했다는 마음이 든다”고 했다. 한내가족봉사단은 회장, 부회장, 총무 등 4명의 임원진을 두는데, 임기는 1년이다. 투명한 봉사단을 만들기 위해서 회원들이 1년마다 돌아가면서 임원진을 맡는다. 노씨는 올해 부회장을 맡았는데, “부회장은 봉사단과 관련된 온갖 일을 도맡아 처리하는 그냥 ‘잡부’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웃었다. “‘아버님을 잘 보살펴 주셔서 고맙다’는 말을 들었을 때 무척 기뻤습니다.” 노씨는 “매달 찾아뵙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빈소에 갔더니, 자녀들이 감사를 표하더라”며 봉사활동을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낀 순간이라고 했다. “어르신들 생일에 찾아뵈면 무척 좋아하시더라고요.” 봉사단은 정기 방문과는 별도로 가족처럼 수시로 홀몸노인들을 찾아뵈면서, 외로움을 막는 든든한 울타리 구실을 하고 있다. 노씨는 “매월 정기적으로 할머니를 찾아가지만, 시간이 되는대로 자주 방문하니 무척 좋아하더라”고 했다. 한내가족봉사단은 6년 전 열 가족으로 시작했지만, 봉사활동을 하겠다는 가족이 점점 늘어나 지금은 서른다섯 가족 130여 명으로 늘어났다. 봉사단 활동을 하다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봉사단을 떠난 뒤에도 계속 봉사단과 함께 활동하는 열네 가족을 포함하면 총 마흔아홉 가족 200여 명의 주민이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정도영 독산1동주민센터 지역복지팀 주무관은 “한내가족봉사단은 규모가 큰 편”이라며 “가족 단위 봉사단으로서는 금천구 내에서 한내가족봉사단이 가장 크다”고 했다. 한내가족봉사단은 이런 봉사활동을 높이 평가받아 지난해 11월 서울시장 표창을 받기도 했다. 정 주무관은 “갈수록 홀몸어르신이 늘어나는데, 자칫 소홀하기 쉬운 지역의 노인복지를 주민센터와 봉사단체가 협력해 해결하는 좋은 모델이 되고 있다”고 했다. 한내가족봉사단은 다양한 단체와 개인에게서 후원 물품이 들어오면 결연을 한 홀몸노인들에게 전달해준다. 얼마 전에는 비영리단체 글로벌쉐어에서 후원한 쇠고기를 한내봉사단원들이 불고기 양념을 해 홀몸노인들에게 전달했다. 홀몸어르신들을 위한 후원 물품은 단체나 개인한테서 받기도 하고, 봉사단원들이 십시일반 모금해 충당한다. 이를 위해 가족당 10만원의 연회비도 내지만 많이 부족하다. 노영애씨는 “한내가족봉사단이 오래도록 봉사활동을 할 수 있도록 많은 후원이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