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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10만 고객 방문 기업’ 유치 성사시켜
신내2지구 미활용 학교용지 적극 활용
전관예우 아닌 치열한 계획 승리 평가
해마다 구 예산도 1천억원 안팎 늘려
낡은 산업기반 발전 위한 방안 만들어
정부·서울시로부터 각종 지원금 따내
교육분야 적극 투자, 열악한 환경 바꿔
부임 전 38억 예산, 내년 70억으로 늘어
류경기 중랑구청장이 지난 11일 구청장실에서 지난 2년의 구정 성과와 남은 2년 과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ungil@hani.co.kr
7월1일은 민선 7기 지방자치단체장이 4년 임기의 반환점을 도는 시기이다. 서울시 부시장 출신인 류경기 중랑구청장도 지난 2년 동안 두드러진 가시적 실적을 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11일 중랑구청장실에서 진행된 취임 2주년 기념 <서울&> 인터뷰에서 류 구청장은 에스에이치(SH)공사 본사 이전지가 중랑구로 확정된 것을 “눈에 보이는 성과”로 꼽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8년 강북구 삼양동 옥탑방에서 한여름 땡볕에 한 달살이를 한 끝에 강남북 균형발전 정책을 발표하면서 서울시 공무원인재개발원, 서울연구원, 에스에이치공사 본사 등 강남에 있는 서울시 관련 시설을 강북으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10여 개 강북 소재 자치구가 앞다투어 치열한 유치 경쟁을 벌인 끝에 중랑구가 최후 승자가 됐다. 직원은 1200명 정도이지만 연간 10만여 명의 고객이 방문하는 시설의 이전 유치전은 그만큼 뜨거웠다.
일각에서는 류 구청장의 전직을 거론하며 “전관예우가 작용한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왔으나 류 구청장의 설명에 따르면 치밀한 유치 계획 결과라고 한다. 먼저 류 구청장은 “박 시장의 삼양동 옥탑방에 수박 한 덩이를 들고 찾아가 위로와 격려, 대화를 하고 왔다”고 운을 뗐다. 그 이후에도 박 시장과 서울시를 상대로 “중랑구의 랜드마크 건물은 서울의료원밖에 없다”며 중랑구가 이전의 최적격임을 강조했다. 여기에다 에스에이치공사 이전 터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점도 중랑구가 점수를 따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전관이었다는 점은 서울시 공무원들에게 오히려 회피 대상이었을 것”이라며 “가장 큰 것은 주민들의 유치 열망이었다고 본다”고 잘라 말했다. 박 시장을 만날 때도 주민들이 같이 가서 왜 중랑구로 와야 하는지 머뭇거림 없이 이야기했다고 한다.
또한 학교용지에 건물을 지으려면 서울시 교육청으로부터 학교용지 해제 허가를 얻어야 하는데 그동안 학생 수가 줄어들어 15년이나 방치된 점을 강조해, 해제에 동의한다는 공문을 받아내는 등 다각적으로 벌인 노력도 주효했다.
그의 가시적 실적은 지난 2년간 해마다 구예산이 1천억원 안팎으로 크게 늘어난 점에서도 확인된다.
류 청장이 취임 전인 2018년 5657억원(서울 25개 자치구 중 12위)이던 중랑구 연간 예산은 2019년 6675억원(9위)으로 크게 뛰더니 올해도 1천억원 가까이 늘어나 7538억원, 7위로 올랐다.
중랑구는 그동안 주거지역으로의 역할이 강조돼 상업지역이 1.9%로 서울 평균인 4.2%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지역내 총생산 비율도 1.21%로 서울 25개 자치구 평균의 4분의 1 수준이다. 류 청장은 이런 낙후한 산업기반의 발전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정부와 서울시로부터 각종 지원예산을 따냈다. 이와 관련해 중랑구 간부는 “32년간 서울시에서 쌓은 오랜 행정 경험을 바탕으로 어떤 준비를 하고 어떤 때 어느 곳을 뚫어야 할지를 잘 알고 대처했다”며 “예산 확보에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취임 당시 100억원이던 중랑구의 도시재생 사업 규모는 묵2동(250억원) 등 현재 8곳, 574억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중랑구의 도시재생 사업은 주거면적 대비 20%에 이른다.
신내동 일대는 류 청장이 경제도시로 키우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설정한 곳이다. 지난달 지하 4층, 지상 12층 규모의 지식산업1센터가 준공됐고, 내년 7월에는 2센터, 2022년에는 창업지원센터를 잇달아 문 열어 모두 6천 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542개 기업을 창업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또한 봉제업체가 중랑구 제조업의 73%를 차지하는 점을 고려해 면목패션(봉제)특정개발진흥지구(면목2동~상봉2동 일대 29만㎡)를 추진한 끝에 지난해 11월 서울시 중심지형 도심재생사업지(도심산업 육성형)로 최종 선정돼 마중물 사업비 200억원을 확보했다. 류 청장은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면목패션특정개발진흥지구에 서울시 도시재생 사업과 연계하는 창의적 발상을 동원해 마중물 사업비를 따냈다. 올해는 중랑구 패션 봉제산업의 컨트롤타워 구실을 할 중랑패션지원센터(스마트 앵커)가 착공에 들어간다. 2021년 준공을 목표로 총사업비 190억원을 투입해 지하 4층, 지상 7층 연면적 8633㎡ 규모로 건립될 예정이다.
그는 정부당국의 도시재생 사업이 뚜렷한 성과가 없지 않으냐는 지적에 “뉴타운 방식에 비해 가시적 성과는 더디지만 지금은 주택과 토지 소유자가 개발에 따른 수익을 나눠가지는 동력을 상실했기 때문에 도시재생 사업 이외의 대안은 없다”고 강조했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중랑구의 개발 못지않게 그가 공을 들이는 부분은 교육 분야다. 취임 초기 아이들 교육 문제로 이사 가고 싶다는 주민들 말을 깊이 새긴 그는 늘어난 예산을 바탕으로 부임 이전 38억원(47개교 대상)에 그쳤던 교육지원 예산을 지난해 50억원, 올해 60억원으로 늘리고, 내년에도 다시 10억원 증액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의 자치구 일선 방역 책임자로서 그는 할 말이 많은 듯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에는 서울시 기획조정실장으로 메르스 상황실장을 맡았는데 그 당시에는 정보공개에 소극적인 보건복지부와 삼성병원과 싸우는 게 일과였다. 그때 경험이 우리의 감염병 대처 능력을 키운 측면이 있다. 이번에는 중앙정부와 광역단체, 226개 자치구가 동일한 지침과 의견을 가지고 일사불란하게 방역태세를 실행했다. 메르스 사태 때 검사능력이 크게 부족하고 역학조사관도 서울시에 1명뿐이었는데 이번에는 검사능력도 크게 향상되고 조사관도 많이 늘었다.”
류 청장은 코로나19가 한창 기승을 떨치던 지난 4월 마스크 대란 당시 서울시 동북권 패션봉제산업발전협의회의 2~3대 회장이라는 직분을 이용해 필터를 교환할 수 있는 ‘국민안심마스크’(면마스크) 대량 공급을 주도했다.
남은 2년 임기 동안 류 청장의 행보가 주목받는 것은 그의 앞선 2년 성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신내·양원지구 등 주거밀집지역에 있는 5만 평 규모의 신내차량기지 이전계획의 구체적인 로드맵을 짜는 일을 가장 큰 목표로 꼽았다. 인접한 경기도 구리시와 남양주시의 인구가 100만 명에 육박하고, 서울로 출퇴근하기 위한 대중교통의 필요성이 점점 커짐에 따라 지하철 6호선 종점 연장과 신내차량기지 이전 요구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차량기지는 소음 등 문제로 부담시설로 보는 시각도 있어 이전이 만만찮은 게 사실이다. 서울시와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사업성이 있다는 점을 설득해야 한다. 이전비용만 1조5천억원이 드는 사업비 마련도 쉽지 않은 일이다. 류 청장은 “중앙정부와 서울시, 기획재정부, 경기도, 중랑구, 남양주·구리시 등 6개 주체와 이전에 합의하는 게 남은 2년의 목표”라고 말했다.
중랑구에 따르면 신내차량기지를 이전하고 첨단산업 단지를 조성하면 2만3800여 개 일자리와 연간 5조9800억원의 생산 효과가 발생한다고 한다.
김도형 선임기자 aip209@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